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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사진 후보정은 정말 디지털 시대의 부적절한 행위일까?

아무생각 없이 미러리스 하나 장만하여 아이들 사진을 가끔씩 찍다가 어느 순간 본격적으로 디지털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DSLR 카메라를 장만한 것은 2014년 11월 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1년 남짓 세월이 흘렀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사진에 빠져드는 나이보다도 훨씬 늦게, 주변에서 DSLR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유행하던 그런 시기도 다 보내고 나서야 한참 뒤 늦게서야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어떤 카메라가 좋은지 리뷰 글을 찾아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무보정 리사이즈" 라는 문구 입니다. 처음에 이 말이 의미하는 말을 깊게 생각하지 못해서 대부분의 블로그 글에 이러한 문구가 들어가 있다보니 보정은 나쁜것이구나 하는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저도 모르게 이 문구를 따라서 적은 예전 포스트들을 보니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보정 후 사진


보정전 사진


1년 남짓 주말마다 아이들 사진을 찍고 재미를 붙이다 보니 어느 순간 카메라 리뷰 등에 붙은 "무보정 리사이즈" 라는 말은 일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공장 출시 설정으로 맞추어진 카메라의 기본적인 색감이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붙이는 문구이구나 하는 것을 깨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보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사진을 최대한 눈에 보이는 그대로 찍는게 아닌 여러 기법들(아웃포커싱 같은)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종종 혐오를 받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제가 오막삼(5D Mark III) 과 만투 (EF 85mm F/1.2L II USM) 와 같이 DSLR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꽤 고급 장비를 무리해서 마련하게 된 계기는 무척 사소합니다. 아이들 사진을 예쁘게 찍는데 관심이 많았다 보니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Lisa Holloway 해외 여류 사진 작가의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이렇게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입니다.


Lisa Holloway 의 사진들


아주 순진하게도 같은 바디에 같은 렌즈이면 배경을 잘 고르고 빛만 잘 맞추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줄 알았더랬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전 같은 장비를 쓰면서도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인터넷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를 보고서야 사진 후보정이라는 장르를 알게되었습니다. 촬영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녀가 유명하게 된 수 많은 이유중의 일부는 그녀의 뛰어난 사진 보정 기법에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직도 보정에 대해서는 초보 수준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이런 저런 사진 보정에 대해서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초보의 특권으로 HDR 보정툴이던 포토샵이던 DPP, 라이트룸 가리지 않고 원하는 사진이 나올때 까지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사진커뮤니티나 모임 활동보다는 가까운 사진찍는 아마추어 지인들과의 교류? 또는 유명 작가들의 블로그를 통해 눈으로 읽고 사진을 보는 정도만 하고 그냥 막무가네로 사진을 찍고 이런저런 시도를 혼자 많이 하다보니 편견에 물들 일이 별로 없었다는 점 입니다.


보정 후 사진


보정 전 사진


편견과 같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진이 안 변하는 것 같은 답답한 마음에 오프라인 출사도 하는 온라인 사진동호회에 가입을 해 보았는데 "조리개는 꽉꽉 조이고 무보정 만이 진리", "아웃포커싱은 초보나 하는 것"이며 특히 후보정을 하는 것을 종종 혐오하는 논조들과 가끔 마주치게 되었기 때문 입니다. 취미 가지고 이런저런 논쟁을 하긴 싫어서 그런 주제를 서로 논하는 걸 피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거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진 취미 경력이 일천하여 그 분들의 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류의 이야기는 한국 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매력적인 필름 카메라(저도 언젠가는 경험해 보고 싶기는 합니다.)가 좋으면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쓰면 되고 조리개를 F22 까지 조여서 쓰고 싶으면 조여서 쓰면 되고 F1.2로 마구 배경 날리고 싶으면 날리면 되는 것일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의외로 사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보다 오히려 사진 취미가 오래된 사람들 중에서 후 보정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경우가 제가 느끼기엔 많았습니다. 주로 "후보정을 한 그것은 사진이 아니다" 와 같은 말들 입니다. 정말로 이러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사진 후보정은 디지털 시대에 생겨난 못된 습관이고 부적절한 행위인 것일까요?


궁금증에 이리 저리 찾아본 글들에서는 오히려 "보정은 촬영의 완성이다" 와 같은 상반된 취지의 발언을 하는 유명 사진가들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밝기만 살짝 조정한 사진


보정 전 사진


사실 거창한 후보정 기법 같은 것이 아니라 사진의 밝기만 살짝 조정해도 훨씬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왜 이것을 하지 않고 꼭 무보정 리사이즈만 주장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캐논 카메라를 써 오신 분들이라면 카메라에 셋팅된 픽쳐스타일만 다르게 선택하고 써도 사진의 느낌이 달라지는 걸 아실것 같습니다. 이미 디지털 카메라는 바디자체에서는 1차적인 후보정을 한 결과나 다름 없는 과정으로 JPG를 만들고 있으니 JPG 원본 논란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그 옛날 디지털시대 이전 시대에는 후보정이 없었을까요? 궁금해서 몇가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다게레오타이프(Daguerreotype)라 불리는 은판 사진(흑백) 시대에 채색된 사진 입니다. 아이들의 뺨을 생기있게 보이도록 붉게 칠한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사진 위에 물감으로 색을 입힌 것으로 요즘으로 치면 사진에 후보정을 한 것입니다.


출처 : 100 Idea that changed photography


아래는 인도의 소왕국의 권력자의 초상 사진 인데 색을 지나치게 입혀서 사진이라기 보다는 그냥 그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떡보정" 이라는 용어가 잘 어울일까요?


출처 : 100 Idea that changed photography


너무 옛날 이야기니 조금 최근의 이야기를 찾아보면 세계적인 보도 사진 작가 그룹으로 유명한 매그넘의 사진들도 필름 시대에 사진 보정을 했었다는 재미있는 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들에서 수많은 숫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역과 숫자는 사진의 부분 부분에 대한 필름 시대의 사진 작가들의 세밀한 보정 작업을 의미한다. 결국 유명 사진 작품들은 구도, 노출, 조리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정된 현상 과정까지 거쳐서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후보정 없이 촬영 기술만으로 완벽한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세계적인 작가들조차 이러한 보정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은 후보정에 대해 조금은 융통성 있는 자세를 갖게 해주지 않을까?


이미지, 글 출처 : 이미지 출처 : https://www.slrlounge.com/magnum-photos-darkroom-magic-genesis-photoshop-lightroom


이미지 출처 : https://www.slrlounge.com/magnum-photos-darkroom-magic-genesis-photoshop-lightroom


필름 사진을 현상할 때 현상액 종류나 농도, 온도, 인화지에 쪼이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닷징, 버닝 등 작업이 현상 과정에서 후 보정 방법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멀리 볼 것 없이 제가 사회인이 되어 취업을 위한 이력서를 쓸 때만 해도 많았던 동네 사진관에서 증명 사진을 찍으면 그땐 분명 필림의 시대였건만 배경이나 얼굴의 잡티가 보정된 사진을 받았더랬습니다.(아 혹시 필름 증명사진 이야기는 아재 인증 일까요?)


그렇다면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소비되는가 하면 대부분의 경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하면 스캔을 해서 디지털화 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는 스캐너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밝기나 색상으로 스캔된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fotomaru.com/bbs/board.php?bo_table=forum&wr_id=42


이 경우의 사진을 정말 원본 그대로의 무보정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몇몇 예를 들었지만 이처럼 사진이란 매체는 은판 시대 부터 필름 시대에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보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로 볼때 디지털암실에서의 인화라고도 표현되는 사진 후보정이 정말로 그렇게 부적절한 행위로 매도 당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보정이라고 할 것도 없는 부족한 실력에 취미로 이제야 막 사진의 세계의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다보니 저는 아직은 이런 논쟁들로 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떡보정이든 HDR 보정이든 제가 하고 싶으면 하고 살려고 합니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것도 아니고 전 어디까지나 아빠 사진사로 제가 찍은 사진, 우리 아이들 사진이 이쁘다고 느껴지면 그만이니까요.


사실 오늘 글은 요즘 제게 과도한 "가르침"(가끔은 집착에 가깝게 무조건 본인 의견이 맞으니 거기에 따르라는 강요에 가까운...)을 주려는 일부 몇몇 분들의 강요에 대해서 문득 일어난 반발심으로 적은 글이기도 합니다. 그래요 아무래도 전 이미 틀렸어요. 이제 절 그만 포기해 주세요~. 그냥 지금 처럼 아웃포커싱으로 배경도 팍팍 날릴꺼고 그 싫어들 하시는 허접한 떡보정도 혼자 만족해하고 살거랍니다. 언젠가 고수가 되면 저도 조리개 조이고 무보정이 진리 이렇게 말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때까지만 그냥 두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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