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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Device Game

지급 결제 시장의 위기론. 부제 VAN은 정말로 기울어 가는 산업군일까?

어느 순간부터 제가 몸 담고 있는 지급결제 시장이나 VAN 산업에 대한 글을 쓰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많이 알게 된 이유도 있었고 제 관심사가 살짝 변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사실 어떤 업계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업계 관련 글을 쓰는 것은 때로는 속내를 모두 드러낸 알몸이 된 듯 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먼저 해당 포스트는 분석기사나 리포트 같은 것이 아닌 관련된 업계에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 상념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랜만에 VAN 관련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제 개인적인 판단에 VAN 뿐만 아니라 최근 지급 결제 시장 전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지급결제 시장의 위기"라고도 말합니다. 항상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에 기득권의 "위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서 사실 카드사와 은행과 같은 금융권이 오랫동안 기득권이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나 국내 환경에 의해서 해외에 비해 산업이 크게 성장했고 오랫동안 그 시장 성장의 열매를 취하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신용카드 시장의 발전상

이미지 참조 : 금융위원회

 

특히 한국은 카드 결제와 현금영수증, 직불 카드와 같은 거래에서 카드 Issuer와 은행을 대신해서 결제를 중계하고 프로세싱을 대행해 주는 특수한 중소 기업군들인 VAN이라는 주체가 존재합니다. 또 VAN은 실제로 가맹점을 관리하고 커버하는 VAN 대리점을 통해서 경쟁적으로 결제 인프라를 확대 해왔고 이는 정부의 신용카드 친화적인 정책과 시너지를 이루어 다른 나라의 비해 현금 대비 신용카드 결제 수단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편입니다.

주요국 지급수단 이용 비중

이미지 참조 : 네이버 뉴스

 

비록 정부의 의지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기존의 카드사 및 금융권이라는 덩치가 크고 느린 금융 공룡들만 플레이어로 존재했었다면 현재의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카드 결제 인프라와 환경이 이토록 빠르고 널리 확대되지는 못 했으리란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즉, 과거 국내의 특유의 금산분리의 정책 기조 아래서 일반 IT 대기업의 진출이 어려웠던 지급결제 시장 환경의 틈새에 VAN이라는 100명 에서 300명 단위의 작은 조직으로 빠르게 의사 결정하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지급결제 프로세싱 대행을 주 업으로 하는 회사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제공하는 단말기를 유통 관리하는 VAN 대리점이라는 자영 업자들이 연계되면서 전국의 가맹점을 실제로 커버하고 카드 단말기와 POS 같은 카드 결제 인프라를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카드사의 VAN 수수료 인하 압력과 직 승인, 정률제 적용 등의 추진을 통한 자구책에 대해서 VAN과 VAN 대리점이 그동안의 기여를 인정 못 받고 토사구팽의 처지에 처했다면 항변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1990년 후반부터 국내는 약 12개의 VAN과 그들의 수백 개에 달하는 대리점 조직이 지급결제 시장의 전면에서 결제 인프라 관리를 경쟁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온라인의 경우 PG라는 또 다른 플레이어가 있지만 주제 범위를 줄이기 위해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전히 커다란 크기를 가진 오프라인 지급결제 시장은 현재도 온전히 이들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최근의 변화들로 "너희들은 이제 필요 없어"라든가 "너희가 생각보다 많이 받아가니 그 수입을 줄이려 해" 같은 말을 듣게 된 셈입니다.

 

혹시 VAN과 PG에 대해 잘 모르신다면 아래의 이전 글 들을 한번 읽어 보시는 걸 권유드립니다.

 

이전 글

신용카드 결제방법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

 

핀테크 (FinTech) 1. 2014년 금융권과 결제 업계를 뒤흔든 용어 이야기

핀테크 (FinTech) 2(終). IT 기업의 결제, 금융분야의 진출

VAN 인수로 본 핀테크 주체들의 오프라인 진출 관련 단상

사라져 가는 온라인, 오프라인 결제의 경계선, o2o, VAN, PG에 대한 이야기

 

VAN 업계의 위기?

 

최근에 VAN 업계의 최대 위기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많이 거론되는 부분은 역시 5만 원 이하 무서명 거래 시행과 VAN 수수료의 정률제 전환, 직 승인 VAN 등입니다.

 

2015년, 2016년부터 아래와 같이 언론에는 VAN 도산을 운운하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가 많이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위기의 카드산업] 밴사·밴대리점 "주 수익원 줄어 줄도산 위기" 호소

신한카드, 7월 1일부터 가맹점 수수료 '정률제'로 첫 전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선 무서명 거래에 대해서 아주 단순화해서 이야기한다면 과거에는 "서명"이라는 수단이 고객의 거래에 대한 동의를 입증하고 서명된 영수증이 관리를 위한 수거의 대상이었다면 5만 원 이하의 소액 거래에 대해서는 서명하지 않아도 되는 "무서명"이 의무화 도입되면서 카드사가 지급하던 VAN 수수료 중 영수증 수거에 대한 비용이 일부 삭감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영수증 수거 업무는 VAN 대리점이라는 VAN사와 위탁 계약을 맺은 자영업자들의 수입원 중 일부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 "정률제 이슈", VAN은 결제를 중계하고 일부 프로세싱을 대행하면서 거래 한 건에 대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구조였습니다. 다만 이 방식은 결제 금액에 따라 가맹점에 수수료를 받는 방식인 정률제 구조 수수료 체계를 가진 카드사 입장에서는 소액 결제 비중이 늘면서 오히려 거래건으로 받는 가맹점 수수료보다 VAN 수수료를 더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체계였습니다. 이를 각 금액 구간별로 VAN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신한카드를 중심으로 2015년부터 VAN사에 요구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2017년 전체 카드사로 확대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위 두 가지의 정책적 시행이 VAN사의 수익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다만 이런 손해를 일부 보상(?) 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동안 VAN이 관행적으로 자사 VAN 서비스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대형 법인 가맹점에 현금으로 역으로 제공하던 "밴피, 역 밴피"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던 리베리트를 금지 조치 하였습니다. 즉 가맹점에 제공하던 (어떤 명목을 붙였던 간에) 돈 또는 상응하는 금전적 혜택, 무료로 결제 단말기를 제공하던 관행을 리베이트 행위로 보고 주지 못하도록 법제하 하였습니다.

그 동안 VAN 사들 간의 경쟁 과열로 다소 혼탁했던 시장에서 이 금액은 사실 무시 못할 큰 금액들이었기에 실제로 리베이트 금지 조치로 인해 VAN의 수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부수적으로는 PG사들이 VAN 사업에 뛰어드는 계기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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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Device Game] - 사라져 가는 온라인, 오프라인 결제의 경계선, o2o, VAN, PG에 대한 이야기

 

다만 자본주의 경쟁시장의 특성상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이 리베이트가 과거에는 마치 정당한 절차처럼 양성적으로 드러나 있었다면 이제는 음성적으로 숨겨지고 줄어들고, 어려워졌을 뿐 곧 다시 활개를 치게 될 것이라 추측합니다. 마치 무리한 휴대폰 단통법을 제정하고 아무리 단속을 하고 과징금을 물려도 정보를 잘 활용하는 일부는 여전히 갑작스러운 1만 원, 5만 원짜리 휴대폰 단말기의 번개(?)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듯이 말입니다. 정당하게(?) 구형 휴대폰 보상을 후하게 지급해 주는 변칙적인 방법도 여전히 많이 사용되듯 말입니다.

 

그 외에도 최근 대형 법인 가맹점들 일부는 VAN을 제외하고 카드사와 직 승인 시스템을 구축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이슈 중 하나입니다.

이는 중간 경유 업체인 VAN을 없애고 직접 카드사와 승인하도록 함으로써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전략인데 기존 VAN 수준의 안정적인 결제 운영을 하려면 상당한 시스템과 자체 IT인력이 필요하고 그 역량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그만한 IT 기술 역량을 갖춘 초 대형 법인 가맹점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더구나 IT인력은 분사시켜 협력업체나 하청업체화 하여 비용 절감을 우선했던 국내 대형 가맹점들의 그동안의 관행으로 미루어 보아 이와 같은 형태의 지속적인 확대 운영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가맹점 별로 낮춰진 수수료 이익 대비 지속적인 IT 개발/운영 인력/시스템 운영 비용/유지보수료 지급 액수가 더 적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직 승인 시스템의 변형으로 VAN 수수료를 확 낮춘 "다운사이징 VAN"도 등장했는데 이는 기존 VAN 서비스에서 비용만 낮춘 서비스가 되거나 직승인 시스템을 결국 아웃 소싱하는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안정적인 프로세싱의 대행과 서비스 퀄리티를 과연 낮아진 VAN 수수료로 지속적인 서비스 유지가 가능할까? 라는데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VAN이 24시간 결제 운영에 들이는 인력과 시스템 비용을 다소 과소평가하는 이러한 시도들은 아마도 그 끝이 인력을 갈아 마시는 회사가 되거나 아주 기초적인 서비스 제공 수준의 정도에 머물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지급결제에서 가장 크게 바라보는 안정성과 비용을 맞바꾸려는 시도로 확대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사유로 인해서 VAN과 VAN 대리점의 수익은 줄어들었습니다.

과거에도 카드사의 지속적인 VAN 수수료 인하 압력과 DESC(전자서명) 도입과 같이 VAN 수익이 줄어드는 일과 같은 위기가 늘 있어 왔지만 이번의 조치들은 과거의 조치들에 비해 좀 더 급격한 조정이었고 동시 다발적으로 엎치고 덮친 건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줄어든 수익보다 카드 결제 건수의 성장률로 인해 늘어난 수익이 갭을 줄여 주었기에 극복이 가능한 편이었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카드 승인건수의 증가도 점차 둔화되고 있습니다.

 

연별 카드승인금액 추이

이미지 참조 : quadrant tistory

 

물론 여전히 지급결제 시장과 카드 거래 건수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충분한 상승과 성장을 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20~25% 일 때 감수할 수 있는 수익 감소와 15% 이하로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성장률에서의 커버 가능한 범위가 다를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이 의견에 대해서는 제 추측일 뿐 어떠한 자료도 제시할 수는 없음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위기의 근원

 

표면적으로는 정률제와 무서명 거래와 같은 변화가 이 위기의 원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근원이자 진앙지는 바로 카드사로 생각됩니다. 해마다 경쟁 상황은 격화되고 카드 거래금액, 건수의 성장률은 둔화되는데 또 다른 변수가 덮쳤습니다.

 

바로 선거 때마다 공약되고 있는 정치권의 카드수수료 인하의 의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영세 가맹점과 해당 업계의 불황을 이제 와서 카드사 수수료 이슈로만 몰아가야 하는가? 에 의문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건 저도 인정 하지만 지금처럼 매 선거철마다 어떤 산업에 대한 분석도 없이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비장의 카드처럼 외치는 것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부에 의한 시장개입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혼탁해진 시장이나 독점적인 자본에 좌우되고 폭주하는 시장에는 분명히 어느 정도 개입이 꼭 필요합니다. 다만 8개나 되는 카드사들이 경쟁하면서 점차 포화되어가는 시장에 대해서 전문적인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포퓰리즘에 기반한 아마추어적 개입과 압력은 언제나 그래 왔듯 해당 산업군을 더 혼란하게 만들거나 아예 망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전업계 카드사 당기 순이익

이미지 출처 : 컨슈머 뉴스

 

위의 표를 보시면 카드사의 당기 순이익 증가율은 외환카드와 합병한 하나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하고 있으며 롯데카드의 경우는 아예 적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3%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이 없으면 유지되기 힘든 성장에 기반한 체제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는 카드사는 물론 모든 산업군에 해당되는 법칙이 아닐는지요?

 

앞서의 VAN의 위기도 그렇고 결국 위기의 근원은 카드사의 실적 악화에 있습니다. 실적이 악화되면 당연히 나가는 돈을 단속하게 되고 이는 다양한 고객 혜택 축소와 현금으로 지출 비용이 5% 정도로 큰 영역에 속하는 VAN 수수료를 줄이는데 더 적극적이 될 수가 있습니다.

 

마치 대형 자동차 회사가 실적이 악화되면 관련 하위 산업이 모두 위축되는 경우를 우리는 과거에도 봐 왔고, 그러다 산업군의 대장격 업체가 결국 쓰러지게 되면 휘하의 협력 업체와 일부 산업체들이 같이 붕괴하는 사례도 이미 충분히 많이 보아 왔습니다. VAN과 VAN 대리점도 카드사의 결제 프로세싱을 협력 대행하는 업무가 전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체들이라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카드사의 실적 악화는 수수료 인하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카드 결제 시장의 다양한 실적 악화 사유가 더 있지만 충분히 이를 더 악화시키고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 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위기는 닥쳐올 지도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지급 결제 시장 환경의 변화

지급결제 시장의 환경은 과거와 달리 2, 3년 사이에 아주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주도적인 플레이어가 금융권, 카드사에서 ICT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은 결제 수단으로써의 카드를 좀 더 간편하게 쓰게 하는데 집중되어 있어서 기존 ISSUER에 대한 타격이 적었다면 이제 중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변화들은 전통적인 ISSUER 마저도 배재하는 형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전 글들에서도 강조했지만 한국 금융권의 IT 기술력은 생각보다는 뛰어난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민하면서 근원적으로 소비자 위주의 검색에서 구매, 사용, 처분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관장하는 Total Life Care Service를 표방하는 IT 전문 기업들의 경쟁력과 속도를 따를 수가 없습니다.

사실 금융권과 IT기업은 그 DNA 자체가 다릅니다. 금융 주체에게는 IT가 단순히 목적을 뒷받침하는 지원 수단에 불과했다면 IT기업에게는 IT 기술력 자체가 생명줄이고 속도가 경쟁력인 산업군입니다. 인터넷 뱅크의 출현이 기존 은행권에 지점 축소와 구조 조정 등과 같은 다양한 영향을 주었듯 개인적으로는 국내도 SNS와 모바일 플랫폼과 같은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타입의 발급사(ISSUER)의 출현이 임박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미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가 SNS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바일 결제로 온라인을 뛰어넘어 오프라인 결제 영역에서도 대세가 된 지 오래입니다.

 

중국 모바일 지급 결제 현황

참조 : 여신협회 연구자료, 해외여신금융동향_2017-6_중국_모바일_지급결제시장_내_경쟁_심화

 

중국에서 대표적인 앱 투 앱 결제인 알리페이와 텐페이가 모바일 부문 시장 점유율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고, 오프라인에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뱅크에서 카드, VAN 등 기존 지급 결제 시장의 플레이어를 배재하는 앱투앱 결제를 준비 중으로 국내 지급 결제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구나 해외 핀테크 사례에서 이것만은 전통적인 신용카드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카드 없는 할부 결제 거래를 구현한 어펌(Affirm)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서비스 영역에서의 변화가 지급 결제의 전통적인 영역의 카드사가 같은 곳이 아닌 곳에 새롭게 등장할 일종의 ISSUER 들에게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이들 플레이어 대부분은 SNS나 쇼핑몰 플랫폼 같은 IT 기반 플랫폼 외에도 인터넷 은행과 같은 금융도 이미 손에 넣고 있어 여신 창출 능력도 이미 손에 넣은 상태입니다. 

금융권의 서비스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오랫동안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 위주의 검색에서 구매, 사용, 처분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관장하는 Total Life Care Service를 표방하는 IT 기업들의 경쟁력을 따를수는 없습니다.

출처: https://lucy7599.tistory.com/472 [지후대디의 Favorite]

 

이처럼 중국 및 해외를 중심으로 점차 지급결제 시장이 신용, 체크카드, 직불카드 일변도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결국 국내에도 닥쳐올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우버 모멘트(Uber Moment)

 

현재 전 세계 금융산업은 이른바 ‘우버 모멘트(Uber moment)’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의 카드사 및 여신협회 보고서 등에도 종종 언급이 되고 있어 국내 카드사들과 금융권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실일 겁니다.

 

* ‘우버 모멘트’란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s)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시장 파괴적 기술이나 기업의 출현으로 기존의 산업체제가 완전히 변하는 현상을 의미

 

국내의 다양한 규제와 법, 아직도 위압적인 포스의 금융감독 기관들,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주체인 금융 산업의 공룡들의 경직되고 느린 움직임. 이런 분야의 대한 개인적인 경험(편견)으로 볼 때 과연 국내의 지급 결제 시장의 주체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과거의 편견으로 보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런 시기에는 기존 MS를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고 준비할 수 있는 국내 카드사, 금융 공룡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이것은 VAN 역시 동일한 상황으로 2015년 여신전문 금융업 법 개정으로 금융기관 감독을 직접 받게 되면서 그 운신의 폭이 점차 경직되고 있고(원래도 상당히 보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존의 MS 영역을 제쳐 놓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집중한다는 게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12개 VAN 사들 중 일부를 제외하면 아직 대다수가 중소기업 조직으로 비교적 작은 조직과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다시 한번 지급결제 시장의 변화에서 유연하게 적응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 단순한 결제 처리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VAN은 결제 인프라 관리와 가맹점의 입금/정산 같은 백오피스 업무도 대리점들과 같이 대행하고 있어 생각보다 더 견고하게 가맹점을 옮아 매는 사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반증으로 중국의 앱 투 앱 결제인 알리페이나 위챗 페이도 국내 진출 시 은행 외에도 결국 다수의 VAN에 가맹점 영업과 서비스 중계를 위탁하는 제휴 방식을 통한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약간 시선을 좀 돌리자면 산업 전반의 파괴적인 변화 시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추측은 가깝게는 필름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변화 과정에서의 두 필름 회사의 운명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변화로 필름이라는 본업이 소멸하는 공통적인 상황에서 기존 MS에 집착하며 새로운 필름 기술 개발과 영업 확대에 더 몰두했던 코닥은 결국 파산신청을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최근 코닥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들고 다시 돌아와 부활의 신호를 보이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후지필름은 필름 메이커 때의 화학 원천 기술을 활용하여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영역을 새롭게 개척해내어 살아남았습니다. 후지 필름은 새로운 올해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낼 전망입니다. 매출 2조 4600억 엔(약 24조 1400억 원)과 영업이익 1850억 엔으로, 세계 필름 시장이 최고 호황을 누렸던 2000년 실적의 두 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지급결제시장, 금융산업도 우버 모멘트에 도달한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그 변화의 본격적인 시작이 1년 후 일지? 2년 후일지? 아니면 더 늦추어져 5년 후 일지를 모르는 상태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국내의 VAN과 그 대리점이라는 다소 특수한 유통 환경이 해외에 비해서는 변화의 시간을 다소 지연은 시키겠지만 그러나 결국은 막을 수 없는 변화의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앞서의 후지필름의 사례에서 보듯 산업 전반의 변화에서 오는 위기가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급결제 시장과 VAN 업계가 위기냐?라는 질문에 저는 일단은 그 어느 때 보다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위기만이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기회가 다가오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덧 붙이고 싶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제가 속한 VAN 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얻는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부분은 어쩌면 개인적인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의 절반도 못 했는데 결국 깔끔하지 않은 다소 장황한 글이 되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포스팅에서 나머지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까 합니다.

 

주의 : 해당 글은 아무런 권위 및 근거를 가지지 못한 일개 VAN 업계에서 일하며 취미로 블로깅을 하는 사람의 뇌내 망상 일 수 있음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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