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국내 신용카드 결제기 변화사

2018.01.10 00:05 IT Device Game

나 조차도 종종 한국 사회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이렇게 광범위 해지고 현금 없이 달랑 카드 한장만 들고 다녀도 큰 불편이 없어진 것이 꽤 오래된 것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불과 4~5 년전만 해도 꼭 현금을 지갑에 얼마라도 들고 다녀야 했었는데 지금은 편의점에서 900원짜리 음료수를 사면서도 당연한 듯 카드결제를 하고 있습니다.


"카드 결제 안됩니다" 라는 거부도 들어 본지 한참 오래된 것 같고, 오늘도 지하철역 가판형 어묵집에서 부산오뎅 2개를 먹고 2천원을 자연스럽게 카드 결제를 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카드를 받지 않는 곳도 있긴 하지만 이제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길거리 가판 먹거리 상점들 같이 아주 소액을 받는 곳들입니다.


앞서 글에서도 한번 다루었지만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카드를 편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것은 다양한 카드 결제 인프라의 확산도 일조를 했습니다. 그 인프라의 대표격인 우리가 흔히 보는 카드 결제기들도 짧은 한국 신용카드의 역사 속에서 참 많이 변화해 왔습니다.


오늘은 그런 결제기의 역사에 대해서 가볍게 다루어 볼까 합니다. 사실 저도 신용카드 결제 업에 꽤 오랫동안 몸 담아 왔지만 단말기나 POS 같은 결제기에 대해서 정통 하지는 못합니다. 재미로 시작해서 정리해 본 오늘 내용 중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댓글로 지적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압인기, 이미지 참조 : mumishop 인스타그램


아래 이전 글을 읽고 오시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IT Device Game] - 신용카드 결제방법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


아마도 최초의 카드 결제기라 할 수 있는 기구는 바로 위의 이미지와 같은 전표 압인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꽤 옛 드라마였나 영화였나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자로 설정된 주인공이 고급 식당에서 카드를 내밀면 위의 사진과 비슷한 압인기로 카드번호를 전표에 압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도 배경이 1980년대 초 쯤을 무대로 했던 것 같은데 당시만 해도 신용카드는 아무나 들고 다닐 수 없는 부의 상징물 같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압인전표, 이미지 출처 불명


바로 위와 같은 압인 전표를 이용하였는데 압인기가 최초의 결제기가 아니라면 아마도 연필이나 볼펜을 최초의 결제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압인 전표는 사실 이제는 거의 보기 어렵지만 현재도 일부 사용되는 곳이 있습니다. 특수한 환경이나 카드 결제기가 고장 났을때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승인을 낸 뒤 카드를 대고 슬슬 긁어서 압인 전표를 만드는 방식 입니다.


압인전표, 이미지 출처 불명


현재 우리가 카드 결제를 하고나서 보통은 바로 버리는 아래와 같은 요즘의 신용카드 승인 전표의 조상님 입니다.

 

 

전산과 연결이 되지 않은 먼 옛날, 카드 결제를 하고 압인 전표를 쓰던 그 시절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도난, 분실 또는 정지된 블랙리스트 카드의 확인이 문제 였을 것 입니다. 아주 먼 옛날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카드사에서 이 불량 리스트를 인쇄하여 카탈로그 책자 형태로 가맹점에 배포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승인 행위는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 고객이 제시한 카드가 블랙리스트에 없는지 조회한다. (신용카드 조회 또는 체크)

   초기에는 블랙리스트 책자 에서 찾아 보는 것에서 차츰 카드사에 전화해 조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카드사 직원이 직접 전화를 받아 카드 정상 여부를 확인하던 방식이었다. 무인 ARS 는 생각보다 늦게 1989년 경에 도입 됨)



* 정상적인 카드로 확인이 되면 압인 전표를 작성하고 승인처리


글쓴이는 처음으로 결제 관련 회사에 취업 했을때 왜 신용카드 승인, 결제를 하는 단말기를 "조회기", "체크기" 라고 부를까 궁금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옛날의 카드 승인 이라는 행위는 이 신용카드를 사용 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을 조회하는 행위였고, 카드 정상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주 목적 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현재의 신용카드는 이제는 결제 행위에 가깝지만 당시의 전통 때문에 지금도 신용카드 결제용 단말기를 현재도 "체크기", "조회기" 라고 부릅니다.

1988년 즈음에 몇몇 업체가 전화선에 기반해 카드를 전산시스템으로 조회하는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의 결제 단말기는 앞서의 설명 처럼 말 그대로 신용카드의 정상 여부를 조회 또는 체크 하는 행위를 하는 기기 였습니다.

한국 VAN의 역사에서 사실상 빼 놓을 수 없는 회사가 있는데 바로 한국정보통신(KICC) 입니다. 사실상 VAN의 시작점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회사이고 80년대 말 부터 이지체크라는 당시로 보자면 보급형 카드 조회기를 널리 퍼트린 회사 입니다.



이 회사의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의 모델명 또는 브랜드 명이었던 "이지체크"는 아직까지도 VAN사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어 있습니다. 요즘도 가맹점등과 회의를 하면 모든 단말기를 "이지체크기"라고 지칭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1990년 부터 점차 고가 취급 가맹점 부터 카드 조회기 설치가 카드사에 의해서 의무화 되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도 아예 카드 조회 단말기를 "이지체크"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사실상 이 시기만 해도 아마 유일한 카드 조회기 공급 회사가 아니었을까 생각 됩니다.


이 "이지체크" 즉 신용카드 조회기가 조회 후 바로 영수증까지 프린트 하는 기능을 가지게 되면서 부터는 더 이상 "조회","체크"기 라기 보다 겉으로 보기에도 승인, 결제기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게 변화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사실은 정확이 말하자면 아직도 신용카드 결제 행위는 조회 행위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카드 승인(조회) 후에는 실제 가맹점이 거래 확정을 짓는 매입 업무가 따로 존재 하기 때문 입니다. 그러나 DDC 같은 전산적인 자동 매입 처리가 등장한 이후로 이제 신용카드 승인은 조회가 아닌 겉으로 보기에 즉시성 결제로 더 많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의 초기 조회기들은 거의 외국에서 수입된 기기들이었고 1990년도 부터 국산화가 되었는데 대부분 해외 단말기들을 참고(라고 말하고 배꼇다 할 수 있는)한 기기들이 출현 했습니다. 1993년 2월 13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그제서야 한글 메뉴를 가진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카드를 쓰기 시작하던 시점까지도 이 "이지체크", 즉 카드 단말기는 그리 크게 변화 하지 않았습니다. 98년도에는 무선 단말기가 출현하고 더 이상 외산 단말기 보다는 "한창 시스템" 같은 다수의 국내 단말기 제조 업체들이 성장하고 경쟁하는 구조가 되었으며 전화선 보다 인터넷을 쓰게 되었지만 그 기본 틀은 꽤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통신사 상품과 결합한 무선 단말기들은 새로운 상품 형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약품 처리된 3장이 겹쳐진 이어진 영수증을 카드 단말기 프린터가 때려서 가맹점용, 카드사용, 고객용 전표를 찍어내던 시절 이었습니다.


스프라켓 전표


지금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감열지 인쇄 방식으로 바꼈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어찌나 빠른지 어느 순간 스프라켓 전표라는 걸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단말기 내부적으로는 온전한 펌웨어 개발에서 리눅스OS 기반 개발으로 그 개발 방식의 큰 변화가 있었지만 컬러와 터치 UI 단말기들이 등장전 까지는 그 겉모습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비슷 하던 단말기 디자인에 다소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단말기도 상점 인테리어의 일부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말입니다.


다양한 VAN사의 일부 카드 결제기 이미지를 몇장 첨부해 봅니다.


아래 처럼 전통적인 체크기 조회기 디자인에서 발전한 단말기 형태도 여전히 많이 보입니다.


여전히 전통적인 모양이지만 유선 대신 LTE로 무선화 한 단말기 도 보이고


천편일률적이던 기존의 디자인을 과감히 탈피하거나 독특한 디자인을 시도한  제품들도 있습니다.





오늘의 포스팅 주제는 아니지만 신용카드 결제기의 반대편에는 POS라 불리는 또 다른 결제기기가 있습니다. 사실 판매관리시스템과 결제기를 혼합한 형태에서 출발한 이 기기는 IBM 이나 후지쯔 같은 외산 POS에서 출발해서 국산 제조사의 전성 시대가 있었고 현재는 적어도 H/W 면에서는 제조 단가 문제로 중국산 같은 외산 POS의 전성시대(?)가 다시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판매나 주문시스템과 결합하여 신용카드 결제가 부수적으로 지원되는 형태로 그 하드웨어는 발전했지만 사실 WINDOWS 환경에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점에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카드 결제기가 눈에 잘 띄진 않았지만 이른바 완전한 펌웨어 개발 방식에서 모바일 OS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저사양 기기용 OS 기반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리눅스OS 기반을 주류로 펌웨어 개발 방식이 변화 되는 동안 POS는 WINDOWS 버전만 변화 해 온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태블릿 기반의 POS가 등장하면서 IOS나 안드로이드 기반 POS도 실험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결제기, 즉 단말기 역시 실험적인 안드로이드 기반 단말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다소 실험적이긴 하지만 이런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단말기의 등장은 단말기와 POS라는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온 신용카드 결제 기기들의 경계를 어느 정도는 허물어 뜨리고 점자 그 갭을 줄이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해 보게 됩니다.


재미삼아 보는 신용카드 결제기기의 역사


지금까지 수박 겉햝기로 살펴본 신용카드 결제기 이야기 였습니다. 최초의 체크기가 등장한 이후 전통적인 형태에서 서서히 변화해 왔던 신용카드 결제기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또 다시 변화의 흐름 앞에 서게 된 것 같습니다. 다소 보수적이던 이 결제기기들도 그 어느 때 보다 다시 한번 변화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전문가 분들에게는 한 없이 가볍고 관련 분야가 아닌 분들에게는 무슨 소리지? 하는 포스팅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어정쩡한 경계에 선 제 한계이기도 하니 그저 재미로 너그러이 봐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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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리실력에 놀랐네요.
    나무위키보다 더 정리 잘하신거같아요.
    안압전표...ㅋㅋㅋ
    저런 시절도 있었다니...놀라워요,
    요즘도 사실 배달시키면 현관앞에서 결제하는거도 가끔 놀라운데..
  2. 와우...압인전표..옛날에 신용카드 처음 사용할 때 한두번 본 기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