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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명의 한계, 헤이플릭 한계와 불노불사와 관련된 세포이야기, 텔로미어, 텔로머라제

글쓴이는 예전부터 알아둬도 그닥 쓸모없는 지식 이야기들을 좋아했습니다. 이 블로그도 사실 좋아하는 것들(Favorite)에 대해서 그냥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어서 운영 해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오늘 주제로 다루는 이야기도 바로 그런 이야기 입니다.


현재 지구상에 모든 생명체는 생명 활동 영위가 가능한 기간, 즉 수명이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비슷한 시기에 누구나 결국 맞게 되는 죽음과 수명에 대해서 궁금해 왔던 모양입니다. 이 때문에 대개의 문화권에서는 수명을 관장하는 존재와 수명이 적힌 명부에 대한 설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초월한 존재가 우리의 수명과 삶을 정하고 관장한다는 믿음을 가졌던 것입니다.

현재의 사람의 평균 수명은 남자 68.2세, 여성은 73.2세 입니다. 물론 국가별 개인별 수명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0세 이상을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이기에 대체적으로 70세 전후가 지구상 전체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수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과 가까이 사는 반려동물인 개는 13년 고양이는 15년 정도의 수명을 가집니다. 인간과 함께 살며 보살핌을 받아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지만 자연상태라면 대부분 이보다 짧은 생을 살게 될게 분명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종에 허락된 시간만을 살고 있습니다.

 

곤충의 경우는 이 수명이 정말 짦은데 하루살이의 경우 성충은 1시간~1주일이 고작이고 화랑곡나방은 5~13일, 꿀벌은 4주, 모기는 1~3개월, 잠자리는 4개월의 평균수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보기에 정말 찰나의 삶을 사는 존재입니다. 아마도 1,000년을 사는 지적 존재가 있다면 우리 인간 역시 찰나의 짧은 삶을 사는 미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충으로 3개월~1년 가까이 산 후 성충으로 우하하면 입이 퇴하하며 기능을 하지 못해 먹지 못하며 그저 태어나자마자 모든 체력을 다해 대부분 주어진 24시간 동안 종족번식 활동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매우 독특한 생명이다. 어른이 되면 24시간 안에 그저 짝짓기만 하다가 죽게 되는 운명이랄까?

 

하지만 사실 지구상 생명체 중에도 매우 특이한 불노의 삶을 사는 생명체가 있습니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쿨라"라는 어렵지만 불사의 괴물다운 멋진 학명을 가진 해파리는 사실 5mm 크기의 아주 작은 해파리 입니다. 보통의 해파리들은 번식 후 수명을 다하는 반면 이 해파리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는 영화속 설정처럼 글자 그대로 다시 어려집니다. 미성숙체인 폴립이라는 단계까지 되돌아간 다음 다시 성장하는 것 입니다. 어쩌면 이들 중에는 그들 종이 출현한 이후 지금까지 살아온 개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해파리에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글 말미에 설명할 텔로머라제 효소의 작용 때문입니다.

 

조금 다른 관점, 즉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태우고 다니는 유전자와 그 정보의 유구성을 이어가기 위한 소모성 생체 기계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유전자와 그 단백질 정보는 생물의 성을 통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그저 소모성인 껍데기를 갈아타며 영생을 누리고 있는 존재로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생물계의 진화 환경은 이처럼 유전자 정보를 후세에 전달하고 생명체는 그 운반 수단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드넓은 우주의 또 다른 환경에서는 SF등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이와는 전혀 다른 체계와 형태로 진화한 생물체가 어쩌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우주에 탄소가 아닌 금속, 기계로 진화한 생명체가 있었다면 그들은 전자정보나 마그네틱, 또는 양자 데이터를 교환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전자정보를 전달하는 탐침과 칩에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삽입구를 그들의 유전정보 교환과 번식을 위한 생식기로 삼을수도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유명한 SF 인 과거의 스타트렉 극장판중 한 에피소드는 태양계를 떠난 보이저호가 기계 생명체에서 진화한 외계문명을 만나 자신들의 원시적인 동료로 생각되어져 구해진 다음 다시 자신의 근원을 찾아서 지구로 돌아오는 스토리도 있었군요.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멀리 마실나갔는데 오늘의 주제인 "수명"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현재 생명체의 수명에 대한 가장 명확하게 설명한 학설은 세포분열이 가능한 횟수의 제한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헤이플릭 한계라고도 합니다. 이 명칭은 세포가 분열하는 횟수의 한계를 발견한 레너드 헤이플릭 박사의 이름을 따서 지어 졌습니다.

 

사실 글쓴이도 우리 사람종의 수명은 어떻게 결정 되어질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20대 때에야 나의 헤이플릭 한계는 아직 먼 이야기고 와 닿지 않는 이야기 같았는데, 평균 수명의 절반선을 넘어서서 "젊을때 같지 않네" 라는 말을 하게되는 시점부터는 이런 주제에 대해 나름의 사색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진시황이 왜 불노불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도 아니고 그야말로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신 말고는 모든이의 위에 선 정점의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이지만 왜 특별한 나에게도 보통 사람들 처럼 수명은 한계에 다가오고 있을까라고 분명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저야 진시황에 비하자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의 보통의 가장이지만 착실하게 다가오는 수명의 끝을 예상하며 안타까운것은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닐까요?

어! 내가 말이야 최초로 중국도 통일했는데 말이야, 어! 천하에 나보다 높은 사람 아무도 없거든, 어! 그런데 나도 평범한 잡것들처럼 죽어야 한다고?


세포생물학 분야에서 유명한 2개의 세포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흑인 여성의 자궁암 조직에서 채취한 암세포인 헬라세포인데 이른바 "불멸의 세포"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51년 31세 여성 헨리에타 렉스의 자궁경부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한 헬라 세포주는 배양이 쉽고 무한증식이 되는 특징 때문에 지금까지도 세포학 연구에 유용한 재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당시까지 알려진 지식으로는 모든 세포는 일정기간 세포분열을 하고 나면 2~3일 이내에 죽는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헬라세포주는 무한 증식하는 매우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후 이 헬라세포주는 전세계 연구실에 제공되었으며 지금까지 무한 증식을 하게 됩니다.

 

무한증식 단어에 난 왜 이런데 꼿힐까?

사실 글쓴이는 괴기물 덕후


이 무한증식, 무한세포분열이라는 특징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헬라세포주는 소아마비 백신 생산에 이용 되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1950년대 말 조너스 소크 교수는 이 세포주의 무한증식 현상을 활용해 소아마비 백신을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기술을 개발하였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를 소아마비 공포에서 해방시키는 계기를 만듭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기술을 "태양을 특허 낼 수 있습니까?" 라는 멋진 말과 함께 특허에 등록하지 않았으며 이 기술로 벌어들인 재산도 소크연구소 설립을 지원하며 사회에 환원했다는 사실입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부를 위하여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음모론이 종종 나오는 좀비 영화를 즐겨보는 "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유하고 성악설을 신봉하는 글쓴이에게도 참으로 존경스러운 마음을 갖게 만드는 대인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조너스 소크 박사


어쨋든, 이 유명한 헬라세포주는 세포를 제공했던 헨리에타 본인은 사망한 뒤에도 전 세계 연구실로 퍼져나가 2009년에는 전 세계의 헬라세포주의 총량이 20톤으로 그녀의 몸무게의 400배가 넘게 불려졌고 현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꽤 그로테스크하게 들립니다. 세포의 제공자가 죽은 뒤에도 무한히 증식하는 세포라니 말입니다.
어쩌면 헨리에타, 아니 그녀의 세포중 일부는 이미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녀의 몸에서 채취된 헬라세포는 암연구, 에이즈, 독성분석, 유전자지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09년도 까지 6만개의 논문의 소재가 되었으며 현재도 매달 300편의 연구논문이 헬라세포를 이용해 발표되도 있습니다.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학술적, 경제적으로 인류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 세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유명한 세포는 WI-38 세포주라는 다소 딱딱한 이름으로 낙태한 태아의 폐 조직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한 세포주 입니다. 이 세포주는 헬라세포주 같은 무한증식, 불멸의 특징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험실에서 계속해서 배양하고 실험을 하고 있어 또 다른 의미의 불멸을 누리고 있는 세포주 입니다. 이 세포주는 헤이플릭 한계로 유명한 레너드 헤어플릭 박사에 의해서 배양되어지고 유명해졌습니다.

 

레너드 헤이플릭 박사


앞서 언급한 헤이플릭 박사는 암이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하는게 아닐까 하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에 바이러스 노출이 적은 태아의 세포가 필요했습니다. 1950년대 후반 당시 인체 세포에 실험에 대한 도덕적인 관념이 자리잡지 못한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서 낙태한 태아의 세포를 어렵지 않게 구한 헤이플릭 박사는 이 세포를 배양하고 연구하다가 이른바 "헤이플릭 한계", "헤이플릭 분열한계"라 불리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배양한 태아조직은 대개 50회의 세포분열 후 분열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모습을 관찰하고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동료인 폴무어헤드 박사와 1961년 논문으로 발표하게 됩니다. 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의 탄생이었습니다. 

또 헤이플릭 박사는 이 세포주를 얼려서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되어 다양한 세포주기에 증식이 가능하도록 세포주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 세포주들은 이후 전세계 연구실에 나주어 주었습니다.

WI-38 세포주는 각종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는 특성으로 우선 풍진, 수두 백신 대량 생산에 이용되었고 소아마비, 홍역, 대상포진 같은 다양한 질병에 대한 백신 생산과 류머티즘 관절염, 낭포성 섬유증 같은 질병의 치료약 개발에 활용되도 있습니다.

다만 헤이플릭 박사는 앞서의 존경과 명예를 얻은 소크박사와 달리 힘든 말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노화연구소 소장 후보에 거론되며 연구비 횡령등의 시비에 휘말렸으며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어야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헤이플릭 박사의 문제 보다 그의 연구성과나 세포주나 개발한 기술에 대한 로열티가 거의 인정되지 않았던 상황등을 들어 주목하여 문제삼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헤이플릭 교수 개인사는 우선 제쳐두고 그의 발견은 노화의 원인이 무한하지 않은 세포분열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게 됩니다. 이후 캘리포이나 제론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발견한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에 연결된 일련의 핵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의 세포가 분열할때마다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져서 노화에 관련된 세포 손상과 사망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텔로미어는 쉽게 비유하자면 신발끈 끝에 달린 플라스틱 꼭지로 우리 DNA가 복제되면서 일부가 손실되거나 올이 풀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말단인 셈입니다.

 

노란색 부분이 염색된 텔로미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과정


우리종, 아니 지구상의 세포분열을 하는 모든 생물종의 수명은 이 "헤이플릭 분열한계"의 원인이 되는 텔로미어 길이로 정해져 있습니다. 아 물론 앞서 소개한 해파리나 일부 암세포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이른바 "DNA 끈의 꼬다리"의 길이로 각자 미리 정해진 수명을 사는 셈입니다. 많은 문화권에서 우리 수명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던 초의 길이나 등잔 심지의 길이가 의외로 정확한 비유로 느껴집니다.

자 이제 우리는 헤이플릭 한계라는 수명의 한계를 과학적으로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창조주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렇게 대충 허술하게 생명체의 수명을 정해둔것을 들킨것 같아 부끄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도 마찬가지 였지만 이쯤에서 많은 분들은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 입니다. 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리거나 보수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생명도 늙지 않고 계속 연장할 수 있는 불사가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 입니다.

앞서 헬라세포 이야기중 다루었던 말을 떠올리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헬라세포는 일종의 암세포였습니다. 그리고 무한히 증식 분열이 가능했습니다. 암세포 중 약 85%는 세포분열을 격렬하게 반복해도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암세포에 있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 때문인데 이 효소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계속 유지 할 수 있게 염색체의 끝에 염기를 붙여주는 작용을 합니다. 암세포는 정해진 세포의 수명을 따르지 않고 계속해서 증식, 폭주하는 돌연변이 세포이기도 합니다.

앞서의 불사의 존재, 다시 어려지는 해파리의 경우도 이 텔로머라제 효소를 활성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어려지고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사람의 경우에는 배아기 세포가 성장해 뇌세포 및 심장세포가 분화된 후에는 텔로머라제 생산이 중단됩니다.

향후 지속적인 암세포 연구를 통해서 체세포에도 텔로머라제를 적용하여 텔로미어 길이를 계속 유지 할 수만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인간도 늙지 않고 영생을 누리는게 가능해집니다. 거기다 세포 분열의 주기나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 할 수 있다면 SF나 만화에서 보는 엄청난 회복능력과 불사의 신체도 과학으로 재 탄생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현재의 텔로머라제 연구는 수명 연장이라는 그 목표는 같지만 구현해 내려는 방식은 양 극단에 처해져 있습니다. 텔로머라제 활성화를 통해서 수명을 연장시키려는 연구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텔레머라제 억제를 통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줄여서 수명을 늘리려 시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알아둬도 쓸모없는 지식으로 우리 수명의 한계와 텔로미어, 텔로머라제 이야기를 한번 다루어 보았습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그토록 찾아 헤매이던 불로초를 찾지 못하고 현대의 평균 수명보다 짧은 50세에 명을 다했습니다. 어쩌면 그가 그토록 찾아 헤메었던 불로불사의 명약이 있다면 바로 현대의 생명과학이 발견해낸 텔로머라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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