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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렌즈 조리개 값과 망원에 따른 심도, 아웃포커스 이야기

사진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리개 값, 셔터스피드, ISO 같은 용어들은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너무나 당연하게 이해하고 알고 있는 개념이지만 사진을 막 접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에게는 이게 무슨 전문 용어처럼 머리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어려운 단어에 불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몇년 전, 옆집에서 아이 발레학원 공연을 DSLR로 담아주었는데 이 뽀사시한 아이 사진을 보고 난 후 카메라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고 미러리스를 구입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앞서의 용어들은 도무지 모르겠는 너무나 어려운 개념이었습니다.

 

즉 보통의 DSLR을 사려는 여느 아빠들이 겪는 수순처럼 아웃포커스 가득한 아이들 인물 사진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 것인데 당시에는 그저 수동 기능이 있는 카메라만 사면 그런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줄 알았을 정도로 카메라에 대해 아는게 없었습니다.

 

당시에 그나마 카메라 취미가 있다는 주변인들에게 내가 찍길 원하는 사진을 말하면 답변 보다는 아웃포커스는 초보나 좋아하는 것이라는 등의 팬포커싱에 대한 애찬론을 펼치거나 종종 본인이 원하는 사진의 방향과 그 방향성에 맞는 카메라에 대해 장시간 설교를 듣기가 일수였습니다.

 

"아니 됐고, 사실 난 그저 니가 초보나 찍는 사진이라고 말하는 그 인물은 선명하고 배경은 뿌연 뽀샤시한 스타일로 아이들을 담고 싶다고!!!"

 

사실 이 질문의 답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아웃포커스

 

그중 일부의 제 친구들은 그걸 상세하게 설명해주려고 했는지 1시간 가까이 내가 이해 못할 조리개나 셔터스피드, ISO에 대해서, 적정노출과 심도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 사람도 있긴 합니다. 이제와서 돌아보면 이 설명이 가장 정석이긴 했는데 설명 듣는 내내 아마도 내 마음은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 니가 박학다식 하다는 건 알겠네! 그러나 자네가 뭔 소린 하는지는 도통 모르겠네, 그래서 결국 어떤 카메라랑 렌즈를 사서 어떻게 찍으면 되냐고!!!'

 

인정하기 싫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세한 원리나 설명보다는 당장에 어떻게? 를 듣고 싶어하는 경우가 더 많긴 합니다.

 

 

아웃포커스

아놔, 어려운 말 말고 이런 사진 담으려면 뭘 사고 어떤 렌즈로 찍어야 되는지나 알려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여행지 풍경이나 다수의 사람을 담기 위해 배경까지 선명한 팬포커싱을 하거나 때때로 사람들이 보통 스마트폰으로 담기 어려운 인물 추억 사진을 남겨 주기 위해 아웃포커싱을 하는 일, 야경이나 물살을 담기위해, 시간의 흐름을 담으려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거나 또는 점프하는 순간을 담기 위해 조리개 값을 낮추거나 ISO를 올려서 셔터스피드를 확보하는 일등이 제게도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 부터인가 주변에서 제가 사진 취미가 있다는 걸 알고 아직 모든면에서 부족한 제게도 조언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대부분은 여전히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에 대한 이야기 이거나 그로부터 파생되는 노출, 흔들림, 심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 입니다. 이럴때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는 부분이 사실 요즘은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오늘은 제가 초보시절 카메라를 살려고 마음 먹었을 무렵에 가장 궁금했던 조리개 값과 심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제 경우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DSLR로 사진을 담는 사람들은 자동을 제외하면 거의 "조리개 우선모드"로 사진을 담습니다. 제 경우에도 촬영한 사진의 95% 정도가 조리개 우선 모드를 사용했습니다. 스트로브(플래시)를 사용하거나 어두운 실내 또는 저속 셔터스피드가 필요한 5%의 특수한 경우만 "메뉴얼모드"를 사용합니다. 그 만큼 대부분의 경우에 조리개의 조절만으로도 대부분의 환경에서 적정한 심도와 노출을 조절 할 수 있습니다.

 

조리개 우선모드란 조리개를 조절하며 셔터스피드와 ISO는 자동으로 두는 모드를 말하는데 앞서의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라는 3가지 요소는 서로 긴밀한 상호 작용을 합니다. 적정 노출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조리개를 열면 셔터스피드가 올라가고 ISO는 내려갑니다. 또 피사계 심도는 얕아 집니다. 반대로 조리개를 조이면 셔터스피드는 떨어지고 빛이 충분하지 못하면 ISO가 올라 가며 피사계 심도는 깊어집니다.

 

셔터스피드는 카메라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속도를 말하는데 빛이 충분하면 빨리 열렸다 닫히고 빛이 부족하면 오랫동안 열려서 감광에 충분한 빛을 얻으려 합니다. 셔터스피드가 너무 느려지면 잔상이 남게 되어 사진이 흔들리게 됩니다.

 

ISO란 센서가 빛을 받아들이는 감도를 말하는데 빛이 부족하면 그 감광율을 높이기 위해 값이 올라가고 빛이 충분하면 떨어집니다. ISO 감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디지털 센서가 빛을 감광하는 과정의 오류에 의해 사진에 노이즈가 많아 지게 됩니다.

 

위의 설명들은 카메라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언뜻 바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라서 우선은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 현상만 알아두어도 좋습니다.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란 쉽게 이야기 하자면 빛을 받아들이는 양을 조절하고 사진의 심도를 조정하는데 많이 사용합니다.

아웃포커스

이미지 출처 : http://cafe.naver.com/sesadong/8826

 

조리개가 열리고 닫히고에 따라 빛의 양이 조절되는 부분은 위의 그림만으로도 이해가 쉬울것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환경이라면 조리개를 조여서 빛의 양이 줄어 들면 더 오랫동안 빛의 양을 받아들이기 위해 셔터스피드가 느려 집니다. 조리개를 조이면 심도가 깊어져서 전체를 선명하게 담을 수 있지만 반면에 느려진 셔터속도로 사진이 흔들리는 현상, 즉 블러가 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조리개를 개방하면 피사계 심도가 얕아져서 초점이 맞은 촬상면 외의 영역이 흐려져서 여러명의 사람을 담는 단체 사진이라면 초점이 맞은 영역외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블러가 나기 쉽습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심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리개에 따른 피사계 심도는 아래 만투(85mm F/1.2) 의 예시 사진을 보면 이해가 되실듯 합니다. 심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망원,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에도 좌우되는데 그 때문에 준 망원인 만투는 조리개를 조여도 아웃포커스가 되기가 쉽습니다. 그 부분은 아래에서 좀 더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은 조리개 값에 따른 배경의 변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배경도 배경이지만 바닥 탁자의 선명도를 보시면 피사계 심도의 범위에 대해 대략 감이 잡히실 겁니다.

아웃포커스

85mm F/1.2

 

아웃포커스

85mm F/1.8

 

아웃포커스

85mm F/2

 

아웃포커스

85mm F/2.8

 

아웃포커스

85mm F/4

 

아웃포커스

85mm F/6.3

 

아웃포커스

85mm F/8

 

아웃포커스

85mm F/10

 

아웃포커스

85mm F/16

아웃포커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bincam/220363535550

 

 

조리개 값 외에도 심도에는 화각이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광각의 영역으로 갈 수록 피사계 심도가 깊어집니다. 즉 아웃포커스는 덜해집니다.

망원으로 갈수록 피사계 심도는 얕아지고 아웃포커스가 되기 쉬워집니다.

아웃포커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hellokku/220727726560

 

렌즈의 센서와의 초점 거리에 따라 촬영 화각이 변하므로 일반적으로 렌즈의 초점거리를 화각의 기준 값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아웃포커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hunters21c/10166127841

 

초점 거리가 길 수록 망원이 되고 짧을 수록 광각의 영역이 되기때문에 처음에는 도무지 이게 무슨 값인가 하던 초점거리 값만으로 이 렌즈의 화각 영역을 가늠하게 되실겁니다.

아웃포커스

 

이미지 출처 : http://cafe.naver.com/lumixclub/86937

 

일반적으로 70mm 이상부터 망원의 영역으로 보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세로로 인물 전신을, 가로로 상반신을 적절한 아웃포커스로 담기에 적절한 망원 화각이 85mm 초점거리의 준망원 화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만투와 같은 85mm의 낮은 고정 조리개값를 가진 단렌즈가 인물사진 촬영에 사랑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도 조리개에 따른 피사계 심도의 변화를 잘 보여 줍니다. 그 뿐만 아니라 주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멀 수록 왜 전 후방의 배경이 흐려지는지도 설명해 줍니다.

 

아웃포커스

이미치 출처 : http://cafe.naver.com/canondslrmt/1130

 

1차 정리를 하자면 조리개 값이 개방이고 화각이 망원일 수록 주 피사체와 배경이 멀 수록 아웃포커스 사진을 만들기 좋습니다.

반대로 조리개를 조일수록, 화각이 광각에 가까울수록, 주 피사체와 배경이 가까울 수록 팬포커스된 사진을 얻기가 쉽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햇빛이 좋아서 셔터스피드가 8000을 오버하는 바람에 윗 사진의 노출이 밝게 담기긴 했지만 주 피사체인 아이와 뒷 배경인 계단의 심도의 차이가 조리개값의 크기 차이에 비해서 그리 크지 않습니다. 바로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 입니다.

 

 

아웃포커스

85mm F/1.2

 

아웃포커스

85mm F/8

 

 

마지막으로 아웃포커스에 사진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카메라 판형의 차이에 의한 부분 입니다. 이른바 풀프레임과 크롭바디의 이야기인데 풀프레임은 센서의 크기가 예전 35mm 필림과 같은 크기로 1:1 바디라고도 합니다. 크롭바디는 말 그대로 이 판형의 크롭으로 특히하게 캐논만 1:1.6의 비율이고 다른 카메라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1:1.5의 비율로 센서가 작은 것을 말합니다.

아웃포커스

 

동일한 초점거리의 렌즈라면 이 화각이 크롭된것과 마찬가지로 주변부의 아웃포커싱 된 부분들이 잘려나가므로 풀프레임이 아웃포커싱에 더 좋다고 말하는 이유 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크롭의 화각을 어떻게 풀프레임 대비 계산하는지 망원에서 크롭이 이득을 보는 이유등을 이해하기에 좋습니다. 저도 미러리스 EOS M(1:1.6 APS-C)을 망원 촬영 용도로 자주 활용합니다.

 

아웃포커스

 

예를 들면 70-200mm 망원 렌즈를 크롭바디에 물리면 112-320mm 의 망원렌즈가 됩니다. 300mm 라면 환산시 480mm가 됩니다. 한번이라도 가격을 알아 보셨다면 잘 아시겠지만 300mm 이상 장망원 F/2.8 정도 고정 조리개 렌즈를 사려고 알아보고 계신분은 아마도 부자일 겁니다. 이럴때 크롭바디를 쓴다면 마치 익스텐더를 쓴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는 아빠사진사 후보인데 우리 아이 아웃포커스 가득한 뽀샤시 사진 담아 줄려면 어떤 카메라/렌즈로 어떻게 담으면 되는가?"

 

앞서의 글들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지만 정말 단순화 해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가능한 센서가 큰 바디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1:1 풀프레임 바디가 가장 좋고 적어도 크롭(1:1.5 or 1:1.6)바디인 DSLR이나 미러리스가 필요. 일단 1:1보다 큰 중형은 일반인 수준을 이야기 하고 있으므로 PASS

 

2. 렌즈는 조리개 값이 F/2.0 이하인 단렌즈 계열을 선택하면 좋다. 또는 F/2.8 정도 고정 조리개에 초점거리 70mm 이상의 망원 렌즈를 써도 좋다. 캐논으로 치자면 35mm F/1.4, 50mm F/1.2 ~ F/1.8, 85mm F/1.2~F/1.8 구간대의 조리개 값을 가진 단렌즈도 좋고 망원으로는 70-200mm 정도에 F/2.8~F/4 정도에 손떨림 방지가 있는 렌즈가 적당하다.

 

3. 사진을 찍을때는 주 피사체와 배경간에 거리를 두면 아웃포커스가 잘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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