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14년간 C/C++, Unix 환경에서의 개발자였습니다.
개발자였습니다.라고 쓴 이유는 사실 이제는 실제 개발 업무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40대가 되면서 많은 시니어 개발자가 선택하는 길인 관리자의 길로 들어섰고 최근 몇 년 간은 주 업무가 개발 미팅에 참석하거나 요건 수립을 하거나 개발 일정을 테트리스... 아니 일정 조정을 합니다. 또는 WBS 상의 일정을 체크하며 때때로 직원들 프레스하고(아 내가 개발할 때는 젤 싫어하던 건데...) 연말이 되면 팀원들의 인사고과를 매깁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제가 개발자로 뺑이 칠 열심히 개발을 할 때의 제 팀장님들의 모습이 어느새 겹쳐 보이는군요. 다행히 제가 개발자로 있을 때보다 더 뛰어난 개발자들을 팀원들로 두고 있어서 그럭저럭 무난하게 버티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14년이나 주로 밤에 불을 밝히며 개발을 했기에 질릴 만도 한데 아직도 가끔 직접 개발을 할 일이 생기면 꽤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가 해왔던 개발 언어 외에 손 쉽게 GUI를 만들 수 있는 개발 언어를 하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누군가 시키거나 일로 했던 개발 외에 나를 위한 개발을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나 봅니다.
프로젝트 같이 기한에 쫓기는 그런 개발이 아닌 그냥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나를 위한 개발은 어쩌면 훌륭한 취미 생활(?)일지도 모릅니다. 대부분 개발자의 길에 들어선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닌 남을 위한 것을 만들며 밥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이제 젊었을 때 열정은 없으므로 어렵기보다는 주변에서 배우기 쉽다는 Python을 배워보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현재는 JAVA가 대세인 모양이고 과거에 온 갖 잡일 다 하는 초년병 일 때는 누가 시켜서 JAVA로 애플릿도 끄적끄적 만들 아예 개발을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 개발 언어는 저와 상성이 맞지 않는 듯합니다.
Python 예제 코드는 C/C++ 개발을 했던 제게는 그냥 어쩐지 눈에 무척 익은 느낌입니다. 사실 JAVA도 코드 자체는 그렇긴 한데... 사실은 그냥 제가 JAVA가 싫은 거겠죠.
사람마다 이유 없이 싫은 게 있는 법입니다. 당근 주스는 잘 마시면서 볶음밥에서는 당근을 골라내는 아들처럼 말입니다.
음... 나이가 들면 확실히 쓸데없는 말이 느는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이 글은 오랜만에 거창하게 프로그래밍 관련 글을 쓰는 건 아니고 주말에 여흥으로 Python으로 GUI 프로그램 개발을 좀 해 볼까나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튜토리얼을 다운로드하고 관련 tool들을 찾아서 깔았다가 취미 생활을 시작도 전에 좌초될 뻔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튜토리얼이 시키는 대로 PyCharm 과 Anaconda를 설치하고 빈 윈도를 띄우는 코드를 치고 run을 했더니 PyQt5를 import 하는 코드에서 아래와 같은 오류가 떴습니다.
"ImportError DLL load failed: 지정된 모듈을 찾을 수 없습니다."
뭐 Python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환경 구축을 많이 해 봤던 것도 아니고... 튜토리얼대로 설치했는데 참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결국 폭풍 구글 검색을 했고 Windows python을 다운로드해서 python.dll 을 덮어씌어라 Python 낮은 버전을 써라, Visual C++ Redistributable package를 설치해라 등등 많은 방법을 시도했는데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번 PyCharm 과 Anaconda를 다시 받아서 설치하고 uninstall 하기도 서너 번, 이건 뭐 시작도 전에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슬슬 들었는데 구글링을 하다가 별로 주목받지 못한 마지막에 발견한 방법을 보고 한번 따라 해 보았습니다.
"conda update pyqt"
바로 Anaconda 프롬프트 창에서 conda update로 pyqt를 업데이트 받는 방법이었는데 포기 직전에 다 지우기 전에 해보자~였는데 이게 먹혔습니다. 오류가 깔끔히 사라지고 빈 윈도우 창이 짠 뜨더군요.
어매 몇 시간 헤맨 것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이었어?
혹시나 이미 구글링을 통해 나오는 다양한 해결법을 다 해 보았는데도 저처럼 해결하지 못한 분이 있으시다면 모두 uninstall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마지막으로 이 방법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저처럼 시간을 허비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분명히 나중에 기억 못할 제 기억력을 믿지 못해서 남겨 둡니다.
아 혹시 저 처럼 Anaconda Prompt가 어디있는거야? 하고 한참 못 찾을 분을 위해서 위의 스샷 남겨 둡니다.(사실 요즘 기억력 감퇴가 심각해진 절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