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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피사체는 선명하게 배경은 흐리게 아웃포커스 사진의 매력

글쓴이도 본격 아빠사진사의 길로 접어들기 전에는 그저 스마트폰 사진에 충분히 만족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 찍는 것도 스마트폰 카메라 정도면 충분하게 잘 나와~, 하면서도 점점 사진을 TV에 연결해서 보면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볼때와는 분명하게 다른 사진의 질에 약간씩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접하게 된 이웃에서 찍어서 전해준 우리 아이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배경은 뿌옇게 날아가고 아이들만 선명한 도드라진 이 사진들에 흔히들 쓰는 공간감(아직도 이 단어가 뜻하는게 무엇인지 설명도 이해도 못하지만)이 느껴지는 묘한 느낌을 받으면서 아 이건 뭐지? DSLR로 찍으면 사진이 이렇게 나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HD TV로 보아도 사진의 질에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작게 볼 때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웃포커스, 또는 아웃포커싱이라 불리는 주 피사체는 선명하게, 배경은 흐리게 만드는 사진은 일반 똑딱이나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미러리스나 DSLR 같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나누는 경계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고수들은 똑딱이나 스마트폰으로도 아웃포커스 사진을 찍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쉽게, 어느정도 까지냐? 라는 문제가 분명히 있습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1/2000sec | F/1.2 | 0.00 EV | 85.0mm | ISO-100 | Off Compulsory

 

대개 저와 같은 초보들이 똑딱이나 폰카에서 벗어나 미러리스나 DSLR 카메라의 지름신을 영접하는 경우의 많은 부분이 아마도 아웃포커스 사진의 매력에 빠져든 경우가 많지 않나 생각 됩니다.

 

아웃포커스, 아웃포커싱은 는 피사계심도라 불리는 초점이 맞는 영역의 깊이가 얕아서 초점이 맞은 영역외의 영역이 흐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체를 선명하게 하려는 경우는 반대로 피사계 심도를 깊게하는 팬포커싱을 하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21455&cid=40942&categoryId=33086 대상 이미지 수정

 

두 가지 사진 촬영기법은 어느것이 더 우월하다 못하다가 아닌 촬영자가 어떻게 찍을것인가 라는 결정의 결과물이거나 취향의 문제일 뿐입니다. 이 아웃포커스은 피사체와 배경이 멀 수록, 조리개 F값이 낮을수록, 망원일수록 이 3가지 요소에 의해서 더 잘 발생하게 됩니다. 깊게 들어가면 조리개가 낮은 경우와 망원일때의 아웃포커스의 블러 모양의 차이가 좀 있지만 결국 조리개와 망원, 주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초심자들, 특히 내 아이를 이쁘게 찍을수 있을거라는 느낌을 받아서 아웃포커스에 빠져들게 되면 더 이상 기존의 카메라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마침내 하드웨어적으로 받침이 되어줄 비교적 돈이 드는 취미가 될 렌즈교환식 하이엔드 카메라로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아직 초기증상 이라면 와이프느님의 도움으로 빨리 사전 차단하시는 걸 고려하는게 좋습니다. 제 경우에는 아내도 아이들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걸 좋아해서 오히려 등을 떠민 감이....)

 

사람마다 제한된 예산이 있는지라 제 경우에는 미러리스를 우선 구입하고 조리개 2.0의 단렌즈로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여친렌즈, 카페렌즈란 별명을 가진 22mm F2.0 단렌즈는 초심자인 제가 보기에는 그럭저럭 아웃포커싱도 되고 체계적이진 않지만 크롭바디에서 17~55mm 표준 줌, 55~200mm 망원 이렇게 렌즈군 까지 차차 구성하면서 즐거운 동네 아빠사진사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Canon | Canon EOS M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500sec | F/2.0 | +0.33 EV | 22.0mm | ISO-100 | Off Compulsory

 나름 2년간 함께한 EOS M과 22mm F2.0 단 렌즈 사진

 

사실 이정도로도 아이들의 사진을 남기기에 충분했지만 저와 같은 초보 아빠사진사들은 여기서 갈림길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냥 지금 사진에 만족하던가, 아니면 점차 사진 취미가 시들해져 여행때나 꺼내는 장롱카메라가 되던가, 좀 더 강한것을 원하게 되던가 인것 같습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1/2500sec | F/1.8 | 0.00 EV | 85.0mm | ISO-100 | Off Compulsory

 

그래서 제 경우에는 현존하는 렌즈중에 극단적으로 조리개값이 낮고 준망원으로 아웃포커싱을 극대화 하는 캐논의 만투(EF 85mm F1.2L II)라는 렌즈에 도달하게 됩니다. (캐논의 경우 비슷한 루트에 오이만두 50mm F1.2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디도 풀프레임 바디(캐논 5D Mark 3)로 따라서 업그레이드 되게 되는게 아마도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경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인터넷의 사진 블로그들을 보다보면 미러리스나 DSLR 크롭 보급기에서 풀프레임 바디에 원하는 L렌즈를 소유한 이야기가 참 많아서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1/2500sec | F/1.2 | 0.00 EV | 85.0mm | ISO-100 | Off Compulsory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200sec | F/1.2 | +0.33 EV | 85.0mm | ISO-100 | Off Compulsory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1/2500sec | F/1.6 | 0.00 EV | 85.0mm | ISO-100 | Off Compulsory

 

그 후 한동안 이 렌즈가 주는 아웃포커스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듯 합니다. 주변의 사진을 먼저 시작한 지인들로 부터 아웃포커스만 따지면 초보중에 초보라는 말도 들었지만 저야 초보가 맞으니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분명 아웃포커스 사진이 주는 독특한 느낌이 있습니다. 배경을 뭉게는 모양이나 느낌 빛망울(보케) 등의 매력은 앞으로도 상당히 저를 지배할 것 같습니다. 사진을 회화처럼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달까요? 단 아웃포커스 성애의 부작용은 모든 사진들에서 배경이 몽땅 날아가서 어디가서 사진을 촬영했는지 도대체 알아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여행지에서 남용하시면 기록으로써의 사진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물론 최근에는 조리개 값도 다양하게 써보고 낮은 조리개 값이라도 무조건 아웃포커싱 시키지 않고 높은 조리개 값이라 무조건 팬포커싱 시키지 않는다는 걸 조금은 이해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아웃포커스에 대한 집착도 조금씩 옅어지고는 있습니다. 

 오늘은 저를 사진이라는 놀랍고도 신기한 것들이 많은 (그리고 돈도 좀 드는) 세계로 끌어드린 아웃포커스에 대해 잡담을 늘어놓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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