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댁이나 외가에 가면 심심치 않게 늘 흔하게 볼 수 있었던게 바로 반딧불이었습니다. 한번은 그 수가 얼마나 많았던지 모기 때문이 아니라 엄청나게 날아드는 반딧불을 막기위해 모기장을 쳐야 할 정도 였습니다.
그림 일기를 쓰는 색연필 위에도 앉고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을 만큼 그 수도 많고 밤이면 엄청난 반딧불이의 불빛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서서히 농약을 많이 치기 시작하고 시골에도 불빛들이 많아지면서 반딧불이를 찾아보기 어려워 졌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우리집 아이들도 사실 반딧불이를 거의 본적이 없기에 제가 어린시절 본 그런 광경을 꼭 한번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곤지암 리조트 화담숲에서 진행되는 반딧불이 이벤트에 주저 없이 토요일로 예약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날 급한 회사일이 생겨서 거의 가는 걸 포기하였는데 다행히도 딱 7시경 회사에서 일이 끝났습니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준비하라고 하고 퇴근하자마자 바로 8시경 곤지암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시간은 저녁 9시 10분 이었습니다.
약 1시간 정도를 달려서 곤지암 리조트에 도착. 토요일이라 그런지 리조트에 묵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곤지암 리조트에는 머물러 본적이 거의 없는데 여름 휴가때나 한번 와보는 걸 고려해봐야 겠습니다. 넓고 시설도 많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가족처럼 반딧불을 보기위해 들린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낯에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저녁에는 바람이 시원하고 반딧불이를 볼 화담숲은 산위에 있어 아이들은 추위를 탈 수 있으니 꼭 가벼운 바람막이등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반딧불이 이벤트는 화담숲에서 이루어 지는데 이 숲은 리조트내에서 잘 관리되고 있는 곳이라 낯에 숲체험이나 산림욕을 즐기기 위해 와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약 10분(아이들이 있으면 20분 정도) 걸어서 내려오는 코스 입니다.
사실 날씨나 반딧불이 출현 빈도가 종종 달라지기에 언제나 많은 수의 반딧불이를 볼 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반딧불이를 아예 볼 수 없는 날에는 행사가 아예 취소가 되기도 하니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매표소에서 예매한 표를 찾은 다음 리프트를 타기 위한 줄을 섰습니다. 화담숲으로 올라가고 나면 카메라 플래시등이 제한되고 최소한의 광원만 있기 때문에 사진을 담기는 거의 불가능 합니다.
저도 리프트를 타기전에만 몇장을 찍고 스트로브를 아예 껴 두었습니다.
캄캄한 야밤에 리프트를 타는 것도 색다른 체험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았는데 워낙 깜깜해서 아이들은 조금 무서워 했습니다.
화담숲에 도착하면 빛에 예민한 반딫불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길을 안내하기 위한 최소한의 불빛 정도만 있습니다. 생각보다 더 깜깜해서 밤눈이 어두우시다면 걷기가 상당히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리면 깜깜한 이 길을 조금 무서워 할 수도 있습니다.
기대한 장면은 이런 것이지만....
사실 기대했던 것은 반딫불이 모여있는 장관 이었는데 전 주에 비도오고 방문한 날도 바람도 많이 부는 날이라 그런지 반딧불이를 많이 볼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칠흑같이 어두운 계곡이나 숲속에서 겨우 한 두 마리 정도 볼 수 있어 조금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현실은 이런 정도의 어둠속에 아주 작은 불빛만...ㅜㅡ
중간에 반딧불이 한마리가 깜빡이며 비행을 해주어서 아 반딧불이가 있긴 있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이 곳에 삼각대를 가지고 가는건 어려워서 손각대로 장노출을 주었더니 사진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아주 깜깜하고 주변에 광해가 적다 보니 그래도 오랜만에 별을 본것 같습니다.
반딧불이를 많이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속에 아이들 손을 잡고 즐거운 밤 산책을 즐겼습니다.
약 20분 정도 걸었더니 배가 고파 옵니다. 화담숲을 내려와서 시계탑이 있는 광장에서 잠시 아이들을 놀린다음 근처에 있는 BBQ에 들렸습니다.
살을 빼야 겠다는 다짐은 늘 하지만 몰려온 허기에 닭고기를 폭풍 흡입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기절한 듯 잠이 들었습니다.
곤지암 화담술 반딧불 이벤트는 방문하는 날의 반딧불이 개체수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의 체험이 될것 같습니다. 반딧불 수가 많고 달이 뜨지 않은 밤이라면 아주 장관을 볼 수도 있고 우리 가족처럼 겨우 10마리 내외의 반딧불을 보고 올 수도 있습니다. 비가 온다면 더 하겠지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반딧불을 많이 못보면 상쾌한 밤 숲 산책을 하고 하늘의 별을 보고 온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먹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내가 어릴때 본 그런 광경을 보여 줄 수 없어 살짝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언젠가는 또 기회가 있겠지요? 세상이 살기에 많이 좋아졌지만 여름밤 아무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반딧불들의 빛의 향연을 이제는 참 보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 살짝 서글픈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