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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카메라가 뭣이 중한디?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담으세요.

가끔은 종종 사진 취미로 주변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 아이들 사진을 많이 담아주고 싶은데 카메라 살려니 와이프 님의 재가가 안 떨어져서,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사진이 너무 후지게 나와서 잘 안찍게 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즉 카메라가 좋아야지 가족도 자주 담고 좋은 사진도 많이 남길텐데 그게 안되어서 아쉬움이 있다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은 핫셀이나 페이즈원 같은 수천만원 짜리 디지털백이 있어도 렌즈가 없어서, 삼각대가 없어서, 너무 무거워서 와 같은 이유로 어차피 사진 잘 안 담을 분들이라는 생각 입니다.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과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고 취향이 있으니 사진을 안 담는다고 비난할 부분은 아닙니다. 다만 이중에서는 진짜 사진에 관심이 많고 아이들을 담는 걸 좋아하면서도 카메라가 후져서 같은 이유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경우를 보아서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보면 카메라가 안 좋아서 사진을 잘 담을 수 없다. 아이들 사진을 사랑스럽게 담으려면 마구 달리는 아이도 칼 같이 잡는 동체 추적 포커스 기능이 좋은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와 같은 논리로 농구 경기도 찍을 수 있을 만한 스포츠 촬영 전문 카메라 같은 걸 이제 카메라에 입문 하는 아빠 사진사 후보에게 추전해 주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이처럼 아이를 제대로 담으려면 잘 담을 수 있는 좋은 카메라가 필수다 없으면 엄두도 내지마라 같은 이런 잘못된 댓글도 보고 그런 생각이 또 많이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이런 생각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기변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논리가 진실이라면 정적 피사체 외에는 촬영이 불가능 하다는 EOS M으로 5만 컷 넘게 잠시도 가만 있지 않던 시기의 아이들을 담았던 (물론 많은 사진들이 흔들려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그런 기능 따윈 애초에 없는 예전 필름카메라를 들고도 아이들을 충분히 사랑스럽게 담았던 원조 아빠 사진사들도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못 담아야 했습니다.



이번주에 이른바 캐논의 오막포(5D Mark4)가 출시 되었습니다. 저 역시 사진에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써 이런 소식이 궁금하지 않을리 없습니다. 이번주는 한참을 이 신형 카메라의 기능이나 스펙을 읽어 보고 셔터음이 담겨 있는 동영상도 보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제 카메라는 오막포의 바로 이전 모델인 오막삼(5D Mark3) 입니다. 약 2~3년 전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꿈의 카메라라고 말하던 카메라를 덜컥 질렀는데 제 수준에는 차고 넘치고 금액적으로 상당히 무리하긴 했지만 사진에 좀 더 빠져 들수 있게 해준 카메라여서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그 사이에도 새로운 카메라나 풀프레임 미러리스, 밤을 대낮같이 바꾸는 무시무시한 ISO를 지원하는 더 발전된 센서성능 등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면 이른바 "기변병" 이라는 증세가 잠깐씩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카메라 성능에 대한 집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무이자 할부 신공으로 지를지도 모를일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카메라가 어느 정도 급이 되는 카메라를 이미 가지고 있으니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는거 아니야? 생각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지금의 이전 미러리스 카메라도 2~3년 동안 5만컷이 넘어갈 정도로 아이들을 일상 속에서 늘 많이 담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아이폰이나 스마트폰으로도 늘 자주 담았더랬죠.

이 글은 성능 좋은 카메라가 가져다 주는 편리함과 더 좋은 사진 만들어 주는 걸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도 분명 기변후에 사진이 더 좋아진 것을 느낍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제가 하려는 말의 요지는 좋은 카메라가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열심히 담자 입니다. 즉 아이들을 예쁘게 담고 싶어하는 아빠 사진사, 엄마 사진사 모두가 플래그쉽 DSLR을 들고 다녀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위 아래 두장의 사진은 큰 아이 돌 앨범으로 돌 사진 스튜디오 업체에서 찍어준 사진들 입니다. 이 사진들을 보았을때 제가 휴대폰으로 찍던 사진과 다른 퀄리티의 사진들에 감탄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돌 앨범을 비용을 들여 만드는 것이지요.


큰 아이가 돌 때만 해도 일반인이 이런 사진을 찍는 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였습니다. 요즘에야 셀프 스튜디오에서 프로 빰치게 사진을 뽑아내는 준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그 만큼 DSLR이 고급화 되고 대중화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내 아이를 담는 모든 사진이 돌 앨범 같은 뽀샤시 한 느낌 있는 사진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 돌 전과 그 무렵에 아내와 제가 담았던 휴대폰 사진들도 아직도 보면 좋습니다. 아 이런때가 있었지 하는 추억도 되 살아나고 돌 앨범 사진 같이 예쁘게 연출해서 촬영하는 형식으로는 담지 않은 그 시절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들이기 때문 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건 제가 사진을 백업해두는 용도로 이용하는 구글포토에 있는 어시스턴스라는 기능 때문입니다.

구글 포토내에 있는 사진들 중에서 최근 일자에 해당 되는 예전 사진들을 보여주는 "이 날의 재발견" 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종종 기억조차 못 했던 옛 사진들을 다시 보여 줍니다.


제 경우에는 구글포토가 지금의 이름이 아닌 Picasa 일 때 부터 사진을 보관해 왔습니다.

지금 보면 흔들린 사진도 많고 휴대폰이나 이른바 예전 똑딱이 디카, 초기 미러리스 등으로 담은 사진들이라 절대적인 퀄리티 면에서는 지금의 사진들과는 비교하기도 힘든 사진들이지만 그래도 사진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됩니다.




그 시절에도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DSLR이 있었지만 사는데 정신이 없어 관심도 가지지 못했던 시절이지만 디카나 휴대폰 큰 맘 먹고 장만했던 초창기 미러리스로 참 열심히 내 아이들을 담았던 것 같습니다.












작은 휴대폰 화면에서는 선명하기만 했던 사진들이 구글 포토에서 다시 보니 사진도 다 흔들려 있고 구도라고는 1g도 생각하지 않은 흐릿하고 색감도 이상한 이 사진들, 그럼에도 아 이런 사진도 있었네 하면서 추억을 떠 올리고 한참을 혼자 울고 웃게 만들었습니다. 절대적인 사진의 질 외에도 제 마음을 여전히 흔드는 무엇인가가 휴대폰 사진에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로 들어오면서 아이폰을 쓰면서 부터는 사진들이 그래도 좀 더 볼만해 집니다.









세월이 흘러 둘째 돌 앨범을 업체 촬영 한 후 부터는 갑자기 저도 카메라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그래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장만하게 되었고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과 어느정도 차별화 되는 사진의 질을 느끼면서 상당히 만족해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이미 DSLR이 대중화 되었던 시절로 저 역시 DSLR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비싼 가격과 그 커다란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이 장벽이었습니다.



이 당시의 제 미러리스 카메라는 AF(카메라의 초점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기능)에 대한 평에서 "정지된 정물만 찍을만 하다" 라고 할 정도로 악평을 들었지만 카메라 무식자인 저는 원래 디지털 카메라는 그런것인 줄 알고 아이들을 열심히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순간은 거의 높은 확률로 흔들려 버리는 AF 부실로 악명 높던 이 카메라로 달리는 아이를 담는데 성공한 날은 뿌듯해 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이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지고 보조 카메라 용도로 쓰고 있는데 카메라 자체에도 어쩐지 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주변 지인이 DSLR 카메라(니콘 D800)로 담아준 우리 아이들 사진에 점점 사진 욕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단계를 밟아 가게 될테니 한방에 고급기로 가라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현재의 오막삼으로 기변을 하게 됩니다. 이때의 제 생각이 글 서두에 말한 좋은 카메라를 가져야 좋은 사진을 담는다와 같은 생각에 경도되어 있을때 입니다.






그렇게 제 생애의 첫 DSLR을 오막삼을 들이게 되었고 분명 사진은 더 좋아졌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 한장은 오막삼으로 담은 걸까요? 아닙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미러리스로 담은 사진입니다. DSLR로 담으면서 사진을 RAW로 촬영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러리스에서도 RAW로 촬영하고 기본적인 보정을 조금씩 하게 되자 똑 같은 카메라인데 이전과 사진이 또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물론 위 사진과 같은 풀프레임에서의 심도를 표현하기는 어려운 한계는 있지만 일상 사진을 담기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 내가 카메라를 쓸 줄 몰랐구나 하는 생각 절로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RAW 촬영이 가능하고 렌즈 교환식 카메라라면 일상을 담기에는 모두 적절한 카메라 입니다.


그런데 나름 차고 넘치는 카메라를 가지게 된 어느 순간부터는 제게 이상한 사진병이 찾아왔습니다. 멋진 곳에 가서 그럴듯한 사진을 담아야 된다는 이상한 의무감에다 자랑할 만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감 입니다. 한동안은 일상은 잘 담지도 않고 배경이 예쁜곳을 찾아가 사진만 담고 오고 그림이 나올만한 곳에 가서 아이들을 담고 조금이라도 선명하지 않거나 흔들린 사진, 완벽에 가깝지 않은 사진은 아무리 표정이 좋아도 가차없이 지우는 제 모습을 깨닿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카메라가 없으면 아무리 아이들의 예쁜 모습이 보여도 잘 담지 않게 되었는데 제손에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담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아 이건 아닌데 하는 걸 깨닿는 순간부터 사진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된 것 같습니다. 조금 흔들려도 좋은 사진이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일상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있습니다. 요즘은 때때로 스마트폰도 쓰고 가겹게 미러리스만 들고 나갈때도 있습니다. 물론 메인은 DSLR을 거의 항상 잘 들고 다니지만 꼭 좋은 사진만 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된것입니다.






그 후에도 여전히 DSLR로 열심히 아이들을 담고 예쁜곳도 가고 가능하면 사진 보정도 하고 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항상 예쁘고 좋은 사진만을 담아야 되는 건 아니라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진이든 내게는 추억이 되고 우리 삶의 기록이 되고 가치가 있습니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을 담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분명히 좀더 좋은 카메라와 카메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부하는 것 그리고 보정이 더 나은 사진을 만듭니다. 능력만 있으면 더 좋은 카메라로 기변하는 것도 좋습니다.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도 우리 같은 아마추어 사진가에게는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다만 그런 것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는게 이 포스팅에서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 입니다.


우리와 같은 아마추어 아빠 사진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카메라도 아니고 뛰어난 사진 기술도 아닙니다. 팔아야 되는 상품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닌데 놀러나가서 꼭 작품 사진만 찍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잘 많이 담아두면 됩니다. 그것이 휴대폰이든 똑딱이든 DSLR이든 고가의 디지털백이든 사랑을 담는데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카메라 그 까이꺼 뭣이 중하겠습니까? 당장 손에 휴대폰 뿐이라면 그걸로 많이 담으세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인화하거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잘 보관하세요. 언젠가는 풍부하게 담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며 흐믓한 추억에 젖어 울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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