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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Delicious

롯데호텔 제주, 안개 가득했던 산책로

롯데 호텔 제주는 제 개인적으로 추억이 깊은 곳 입니다.

 

10여 년전 첫째 아이를 아내가 가졌을때 태교 여행 삼아 바로 이곳 롯데호텔 제주로 여행을 왔었습니다. 저야 회사에서 해외여행을 가는 일도 있어서 호텔에 숙박을 해 봤지만 신혼여행도 호텔식 풀빌라로 숙소를 잡았던 터라 당시의 아내에게는 일반적인 호텔로는 첫 투숙 경험이었습니다.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부부, 외벌이에 쥐꼬리 만한 연봉에 일만 디립다 많던 시절, 휴가도 며칠 못내던 시절, 회사에서 지급한 기한이 한정된 꼭 써야만 하는 여행권이 없었다면 호텔 투숙에 스위트룸은 아마도 꿈도 꾸지 않았을 겁니다. 여행지를 제주도로 왔더라도 펜션이나 리조트에 투숙을 했을 겁니다.

 

홀홀단신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에서 내집 없는 설움과 가난으로 악전고투하던 그 시절, 그래도 5성급(호텔 등급 체계는 아주 요상하다고 블친이신 호텔리어분에게 들었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롯데호텔 제주 디럭스룸에 숙박하면서 1인에 거의 10만원에 육박하던 야외 뷔페를 먹으며 화산쇼도 바로 앞자리에서 보는 호사를 누려 보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추억이 되었나 봅니다. 짧은 여행 기간에 정해진 금액의 여행권을 다 써야 했기에 별 수 없이 사치를 부려야 했습니다.

 

 

10여년이 지나 관계사의 제품 발표회에 초대되어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비록 날씨는 구름이 잔뜩 낀 흐리고 안개비도 뿌렸지만 그래도 옛 추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때 결혼 하면서 신혼 여행지에서 급하게 산 캐논 익시 디지털 카메라로 담았던 사진들을 투척해 봅니다. 애들 낳기 전에는 정말 젊고 피부도 희고 팽팽했군요. 무엇보다 배도 안나왔었네요! 이때는 아직 뱃속에 있던 아이가 벌써 살짝 사춘기 반항기에 들어섰습니다. 이때의 젊었던 모습의 사진을 보니 애들 키우는 동안 둘 다 폭삭 늙었습니다.

 

 

제주도 공항에 막 도착했을때만 해도 이렇게 날씨가 좋았었습니다. 회사일로 참석하는 거다 보니 카메라는 따로 들고가지 않아서 아이폰X로만 사진을 담아보았습니다. 스마트폰 사진이 옛날 그 시절의 디카 익시보다 오히려 화질이 좋은 것도 생각해 보니 재미있습니다. 

 

1시간 정도 걸려 중문단지에 롯데 호텔에 도착하니 완전 흐린 날씨가 되어버렸습니다. 안개비도 가끔 뿌리는 이런 날씨가 다음날도 계속되었는데 첫날은 6시간 가까이 프리젠테이션과 시연을 보느라 어두워져 버렸습니다.

동종 업계 사람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동종 업계로 이직을 많이 한 저로써는 좀 민망하게도 참석했던 회사들 중 3개가 제가 다녔던 회사다 보니 절반 정도의 참석 인원이 같이 근무한 적 있는 알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보니 술과 회로 저녁 늦게까지 사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늦은밤 숙소로 돌아왔는데 2인 1실을 쓰는데 방이 꽤 큰 편입니다. 스탠다드는 아니고 디럭스 레이크룸 입니다. 10년전 제가 묵었던 방은 디럭스 테라스 오션인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스파나 골프를 간 일행들과 떨어져 홀로 안개비 내리는 롯데호텔 경내를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면서 아이폰으로 사진을 담고 또 추억에 잠겼습니다.

 

 

이렇게 짙은 안개는 살면서 그다지 많이 보지는 못한것 같습니다. 본관 건물이 마치 안개속의 성처럼 느껴집니다.

 

 

롯데호텔 포스팅을 보면 이곳 사진은 꼭 있더라는 야생마 분수대가 있는 장소 입니다. 10여년전 태교 여행때도 아내와 이곳에서 사진을 담았더랬습니다.

 

 

완전 신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길도 밤에 조명 아래서 걸었더랬죠~

잠에서 덜 깨서 조식을 먹느라 조식 뷔페 사진을 담지 못했습니다. 조식 가격도 당연히 꽤 비싸고 양식뷔페 조식은 메뉴도 다양하고 먹을만 했습니다. 따로 식사를 한 일행은 일식뷔페 조식도 상당히 괜찮았다고 합니다. 잠시 호텔안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체크 아웃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아서 호텔 이곳저곳 추억의 장소들을 거닐어 보고 뒤편 산책길을 걸어서 신라호텔쪽으로 산책을 가 볼 생각이었습니다.

 



부슬부슬 안개비가 오지만 이른 계절에도 야외 수영장에 사람이 보입니다. 수영장 물에서는 김이 올라오는 것으로 봐서 따뜻한 온수로 보입니다.




야외 수영장은 투숙객을 대상으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운영을 합니다.



아쉽게도 이제는 화산쇼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설이 낡아 다른 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다른 것인지 야외 뷔페에는 천막이 쳐져 있었습니다.
예전 아내와 이곳에서 뷔페를 했을때는 천막 없이 야외에서 뷔페를 즐겼더랬습니다.





안개가 심하기도 하고 부슬부슬 안개비가 내렸지만 비가 많이 내리진 않아서 우산을 쓰고 산책을 감행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멀리 롯데호텔의 명물인 풍차라운지바와 인공호수가 보입니다.



풍차라운지바를 지나니 중문해수욕장과 올레길8코스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는데 결국 나중에 합쳐지니 어디로 가든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중문 해수욕장 쪽 길로 갈길을 잡았습니다.



빨깐 우체통이 있는 캠핑존이라고 적혀있는 곳인데 캠핑을 하기에는 다소 협소해 보이는데 무엇을 하는 장소일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파도소리는 들리지만 안개가 자욱한 풍경 입니다. 너무 짙은 안개에 바다가 파도소리만 남기고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바다쪽 경치를 보는 건 포기하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신라호텔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예전의 기억으로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광이 아주 멋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곳에서 계속 진행하면 하얏트리젠시 제주 호텔까지 길이 이어 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곳 신라호텔에도 기회가 되면 한번 투숙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사실 그날 산책하면서 날씨가 조금은 원망스러웠는데 비와 안개속의 산책로도 무언가 나름의 운치가 있습니다.



안개비가 조금 거세져서 발길을 돌려 호텔로 향했습니다. 아까 올레8길을 선택했다면 이길로 바로 올라왔을터 입니다. 내리막 돌길에 미끄러지지 말라는 배려로 커다란 미끄럼방지 테잎을 붙여두었습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엘리베이터에는 호텔 내 시설들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롯데호텔은 여러모로 옛 추억에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업무 관련된 행사가 아닌 가족과 다시한번 오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숙박비만 하루에 40만원대로 여행 예산에서 숙박비용으로 지출하려고 생각하기에 너무 비싼 가격이기는 하지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비지니스석의 쾌적함을 느꼈던것처럼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한번 경험한 안락함을 다시 한번 더 느껴보고 싶은것도 사람 마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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