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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아빠 사진사의 사진은 완벽하거나 갖추어진 사진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많은 대한민국의 아빠들이 아이들을 찍어주는 재미로 카메라 취미를 시작해서 본격적인 사진 취미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해 많은 아빠들이 사진 취미에 깊이 푹 빠지게 되면서 처음에 왜 카메라를 들게 되었는지 애초의 목적을 잊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부터는 사진 기법이나 구도, 보정 그리고 사진을 더 발전 시키고 멋진 효과를 보여주는 렌즈군 등에 빠져들게 되고 그러한 것들이 주가 되고 아이들을 담는게 부차적인 일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저도 애초에는 그냥 아이들의 모습을 남겨놓고 기록하기 위해서, 그것을 좀 더 예쁘고 좀 더 보기 좋게 남기기 위해서 휴대폰 카메라에서 미러리스, DSLR 까지의 길을 밟아 왔는데 어느순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을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을 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 배운 사진 기법이나 새로운 렌즈로 사진을 담아보고 싶어서 외출하거나 아이들을 모델로 사진을 담으려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과론으로 보면 아이들을 찍고 좋은 사진도 남기니 꼭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이게 지나치면 억지로 아이들을 파인더 앞에 세우며 욕심부리는 경우도 생긴다는게 문제 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그러고 있는 부분이 좀 있어서 이게 아주 나쁘다고 이야기 하거나 덮어놓고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닙니다.

 

 

당연히 아이들과 산책을 나간김에 멋진 풍경을 보고 담을 수도 있고, 때로는 아이들을 모델로 삼아 사진 연습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때때로 이 선을 지키지 못하면 아이들이 더 이상 카메라 파인더 앞에 서는 걸 싫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걸하고 놀고 싶은데 억지로 아이를 그림이 나올 만한 곳에 세우려고 애쓰거나 한다면 어느 순간 부터 아이가 고개를 휙 돌려 버리거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멀리 달아나 버리거나 하는 일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을 모델로 그럴듯한 포즈를 취하게 해서 사진을 찍거나 자세를 잡게하는 경우도 있고 같이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은 버려두고 멋진 풍경을 담느라 저 만치 가족이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포즈를 취하게 하는 것도 모델 놀이가 되면 괜찮은데 억지로 강요하거나 하는 순간부터 사진 취미는 더 이상 가족 친화적인 취미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가 되어 버립니다.

 

 

 

 

때로는 예쁜 사진을 담기 위해 머리를 빗기고 놀거리는 하나도 없지만 배경 그림이 나올만 한 곳에 아이들을 데려가 세우고 사진을 담는데 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도 아이들이 자기가 사진에 예쁘게 담기고 멋진 사진의 모델을 하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면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아이들이 싫어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강행하는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어느 순간 부터 무결점의 사진, 완벽하게 갖추어진 사진을 담으려는 욕심을 아이들 사진에 투영 하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상업사진도 아니고 아이들을 담으면서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사진을 완벽하게 담으려는 정도면 모르겠지만 그냥 뛰어놀던 아이를 불러세우며 자세 교정을 시키고 머리를 빗겨 넘기고 옷 매무새를 잡은 뒤 사진을 담으려고 까지 하고 있다면 거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사실 위의 사진들은 머리도 빗어주고 포즈를 취하게 하고 꽃잎도 여러번 불게하고 옷 매무새도 정돈하고 여러번 담아서 고른 사진들 입니다. 요렇게 나름 신경써서 사진을 담고 가까운 가족이나 SNS에 자랑겸 공유하게 되면 아주 가끔은 이런 사진의 결점을 지적해 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머리카락을 좀 더 정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윗 옷이 살짝 커서 삐뚤어졌다던지, 셔츠를 좀 정돈 해었다면 좋았을 텐데 주변 배경이 너무 지저분 한 곳에서 담았다. 아이가 콧물이 흘렀다 같은 내용 입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다음에 사진을 담을때 이런것들을 나도 모르게 조금씩 신경쓰게 됩니다. 머리카락은 정돈 되었는지, 콧물은 닦아 주었는지, 윗옷이 삐뚤어지지 않았는지 정작 그러다 보니 어느새 놀던 아이를 잠시 멈춰세우고 코를 닦아주고 머리를 빗어주고 사진을 담게 되는 경우까지도 생깁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은 내 아이들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남겨두려 사진을 담으면서 왜 그런 취지를 떠나 사진 퀄리티에 집착을 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사진 취미가 오래된 많은 아빠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아이가 행복해 보이는 사진인데도 사진이 흔들렸거나 작은 결점이 있으면 지워 버리는 경우도 많이 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진의 퀄리티가 아니라 그 순간의 행복을 담아서 남겨두고 싶은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깨닿게 된 것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어도 얼굴에 그늘이 졌어도, 얼굴에 콧물이 흘러있어도 그 순간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 나중에 찾아 보거나 다시 보게 되었을때 더 많은 감정을 끌어올려 준다는 사실 입니다.

 

 

 

즉 자연스러운 순간의 자연스러운 행복감을 드러내는 표정과 미소가 담긴 사진이 미소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사진적으로 완벽하지도 결점이 적지 않아 있더라도 제게는 좀 더 쉽게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 올리게 해준다는 사실 입니다.

 

 

 

 

 

 

 

 

일상을 기록하고 비록 흔들리거나 초점이 나간 사진이라도 아빠 사진사들에게는 가치 있는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완벽한 구성과 결점이 없는 사진보다 왜곡이나 노출실패 등이 잇어도 자연스러운 감정, 기쁨, 웃음, 슬픔등이 담긴 사진이 더 좋다는 생각 입니다. 배경이 지저분하더라도 내게는 스토리가 있는 사진일 수도 있습니다.

 

 

 

 

 

벌서는 사진의 뾰로퉁한 표정은 컨셉으로 담을 수가 없는 것이듯 말입니다.

 

 

 

결국 아빠 사진사는 처음에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잡았다는 것을, 이런 초심을 가끔은 떠 올리고 잊지 않아야 될 것 같습니다. 아빠 사신사의 사진은 완벽하고 결점 없는 고급 사진이 아니라 내게 소중한 것들을 담으려 시작 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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