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Story & ETC

수상한그녀. 웃음 뒤에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한번 꼭 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바쁜 일들로 계속 볼 기회를 갖지 못했던 영화가 바로 "수상한그녀" 였습니다.

 

영화는 언제나처럼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구입해서 보았습니다. IPTV와 비교하면 화질 같은 부분에서 좀 떨어질수도 있지만 다양한 기기로 영화를 보는 습관 때문에 구글 플레이 무비로만 영화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수상한그녀"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영화를 보고 온 지인들의 평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써니"의 당시 심은경의 연기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에 어떤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수상한그녀"는 모두가 이미 잘 아시다시피 칠순 할매인 "오말순" 여사가 모종의 신비스러운 경험으로 20대의 "오두리"로 젊어진 몸을 가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큰 스토리의 줄기 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이 큰 줄기의 줄거리 외에 스포일러는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이미지 출처 : 수상한그녀 공식 사이트

 

영화의 흐름은 한국적인 다소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과하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던 이유는 영화 곳곳의 디테일한 설정과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인 것 같습니

 

이미지 출처 : 수상한그녀 공식 사이트

 

 

이 영화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주연 배우 심은경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정말로 칠순 할매 오말순이 젊어진다면 저러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맛깔스러운 사투리와 말투 그러면서도 영화포스터의 문구처럼 볼수록 빠져드는 여성으로써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의 영화 평 처럼 "수상한그녀"의 재미의 90%는 심은경이 책임진다는 말이 정말 납득이 갑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완전히 그녀의 팬이되었습니다. 박씨 역의 박인환씨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들에서는 정말로 두 사람의 실제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을 주는 연기력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상한그녀는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런타임 내내 코미디에 충실합니다. 그런데 최근 영화들에서 많이 볼수 있었던 억지스러운 연기나 지나치게 과장적인 부분보다 놓치기 쉬운 노인들의 말투나 행동, 그들의 마음속 순정 등의 디테일한 부분을 통해서 웃음을 주었기 때문에 슬랩스틱 보다 더 큰 웃음을 주는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 했던 부분들은 바로 출연하는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력과 바로 디테일한 상황 설정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지 출처 : 수상한그녀 공식 홍보 영상

 

 

한국영화의 마지막 눈물 짜내기에 대해서는 저는 꽤나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 작위적이지 않고 과하게 억지스럽지도 않은 않는 스토리의 흐름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 보다는 바로 "성동일" 이라는 배우가 "심은경" 과 함께 바로 그 장면에 있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그의 연기력이야 원래 정평이 나있었지만 워낙 다작을 하는데다 코믹한 모습들만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그냥 웃기는 아저씨 역활을 많이 한다라는 정도로 여겼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메마른 감성을 가진 제게도 이 두 사람의 연기와 대사는 최근에 본 영화중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눈물 잘 안 흘리는 저도 이상하게 눈물이....제 아내야 폭풍 오열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의 이진욱 역시 오랜만에 다시 봐서인지 무척 반가운 얼굴이었습니다. 나인에서 "연기남" 이었던 때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아서 존재감을 크게 느끼진 못했습니다.

 

관련 글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과 최근 케이블 드라마의 역습

 

영화의 마지막의 까메오 출연 역시 절묘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그 구도로 2편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 정도이군요. 뭐 같이 보던 제 아내는 까메오의 정체에 웃겨서 거의 뒤로 넘어갔습니다. 꼭 놓치지 말고 보시길 바랍니다.

 

코미디에 충실하고 많은 웃음을 준 영화였는데 또 하나 영화를 보는 동안에... 그것 참, 진지한 철학적 주제를 다룬 영화들 만큼 제 머릿속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아직 늙었다기는 뭣하지만 더 이상 젊음으로 봐 주지도 않는 애매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도 한해, 한해 생일이 다가오는것이 전혀 달갑지 않게 되었는데 영화에서 살짝 비틀어 보인 노인들의 삶과 하루 하루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야 될지 고민하는 모습들이 갑작스럽게 제게도 진지하게 다가와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전에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제가 아는 분들 중에 50대가 되면서 늙는 것이 두렵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좀 미리 걱정하는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을 왜 하셨는지 이해가 살짝 됩니다. 영화 속의 대사 처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늙고 냄새 나는 몸뚱아리 오늘일지 내일일지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다면... 정말 그렇다면, 내가 그 나이가 된다면 두려워서, 허망해서 어떻게 삶을 이어갈까? 이런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것에 대한 대답은 영화 속에서 오말순 여사의 말에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고생스러웠던 과거와 똑같은 삶을 살겠다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시고 한번 생각해 보시는 시간을 가지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상한그녀"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바쳐진 영화 입니다. 저도 부모가 되고 나니 부모님들의 삶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머니의 이름은 누구에게나 푸근하면서도 익숙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 역시 그러한 시대를 사셨습니다. 얼마전 아이들을 보러 들르신 부쩍 늙으신 아버지의 모습이 이상하게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그 때문인지 영화를 본날 감상에 젖어 이런 동영상을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드리는 영상

 

세상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부모가 된 그들의 아들 딸들, 우리의 인생은 이렇게 이어지도록 되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미디 영화를 보고 어쩌면 감상을 조금 무겁게 풀은것 같습니다. "수상한그녀"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오랜만에 많이 웃었던, 그러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 영화 였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