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의 요정, 옛날 드라마에 대한 잡담
보통 "샴푸의 요정"으로 검색해 보면 시, 드라마, 노래가 나오는데 사실 이들 셋은 서로 연관이 있습니다.
"샴푸의 요정" 드라마가 해당 시로부터 착안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으며 노래 역시 드라마 삽입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이 옛날 드라마를 포스팅하게 된 건 (포스팅거리가 없었...) 우연히 이 노래를 버스 안에서 듣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노래를 들으면 자동으로 주인공이었던 단막극이 떠오릅니다. 홍학표와 채시라, 그리고 매력적인 조연으로 윤석화 씨가 나왔던 이 드라마가 자동으로 연상이 되는데, 사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다소 딱딱하고 쓸데없이 진지하던 많은 한국 드라마와 달리 억지 감동을 만들려는 요소도 별로 없고, 캐주얼 하면서도 유머스러운 분위기와 조역이 감초로 제 역할을 하는 트랜디한 드라마였습니다.
그래서 어린 제게는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의 시초 같은 느낌으로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 기억하고 있으면 아재....)
샴푸의 요정 스틸 컷, 스토커의 등장
이미지 출처 : 감성 오디오리오 사운드 카페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호텔에서 옷을 벗고 나온 주인공이 자동으로 닫힌 문 때문에 좌충우돌하던 장면입니다. 워낙 코믹하기도 했고 홍학표 씨의 어눌하면서 소심한 남성을 표현했던 연기가 그 장면을 더 잘 살렸습니다. "아 호텔 문은 키를 안 가지고 나오면 자동으로 잠기는구나" 하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그 외에도 다양한 유머의 요소와 패러디도 있었습니다. 드라마 자체가 유쾌하고 윤석화 씨가 연기했던 노처녀도 많은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습니다.
송골매의 마이크 감전 사고를 차용한 극중 채시라의 연인이 마이크 감전으로 쓰러지던 장면이라던가 당시의 다른 드라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믹극 요소들이 제게 이전과 이후 드라마를 구분하는 잣대가 되었습니다.
지금 보면 사자머리에 무서운 얼굴 화장인데, 그 당시의 제 시각으로는 채시라 씨도 무척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미모와 화장법의 기준도 사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지요.
가나 초콜릿 광고 모델 시절의 채시라
이미지 출처 : 오마이 뉴스
당시에 유선이라 불리는 케이블 TV들이 많이 확대되면서 홍콩 코믹물, 액션 영화들을 안방에서 유선 채널로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상대적으로 당시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너무 억지웃음을 유발하거나 (물론 지금 당시의 홍콩 영화를 다시 보면 헛 웃음이 나지만 그 당시의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진지하기만 하거나 어쩐지 어설펐던 터라 스타일 자체가 충분히 차별성을 가진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 이후 홍학표, 채시라 씨는 청춘스타가 되었고 윤석화 씨도 특유의 목소리와 매력으로 한동안 이곳저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타가 되었습니다. 스토커로 출연했던 이효정씨도 사극 등에서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채시라의 연인 역으로 나온 윤철형 씨도 아들과 딸에서 그 유명한 "준이 오빠"로도 만날수 있었습니다.
전성기 시절 홍학표, 맨 왼쪽
드라마의 주인공 이현재(홍학표 분)은 8,90년대 일본 만화의 남자 주인공들처럼 어리버리에다 어리숙 하기까지 합니다. 유행했던 오렌지 로드의 남자 주인공이 어리버리 하지만 초능력을 숨기고 있듯 이현재도 백수의 모습 뒤에 놀라운 뒷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알고 보니 재벌2세)
대강의 드라마 줄거리는 미대생이었던 이현재(홍학표) 샴푸 광고 모델이던 신애리(채시라)에 반해 그녀가 있는 CF 회사에 입사하게 됩니다. 사실 이현재는 재벌가의 차남으로 집안에서 내쳐진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형이 죽으면서 재벌가에서는 끈질기게 그를 다시 데려가서(강제로) 다른 재벌가의 딸과 결혼 시키려고 사람들을 계속 보냅니다.
드라마는 배배 꼬아야 제맛이라고, 어리버리한 이현재(홍학표)에 신애리(채시라)는 관심이 없고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노처녀 상사인 문희(윤석화 분)에게 이현재가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오해를 심어주고 맙니다.
윤석화, 이미지와 느낌이 좋아했던 여배우
현재는 학력위조 및 조세회피 이슈로 연예계에서 사라졌다.
이미지 출처 :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블로그
이 오해가 코믹한 상황들을 만들어가던 와중에 애리의 연인인 로커 철민(윤철형 분)이 마이크 감전 사고를 당하자 이현재가 사고를 조작한 범인으로 몰리게 됩니다. 결국 이현재는 그런 상황들을 해결하며 결국 진범인 애리의 스토커(이효정 분)도 잡고 애리의 사랑도 얻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윤철형
이미지 출처 : HANCINEMA
이효정
이미지 출처 : 블로그 남자배우 50대이상 결혼생활
지금의 시각으로만 보면 지나치게 평면적인 시나리오에 요즘은 공격당하기 딱 좋은 노처녀 희화, 다소 어슬픈 장면들도 있지만 이 드라마가 만들어진 때가 1980년대 후반 이었다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당시의 흔한 후까시 무게 징하게 잡던 마초 스타일 비운의 주인공도 아니고 새드 엔딩도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1988년 당시에 극장 개봉된 한국 영화/애니메이션 제목들만 봐도 당시 분위기가 이해가 될 듯합니다. 사실 1988년에는 에로물이 가장 많았습니다.
떠돌이 까치, 가루지기, 대물, 고금소총, 매춘, 변강쇠 3, 파리 애마, 성공시대,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이장호의 외인 구단2 등 이런 작품들이 1988년 개봉작 일부인데 제목들만 봐도 감이 오실 겁니다.
아래는 명작 드라마같이 옛 드라마를 소개하는 모 TV 프로에서 소개되었던 샴푸의 요정 영상입니다. 90년대까지도 자주 재 방송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삽입되었던 노래도 꽤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래는 리메이크 곡 링크 입니다. 사실 제가 버스에서 들었던 노래는 2004년도 리메이크곡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옛 추억에 참겨 잡담을 풀어보았습니다. 혹시 이 드라마 기억하는 저와 같은 아재 분 계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