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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Device Game

아무도 관심 없을 것 같지만, 외식업 POS와 VAN의 역사, 한국 POS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원에 대한 고찰

우선 글쓴이는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개인적인 사견을 적어보는 것임을 서두에 언급드립니다. 아무런 공식적인 권위가 없는 일개 개인의 의견으로 판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OS(Point of Sales)라는 용어는 일반인들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용어로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리들이 보통 들리는 편의점, 외식업장, 유통 소매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산 및 결제를 같이 행하고 판매 및 매출 관리를 위한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외식업이나 소매점 같은 자영업을 해보셨거나 편의점 알바를 했다면 반드시 한 번은 이용해 봤을 만큼 많이 사용되는 기기입니다. 사실 H/W 자체는 일반적인 PC와 큰 차이가 없고 사실 POS라 하면 좁게는 내부에 담긴 POS S/W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결제를 위해 쓰이는 도구로 한국에서는 신용카드 '단말기'로 지칭되는 기기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단말기 형태도 화면적인 구성이 있으면 POS라고 혼용해서 부르는 해외와는 다르게 국내에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위한 단순한 결제기는 CAT(Credit Authorization Terminal) 또는 단말기(Terminal) - 해외에서 EFT( Electronic Funds Transfer)  Terminal로 주로 지칭됨 - 그리고 PC와 비슷한 H/W를 갖춘 POS로 자연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편입니다.

 

CAT
단말기(CAT)

 

POS
POS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의 시장 환경상, 이중에서도 고정적인 개발사 또는 자체 개발사를 운영하는 유통업종과 달리 일반적인 POS 회사들이 많이 경쟁하는 외식업의 경우는 2021년 기준으로 매장수가 80만 개이고 매년 외식업 신규 창업이 4~9만 개로(단 폐업수도 비슷) 결코 매년 신규가 작은 시장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POS 사들은 구조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외식업체 수
외식 POS 업체 수

 

근본적인 문제는 POS S/W의 수익성, 즉 S/W를 제공하고 받는 비용이 신통치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POS를 판매하는 모델인 SaaS 모델이던 좀 더 오래된 ASP 모델이던 결국 소프트웨어 월 사용료가 이러한 업체들이 먹고사는 근간이 되는데 한국에서는 VAN이라는 신용카드 거래 중개 사업자가 POS를 직접 운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하에 놓고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배제하는 형태로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이유가 어려움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VAN(Value Added Network) 원래는 부가 가치 통신망이라는 의미로 회선을 소유하는 통신망 사업자로부터 통신회선을 빌려서 독자적인 통신망을 구성하고, 거기에 어떤 가치를 부가한 통신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에 따르면 다양한 통신 업종이 있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 VAN이라는 용어는 거의 확정적으로 신용카드 거래를 통신망을 통해 중계하는 중계 사업자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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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S(Software as a Service)는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제공 모델을 뜻 합니다. 쉽게 단순화해서 이야기하자면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여 결제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매달 결제하는 구독 형태가 최근의 대세이기도 합니다. 테이크아웃 시장 위주의 아주 심플한 POS의 경우는 이런 형태를 지향하긴 하지만 사실 카드 결제를 연결해야 하는 이슈 때문에 완전한 SaaS 모델로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앱스토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Windows PC 기반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판매 모델은 존재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POS 소프트웨어의 판매 방식은 이보다 전세대인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모델에 속해 있습니다. 해당 POS기/PC에 설치를 해 주고 매달 S/W 사용료를 받는 형태입니다. 최근에는 대부분 애플리케이션 자체는 다운로드하여 설치할 수 있기에 SaaS와 가장 큰 차이점은 스스로 다운로드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차이점인데 POS의 경우는 프린터, 단말기 같은 주변 장치라던가 매장 환경에 따른 복잡한 사용 설정상의 이슈로 아직까지는 대부분 설치자가 설치 및 다양한 설정을 해 주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즉 대부분의 POS는 원격을 이용하던 현장 설치를 하던 필수적으로 주변 장치를 연동해야 하는 현장과 다양한 옵션으로 "설치"라는 행위가 기본적으로는 필요한 S/W입니다.

 

두 번째가 오늘의 주제인데 ASP 방식이고 SaaS고 가장 중요한 POS의 사용료를 주저 없이 지불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왜 항상 사용하는 POS에 지갑을 열기를 망설이는지도요.

 

어 난 POS 돈 주고 샀는데... 사용료도 내는데... 와  같다면 이것은 조금 다른 부분임을 이제부터 순차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아마 제가 이야 한 것과 달리 무료가 아니라 POS 도입 시 구입 비용을 냈다면 이것은 대부분 POS S/W 사용료가 아닌 H/W 자체의 구입비용일 것입니다. 또 매월 사용료를 내고 계신다면 실제로 해당 POS S/W의 사용료 일수도 있고 또는 VAN사 대리점이 지속적인 관리를 하기 위한 관리비 일 수도 있습니다. 즉 내고 계신 비용이 실제로는 POS사가 과금하는 S/W 사용료는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POS가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VAN사를 통해서 신용 결제 기능을 제공받을 수밖에 없는데 VAN 초창기에는 신용카드 거래 중개와 POS업은 명확하게 분리된 사업 영역으로 POS사는 별도 비용 없이 신용 결제 기능을 제공받아서 좋고 VAN사는 POS사를 통해서 신용카드 거래 중개건을 얻을 수 있어 서로 WIN WIN 할 수 있는 관계였습니다.

 

다만 이러한 관계는 신용카드 진흥 정책으로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두 업계의 체급차를 벌려놓으며 발생했습니다.

 

신용카드 이용 건수
월별 신용카드 결제 사용량 (단위 천 건)

최근의 한국 신용카드 거래건수는 월 약 15~13억 건으로 이 건수의 거의 대부분이 VAN을 통해서 중계됩니다. 아주 단순화해서 봐도 건당 수십 원의 VAN 중계 수수료가 발생하며 보수적으로 예측을 해봐도 매월 수백억에서 천억 가까운 VAN 중계 수수료 수입이 발생합니다.(금액별 슬라이드 구조로 실제 VAN 수수료 추정은 어려워 단순화해서 예측합니다) 또 VAN사는 중개수수료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단말기, POS, KIOSK와 같은 장비들도 판매하므로 상위의 VAN 사들은 대부분 년 매출액이 수천억 원대 이상입니다. 반면에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POS사도 약 10만 개 가맹점을 가지고 있다 가정하면 관대하게 모두 매월 3만 원씩 비용을 받는다면(실제로는 불가능한)  월 30억이고 년 매출액으로 봐도 360억입니다.  관대하게 예측해서 모든 POS사의 ASP 매출 합이 년 1,000억 원이라 가정해도 하위 VAN사 1개의 년 매출액에도 못 미칠 수 있습니다. H/W 판매를 포함하면 조금 더 올라가겠지만 그럼에도 두 업군의 체급차는 확연합니다.

 

이러한 체급차는 VAN사들이 POS사를 인수/합병하거나 직접 POS S/W를 개발하거나 POS사를 VAN 대리점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영향하에 두는 형태로 점차 구도가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POS S/W를 직접 개발하여 운영하는 VAN사는 VAN 중계 수수료로 이익을 내고 POS S/W 사용료는 받지 않는 형태로 자신의 시장을 확대해 나갔고 전통의 POS 사들도 무료의 VAN POS S/W 에 대항하기 위해서 자사 S/W의 가격을 내리거나 받지 않으며 VAN사의 대리점이 되어 VAN 중계 수수료를 쉐어받는 형태로 수익구조를 변경해 갔습니다.

 

이후는 쉐어 확대를 위해 S/W를 무료나 없다시피 해서 보급하는 경쟁이 한동안 벌어졌고 결과는 VAN이 중계 수수료를 받기 위한 부업인 VAN 계열 POS사는 어느 정도 점유를 많이 뺏어와 확대했습니다. 반면에 POS가 주업이었던 이른바 전문 POS 사들은 점유율이 늘어나도 운영 이슈와 유지보수 개발량은 증가하였기에 이에 따른 개발자 고용 및 고객 응대 인력의 확대가 되지 못하고 ASP는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합니다. 또한 일부 의존하는 대리점으로서의 VAN 수수료 쉐어도 2015년 여신전문업법 개정에 따라 점차 줄어들어서 서서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개발자의 인건비는 어느 순간에 비 개발직에 비해 상당히 증가하였는데 수익 증가가 없으나 개발자를 유인할 만한 페이 제시를 못하고 그래서 최소의 인원을 쓰다 보니 업무량은 과다해서 이직이 잦고 오래된 산업인 POS  S/W 개발 자체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보니 성장의 정체와 인력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처음부터 VAN 중계 수수료 확대를 위한 도구로 여겨지던 VAN사의 개발 POS S/W의 경우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어디까지나 주업이 아닌 부수적인 사업으로 여겨지던 관계로 POS S/W 의 지속적인 개선이나 발전에 추가적인 역량이 투입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오랜 시장의 정체는 간혹 틈새시장을 통한 신흥 유망 POS사나 코로나 시기 배달 기능을 무기로 일부 확대를 이룬 POS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긴 했으나 다른 산업군에서처럼 시장 지배적인 강자가 등장하지 못하는 영세시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단 이는 한국의 상황으로 제대로 ASP 비용이나 SaaS 비용을 받을 수 있는 해외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해당 시장에서 그나마 주목받는 업체들은 전통적인 POS 사들 보다는 좀 더 외적인 분야의 업체들이 많습니다. 태블릿을 이용한 메뉴판과 주문 시스템이라던가 배달앱과 연동되는 POS라던가 전통 내점용도의 POS보다는 부가적인 솔루션 제공사들이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통적인 POS S/W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 스스로 성장동력을 찾아 사업을 확대해 나가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VAN사의 POS S/W 사용료 무료 정책도 일정한 부분 영향을 분명 끼쳤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다만 항상 그렇듯이 모두가 암울해도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는 있기 마련이고 해당 시장에서도 누군가는 기회를 찾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접해보고 알고 있는 범위에서 현재 POS사들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론 아무도 궁금해하지는 않을 투머치성 정보일 것 같습니다. 

 

주요 VAN/POS업계 현황도

VAN업계의 1위인 나이스 정보 통신의 모기업인 나이스 홀딩스는 마치 POS 사들을 수집해 온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압도적인 체격차로 다른 VAN사도 집어삼켰지만 (KIS, JTNET), 그동안 자사에 밀접하게 POS를 제공해 오던 외식 POS업계 1위인 OKPOS를 인수하였습니다. 이어서 JTNET을 인수하며 JTNET 산하의 TPAY를 OKPOS에 합류시켰고 POS업계 전통의 강자이던 POS BANK도 S/W 부문을 분리 인수 하였습니다.

 

현재로서는 POS 업계의 강자는 POS S/W 개발사가 아닌 나이스로 보입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 한참 동안 나이스는 안정적인 VAN 결제 창구로 POS를 바라봐왔고 해당 POS 가 설치된 가맹점/브랜드로 자사의 VAN 중계를 확대하는데 더 목적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나이스 VAN에서는 POS가 동등한 계열사다 보니 컨트럴에 어려움이 있어 자체적으로도 POS를 개발하고 준비한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POS업계는 VAN이라는 업종과 밀접한 연관을 초기부터 맺어왔고 체급차와 초기의 그 연관 때문에 명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얻기도 또는 발전하는데 족쇄가 되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입니다.)

 

그 외에 VAN 산하의 POS들은 큰 발전은 없이 시장 내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만족하는 듯합니다. 나머지 POS 사들은 앞서 언급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VAN의 VAN 수수료 영향력하에 회사마다 그 의존도는 천차만별이지만 어느 정도의 비중은 종속이 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페이히어와 같이 테이크아웃 위주의 틈새시장을 노린 신흥 업체들이나 POS와 연계할 수 있는 상품인 태블릿 오더나 KIOSK 등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들이 있으나 전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변화의 부분이라 생각되는 건 현재는 POS사들이 POS로 ASP 사용료를 물가 인상률에 맞추어 올려 받기는커녕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점 때문에 POS와 연관은 있으면서도 별개의 설루션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앞서 에도 언급했지만 POS와 밀접하게 관련은 있지만 별도의 설루션으로 보이는 키오스크나 태블릿 오더, QR 메뉴판, 웨이팅 설루션과 같은 설루션들로 새로운 업체나 별개의 테크 회사들에 의해서 POS와는 별개의 설루션으로 ASP 또는 SaaS 수익을 얻으려 하고 의미 있는 자리매김하려는 실정입니다.

 

여전히 가장 앞에서 가맹점과의 접점을 이루는 POS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중요한 팩터로 인지되면서도 그동안은 큰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앞서 말한 이러한 새로운 바람이 외식업계 POS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앞으로가 궁금해지는 사안입니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해외처럼 다른 기회를 열어가는 사업으로 성장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흔히 돈 없는 소상공인 시장에서 여전히 고전하는 사업으로 남게 될지? 또는 양자의 운명을 가르는 갈림길에 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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