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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왕의 귀환

요즘 조용필 "형님"의 새 앨범 이야기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분은 1950년 생이니 사실 제 아버지 보다 5살 밖에 안 어립니다. 제 연배에는 사실 선생님이란 존칭이 맞겠지만 중 고교 시절 제 친구 중에는 이분의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항상 "형님"이란 호칭을 쓰다 보니 어쩐지 저도 그렇게 불러야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음반 쇼 케이스에서 사회를 보던 김재동도 형님이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는데 저뿐만 아니라 더 젊은 세대라도 왠지 그렇게 불러드리는 걸 어쩌면 좋아 하실것 같습니다.

 

조용필 형님의 19집 "헬로"는 딕펑스, 버스커버스커, 샤이니 등을 제치고 예스24 주간 음반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제가 이용하는 멜론에서도 잠시 1위에 올랐다고 하던데 수요일 현재 주간 탑 100 순위에 2위인 싸이의 젠틀맨에 이어 3위(Bounce), 4위(Hello), 62위(걷고 싶다), 98위(충전이 필요해) 등 무려 4곡이 탑 100위 안에 들어 있습니다. 올해 64세 가수가 새 앨범을 낸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폭 넓게 인기를 얻는 걸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용필의 19집  Hello

 

19집 앨범을 듣다

 

오늘이 노동절이다 보니 잠을 푹 잔 듯 합니다. 4월 마지막 날 야근을 했기 때문에 피로가 덜 풀렸는지 평소와 달리 좀 늦게 9시가 넘어 잠이 깨었습니다. 이상한 논리로 오늘 딸은 유치원에 가고 아들은 어린이집을 쉽니다. 그런데 깨어보니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딸은 유치원 버스를 탔고 아들은 자기가 데리고 친구 집에 와 있다고 합니다.

 

너무 피곤해 보여서 깨우지 않았고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푹 쉬라고 합니다. "아 고마우셔라" 라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어제 아이들 어지른 물건들 다 정리하고 집안 전체 청소기로 청소하고 바닥 물걸레로 닦고 욕실 두 군데 물 청소, 어제 저녁 쌓아둔 설거지 모두 처리, 검은색 계통 빨래통에 빨래를 모두 세탁기 돌리고 다 되면 기존 마른 빨래들은 다 개어 놓고 다 된 빨래를 모두 널은 다음!"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뭐래? 쉬라는거야 말란 거야? 버럭!!!

이미지 출처 :http://cafe.naver.com/remonterrace/1170302

 

시킨걸 다 하면 딸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될 듯 합니다. 아무리 계산 해도 아내가 배려해준 혼자 조용히 쉴 시간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초 스피드로 서둘러서 2시간 안에 해치우면 적어도 쉴 시간이 2시간 정도는 확보 가능 할 듯 해서 한눈 팔지 않고 쉴 틈 없이 서둘렀더니 결국 땀 범벅이 되어서 딱 2시간 안에 모두 처리하였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열심히 집안일을 한적은 처음인 듯 합니다.

 

그리고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미뤘던 아침 겸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기로 하였습니다.

 

스프와 면발, 계란까지 모두 한번에 털어 넣고 끓이는 분노의 라면

 

라면을 먹으며 그 동안 이상하게 시간여유가 나지 않아서 화제가 되고 있다지만 듣지는 못했던 조용필 19집을 아이폰의 멜론앱 스트리밍으로 듣기 시작 했습니다.

 

64세의 형님 참 존경스럽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kefc2008?Redirect=Log&logNo=20152799252

 

익히 전해 듣던 것처럼 요즘 음악 취향에 맞춘 Bounce 와 Hello도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널 만나면" 이라는 곡이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마치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두근 두근 한 마음을 가사로 전달 받는 듯해서 말입니다.

이승환의 "좋은 날" 같은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는 글쓴이의 취향에 맞았지만 담겨 있는 노래들은 요즘 노래 취향부터 그 겨울의 찻집 같은 느낌의 옛 취향 까지,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조용필

 

제가 조용필의 노래를 처음 들은 건 7세 인가 8세 정도의 정말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고추 잠자리" 란 곡 입니다.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 싶지..." 란 가사를 흥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뜻도 모르던 너무 어린 시절의 제가 흥얼거렸을 정도면 꽤나 당시에 라디오에서 많이 흘러나왔나 봅니다.

 

조용필은 미 8군 무대를 거쳐 그룹 생활을 하며 락음악을 하다가 1975년 솔로로 전향하여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트로트곡의 히트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전까지 락 음악을 했었던 사람이 트로트로 히트라니... 이미 그때부터 장르를 넘어서는 대중성을 가졌었나 보다 하는 생각보다 당시의 주류음악이었던 트로트를 불러야 했을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잠시 인기를 얻었지만 1976년 대마초 파동에 휘말려 4년간의 공백기를 갖게 되고 1979년에야 공식적으로 가요계에 데뷔하게 됩니다. 정규 1집 앨범은 대한민국 최초로 100만장 이상 팔린 단일 음반입니다.

"창 밖의 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단발머리" 등의 저도 익히 아는 히트곡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단발머리의 경우는 1994년 015B가 리메이크한 버전을 좋아합니다. 특이하던 이른바 뿅뽕 사운드가 저를 사로잡았고 제가 음악을 많이 듣던 시기인 1990년도의 음악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1980년대 대중음악에 수 많은 히트곡을 남기는 슈퍼스타가 됩니다. "기도하는..꺅" 으로 유명한 "비련"을 노래 했을 때는 요즘 말하는 오빠 부대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가수가 아닌가 합니다. 

 

조금 샛길로 빠져서 제 아주 어린 시절 기억에 TV 가요프로 였던것 같은데 조용필이 등장하고 비련의 그 유명한 구절인 "기도하는...꺅" 이 터져 나오자 아버지가 혀를 차시면서 저 철딱서니 없고 할 일 없는 여자들이라고 상당히 나쁘게 이야기 하셔서 당시 초등학교 1,2 학년쯤 이던 어린 마음에 그 "꺅" 하시던 오빠 부대 분들을(이미 연세가 ^^;;) 덩달아 "나쁜 누나들 이구나" 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때 생긴 여성 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승철 때까지 이어졌으니 부모님들의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1986년에는 일본에 진출하여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이 백만 장이 팔리고 그해 골든디스크를 수상하여 엔카의 황제로 불리웠다고 하니 아마 최초의 한류 가수로 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1988년의 10집 앨범의 "서울 서울 서울", "모나리자" 가 히트하여 당시의 여러 가수들과 경쟁하였는데 1집, 2집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가수들과 비교해도 그때에도 이미 10년에 가깝게 장수한 가수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1994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1000만장의 누적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의 음반 판매량 역시 600만장이 넘었다고 하니 참 여러 가지 의미있는 기록을 세운 가수 입니다.

 

2003년 18집 "Over the Rainbow" 과 비 공식 앨범인 2008년 "The History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후로는 음반 활동이 없었습니다. 거의 20년이 넘게 현역으로 활동한 이 분도 이제는 세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전설로 남으려나 보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2013년 Hello

 

2013년 4월 23일 발매 예정이던 정규 19집 앨범 "Hello"의 수록곡중 하나인 "Bounce"를 4월 16일 선 공개하였으며 이 음원이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면서 다시 한번 이 영원한 형님이 왕의 귀환을 알립니다.  4월23일 전체곡 공개 후 당일 오프라인 발매를 시작한 음반판매도 음반 매장에 1천여명의 대기 줄을 서는 등 침체된 음반 시장에서 보기 힘든 진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는 2009년도 서태지 이후 4년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이후 빌보드 K-Pop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였으며 4월 26일 뮤직뱅크에서 5위에 올라서며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64세라는 나이로 이미 은퇴하여 과거의 영광을 누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할 분이 불타는 열정으로 새로운 음반을 만들고, 세대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했고 그것이 10대, 20대에 까지 인정 받고 사랑받았다는 사실에 많은 감명을 받습니다. 그에 비하면 아직도 젊은 나이인 저는 도대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무엇에 도전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음악을 듣다가 그만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노래를 듣느라 라면은 불어 터졌지만 이런 생각들을 해보니 마치 어떤 감명 깊은 책을 읽은 느낌 입니다. 사람은 끊임 없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야 하나 봅니다. 가왕 조용필, 아니 이 형님은 참 늙지도 않으시는 듯 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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