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애플페이가 국내의 NFC결제 방식과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USIM이 필요 없어짐으로 인해서 국내 이통사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결제 방식임도 언급을 했습니다. 게다가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서비스 되기 위해선 아직 2단계의 난관이 남아 있습니다.
이전 글 :
[IT/Device/Game] - 애플페이 와 HCE를 통한 NFC 결제에 변화1. 애플페이 국내 NFC 거래와 뭐가 다를까?
첫번째는 애플이 그 동안 한국시장에는 전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입니다. 설령 애플이 애플페이의 서비스를 국내에서 하겠다고 작정 하더라도 애플페이의 카드 등록을 위해서는 결국 국내 카드사들과 제휴가 필요합니다. 국내는 카드사 숫자가 적지 않은 편이고 그 동안의 전례로 볼 때도 협상하고 제휴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드룹되거나 하는 등 쉽지 않을것으로 예상됩니다.
두번째는 어찌어찌 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신용거래는 국내에서는 독특하게 형성된 VAN으로 대표되는 중계 사업자를 거쳐야 합니다. 이 중계 사업자가 애플페이를(사실 이미 발급사를 구분하도록 한 표준 PayPass/Pay Wave 스펙을 이용했다면 개발이 필요 없을지도 모를) 결제 가능하도록 해야합니다. 표준의 Contactless 규격대로 개발되었다면 모르겠지만 그 동안 국내의 다양한 결제 환경이 해외와 다르다보니 단말 인프라 재설치나 확산이라는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무엇보다 해외에 비해서 NFC 결제 환경이 한국에서는 확산되어 있지 못한 형편 입니다.
단말이나 인프라의 변경 없이 결제 가능하다는 애플페이의 가장 큰 장점이 국내에서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부분은 구글의 HCE도 유사한 난관이 있지 않을까 예측해 봅니다. 물론 제휴한 국내 카드사의 개발도 필요하겠지만 제휴를 결정했다면 당연히 개발을 할테니 중간 단계의 문제가 걸림돌이 될것으로 예상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폰의 점유율이 아이폰6과 6+ 얼마나 더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5% 내외의 소수 사용자의 일로 이동 통신사들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칩거래의 진화. 출처 VISA Korea
제가 보기에 사정이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구글이 킷캣부터 탑재시킨 HCE(Host Card Emulation)을 등장 시켰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설명회를 가진 VISA Korea의 HCE 관련 자료를 조금 소개해 봅니다.
HCE의 등장 출처 : VISA Korea
이 글의 취지에 맞는 부분만 발췌해 이야기 하자면 결과적으로 통신사의 USIM칩을 배제하고 클라우드와 결제 APP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으로 SE(Secure Element)역활을 대체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NFC 결제에 더 이상 통신사의 USIM 칩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HCE의 구성도 출처 : VISA Korea
클라우드(Cloud) 베이스의 토큰화된 카드 정보의 저장, 출처 : VISA Korea
VCBP(VISA Cloud-Based Payment), 출처 : VISA Korea
VTS(VISA Token Service), 출처 : VISA Korea
어려운 용어들 처럼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NFC 결제에 필요한 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SE 역활의 칩을 더 이상 이동 통신사의 USIM 칩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구글이나 애플이나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즉 애플은 SE를 자체 기기에 내장된 칩으로 해결하는 애플페이를, 구글은 아예 칩이 필요없는 HCE라는 기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방식과 용어는 좀 다르지만 결국 결제 정보의 토큰화와 클라우드화 같은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제조사와 OS 제공자로써 이동 통신사에 발급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욕심을 부렸다기 보다(애플은 원래 이통사에 준 적도 없지만)는 적어도 구글은 이통사와 USIM칩 형태에 맡겨두었다간 NFC 결제가 널리 확산되긴 글렀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결국 국내 이동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었던 국내 NFC 결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는 영영 날아가 버린걸까요? 아직은 애플페이는 국내에 상륙조차 못했고 HCE 역시 뚜렸한 가시적인 서비스를 보이고는 있지 않지만 바람이 바뀐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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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좀 벗어나는 여담으로 그렇다면 KT와 SKT와는 달리 모바일 결제에 조금은 다른 길인 PG(Payment GateWay)와 모바일 간편 결제에 주력해 왔던 LG U+ 는 사정이 조금 나을까요? 물론 해당 이통사는 자의든 타의든 어떻게 보면 상당히 영리하게 자신이 가진 강점과 초기의 유일한 USIM 부재로 인한 못하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방향인 인터넷, 모바일 결제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다만 국내의 결제환경 사정상 다른 IT업체와 마찬가지로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는게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국내의 이제야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FinTech 분야에서, 일단 그 시작점인 카카오톡 결제에서 같은 집안인 LG CNS에게 PG 와 간편결제 역활의 선수를 빼았긴걸로 보입니다. 국내는 이제야 규제가 조금씩 풀리며 기지개를 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중국의 알리바바나 텐센트, 페이팔로 대표되는 거대규모 업체들에 기존 금융사와 애플, 구글까지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알리페이/텐페이의 SNS/MIM을 통한 금융거래 결제 구성도, 출처: ROA Consulting
규제가 풀리면서 이미 규모의 경제와 탄탄한 운영기술을 가진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가능해졌다는 부분에서 꼭 LG U+만이 아니라 국내 결제 업체들의 위기이자 기회인 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2000년대 중반경에 국내에도 수많던 중소 CPC 업체들이 구글이 애드센스라는 규모의 경제를 가진, 탄탄한 완성된 광고 플랫폼을 가지고 들어오자 대항다운 대항조차 못하고 사라져 버린것이 떠오릅니다. 국내 CPC는 사실 네이버와 다음등의 포털이 자사의 검색 점유율로 영향도를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시장이 춘추전국이었다면 이제는 구글이 나머지를 다 차지해버린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제 블로그에도 구글 애드센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조금 딱딱하고 평소보다 덜 풀어쓴 불 친절한 IT 관련 글입니다. 요즘 글이 장황하다는 지적에 내용을 줄이려다 보니 쉽게 풀어쓰기가 참 힘들어지는 단점이 또 있습니다. 부족한 저의 이 글을 적으며 이젠 결제 시장이라는 분리된 안전한 영역이 사라지고 있는것과 모든것이 ICT 산업과의 융합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좀 생뚱 맞게도 결론은 ICT 산업에서 더 이상 우월적인 위치로 자사의 이득만 극대화 하려 하거나 국내 시장에만 타게팅하는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진행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더 넓은 시장에서 규모를 앞세운 다른 서비스에 먹혀 버리는 일이 2000년대 후반부터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일인것 같습니다. 저도 작게는 빈곤한 영어실력 때문에 잠시 접었던 영문 블로그(응?)나 다시 도전해야 할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