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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온라인, 오프라인 결제의 경계선, o2o, VAN, PG에 대한 이야기

한국의 결제시장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심층부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 구축되고 자리잡아온 VAN 중심의 오프라인 거래의 영역과 PG에 무게를 둔 온라인 거래로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적어도 2010대 초반 까지는 확실히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당시를 돌아보면 그 저변에서부터 이미 새로운 시도들과 구상이 조금씩이나마 피어나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오늘 주제로 삼아 이야기 해보려는 온,오프라인 결제의 경계의 허물어짐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것은 결제 시장의 새로운 시도들이 어느 정도 뚜렷하게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13년초 정도부터 입니다. 스마트 폰 도입으로 비롯된 여러 시도들 중 배달 앱이 크게 성장하면서 과거라면 오프라인으로 분류되었을 결제 형태가 온라인화 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 구매 형태가 오프라인 구매의 영역으로 나아간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일컫는 O2O(Online to Offline)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O2O는 결제 뿐 아니라 오프라인/온라인의 행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현상을 이야기 합니다만 좁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 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과거에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배달 음식을 전달하면서 현금을 받거나 무선 카드 단말기를 들고 가서 카드결제를 받았습니다. 구매 행위도 실제 결제도 모두 온라인상이 아닌 오프라인 영역에서 결제자와 제공자가 대면하여 벌어지는 형태 입니다.

 

이것은 라인에 걸친 것일까?

 

하지만 스마트 폰의 배달 앱으로 검색한 후 결제를 배달 앱상에서 선 결제하고 주문해서 배달된 음식을 받는다면? 이것은 온라인 상에서의 결제와 오프라인 배달이라는 행위가 과거의 명확한 구분에서 변형된 뒤섞인 형태가 됩니다. 또한 최근에는 조금 다르게 스마트 폰에 카드 리더기를 달아서 방문판매시 결제를 받는데 이 형태도 내부적으로 보면 과거의 오프라인 거래가 아닌 PG를 통해 풀어낸 온라인 결제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최근 배달 앱 또는 소셜, 또는 로컬 등의 용어로 대표되는 서비스들을 O2O로 일컬어지면서 핀테크와 더블어 결제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기까지가 온,오프라인 거래 경계가 사라져감을 이야기 하거나 예시를 들려고 할 때 많이 소개하는 이야기 들입니다. 최근에 부쩍 많아진 결제나 핀테크 관련 세미나에서도 늘 단골 레퍼토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아직까지도 그 파급의 범위가 일부에 국한된 변화 입니다. 온라인 거래, 오프라인 거래라는 굳건하게 구축된 VAN과 PG의 각자의 영역에 어느 정도 균열을 주었고 미래에는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할지 몰라도 2015년 중반, 현재까지는 근본적인 경계의 붕괴를 이끌어 낼 만큼 큰 부분이 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를 돌아 볼 때 무엇인가 큰 변화는 한 두 가지 대표적인 요인만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표면적이고 대표적인 이유 밑에 잘 드러나지 않는 요인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관점을 달리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결제에 대해 가지는 중심 요인의 좀더 아래에 위치하는 VAN과 PG의 환경 변화로 관점을 옮겨서 온,오프라인 경계의 허물어짐 현상에 대해 논해 보려 합니다.


온라인 거래, 오프라인 거래?

 

온라인 거래라는 용어는 결제 업계에서 종종 관습적으로 쓰여지는 용어인데 그 의미가 시대에 따라 입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래를 나누는 기준은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온라인 거래 : 인터넷 쇼핑몰, 스마트 폰 모바일 거래와 같이 결제 행위가 웹이나 앱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판매자와 결제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는 비 대면 거래

 

오프라인 거래 : 카드단말기/POS 등 결제기기를 통한 거래이며 소매 판매자와 결제자가 실제로 대면하는 대면거래

 

사실 온라인 거래에 공인인증서니 휴대폰 인증이니 같은 보안수단을 더 요구했던 이유는 거래 자체의 성격이 비 대면 거래로 거래자, 즉 신용 여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에 대한 명확한 확인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VAN과 PG

 

VAN과 PG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에서도 몇 번 다루었지만, 아까의 배달 앱을 예로 다시 설명하자면 아래의 그림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일부 예외적인 카드사 직 승인을 제외하고는 강제는 아니지만 실질적이고 비용적인 측면으로 VAN을 통해 카드 승인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VAN은 카드사 가맹점을 낼 수 있고 담보를 잡을 수 있는 물리적인 실물 가맹점에 단말기나 POS를 설치하고 카드사 가맹계약 등을 대행하며 결제를 카드사로 중계하는 업무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영위했다면 PG의 출발은 VAN의 앞 단에서 카드사에 담보 제공 및 가맹계약을 맺을 수 없는 무형의 인터넷 몰들을 자신의 하위 가맹점으로 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부도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카드사에는 대표가맹점이 되어 결제 플러그인을 제공하고 입금 받은 카드이용 대금을 하위 가맹점에 수수료를 떼어내고 정산 후 입금해 주는 것을 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산 주기를 두어 이자도 수익으로 삼습니다.(현재는 충분히 카드사에 가맹점 등록이 가능한 대형 인터넷 몰들도 결제프로세싱 위탁의 형태로 PG사와 계약 합니다.)

 

얼핏 보면 두 주체는 카드 결제를 중계하는 입장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그 기술적 기반과 성향이 유사하면서도 다릅니다. PG사는 웹서버와 웹 관련 기술과 좀더 밀접하고 거래 분배와 정산을 목적으로 한 기술에 치중해 왔습니다, 반면 VAN사는 거래를 빠르게 카드사로 분배하고 중계하며 때로는 승인을 대행하기 위한 기술에 집중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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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인력으로 나누어 보자면 PG사에는 JAVA 및 웹 개발자, 디자이너, 경우에 따라 C 개발자가 필요하고 VAN의 경우 윈도우/Linux 클라이언트 단말 개발자와 Unix 환경 C 개발자가 필수로 필요합니다.

 

리베이트

 

VAN사의 수익은 대부분 카드사로부터 받는 승인 건수 마다 책정되는 승인 중계수수료와 매입을 대행해서 얻는 매입 수수료에 기반 합니다. 반면 PG사는 하위 가맹점에 대해서 거래금액의 일부를 PG 수수료로 받습니다. VAN사 수익의 기반은 거래 건수 이고 PG 수익의 기반은 거래금액의 일부 입니다.

 

과거, VAN사의 경우 거래 건을 많이 제공하는 대형 법인 가맹점의 경우 VAN에서 카드사에서 받는 중계수수료의 일부를 다양한 영업상의 명목으로 돌려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베이트라 불리는 이 정체 불명의 수수료는 VAN사가 카드사에서 건당 40~50원을 받는 승인 중계 수수료 중 일부를 대형법인에게 다시 돌려 주거나 해당 비용에 준하는 장비로 제공 하는데서 비롯 되었습니다.

PG사도 VAN의 입장에서는 많은 거래건수를 제공하는 대형 가맹점이므로 심한 경우는 중계수수료에서 극히 일부만 남기거나, 매입수수료만 챙기고 중계수수료는 전부 돌려주는 괴이한 형태의 리베이트를 PG사에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그 서비스로 얻은 수익중 일부를 다시 되돌려주는 이 이상한 구조의 수수료는 VAN 영업시장에서 오랫동안 관행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PG사 역시 격화된 시장 경쟁에서 거래량 확보를 위해서 많은 거래를 발생시키는 소셜커머스 업체와 같은 대형 하위 몰들에게는 투입된 시스템 운영비를 감안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깝도록 낮추어 주었습니다. 이 부족분은 거래를 여러 VAN사에 퍼센트로 배분하는 정책을 통해 VAN사 들의 경쟁을 유도하여 받은 리베이트로 일부를 메웠고 또 일부는 PG 수수료 외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매출 원으로 삼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거래를 여러 VAN사로 분배하기 시작한 최초 이유는 거래선 이중화를 통한 거래의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중에서 3~7개 까지 VAN을 붙이고 거래 분배를 통한 경쟁 유도로 초점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신전문법 개정안 발효의 영향

 

아직까지 평가가 엇갈리고 주제 외에도 수많은 변화를 담은 개정안이긴 하지만 리베이트에 대한 달라진 조치 측면만 보면 이번에는 정부가 법안제정을 통해 그 동안의 결제 시장의 관행에 대해서 분명하게 명시하고 제재를 시작했습니다.

 

제24조의2(신용카드업자 등의 금지행위) ① 신용카드업자는 소비자 보호 목적과 건전한 영업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다음 각 호의 행위(이하 "금지행위"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중략------
2. 신용카드업자의 경영상태를 부실하게 할 수 있는 모집행위 또는 서비스 제공 등으로 신용카드등의 건전한 영업질서를 해치는 행위
-----중략------
③ 신용카드업자와 부가통신업자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부당하게 보상금등을 제공 하여서는 아니 된다.<신설 2015.1.20.>

 

 

이처럼 기존처럼 역VAN FEE, 역 수수료, 중계 수수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리베이트 제공이 2015년 7월 개정안 법률 시행을 통해 금지되었고 이를 어길 시 VAN 사업 허가 등록을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등, 이전과 다른 강력한 처벌 규정도 같이 도입되었습니다.

 

사실 이 조항은 그 동안의 혼탁했던 시장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인데 이로 인해 VAN의 수익성이 좋아 졌냐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수익성이 좋아진 만큼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압력이 증가했기 때문 입니다. 실제로 이 법안 시행 전후로 몇몇 카드사의 정액제 등급별 수수료 체계 도입이 진행되거나 시도 되고 있습니다. 결국 VAN의 수익성 증가는 일시적인 것으로 최종적으로는 실질적인 카드사의 중계수수료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 됩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물고 물리는 돈의 사이클로 가맹점의 카드사 결제 수수료 인하로 이끌겠다는 전략인데 개인적으로 보기엔 결국 한정된 돈의 돌려 막기이며 영세 가맹점들 보다는 대형 법인 가맹점들에게 수수료 인하의 이득이 돌아갈 것 같다는 예상이 됩니다. 이 부분은 사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낙수효과 신봉자가 많은 현재의 시점에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대가성의 리베이트를 받던 다른 대형 법인들도 이 법의 시행으로 어느 정도 매출 하락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가장 큰 불똥이 튄 것은 역 밴피, 역 중계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사업 매출의 일부로 시스템화 해 온 대형 PG사들 입니다.

 

이 상황을 요즘 유행하는 아웃스탠딩의 설명 방식을 잠시 차용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PG사 : 우리 이제 밴피를 못 받게 되었다능, 밴피 대신 커피나 먹고 있다능

 

 

가맹점 : 오... 그것참 안됐다능

 

 

PG사 : 그래서 말인데 PG수수료를 좀 올려야지 우리도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냐능? 호로록

 

 

가맹점 : 호오... 어제 "짱크다 PG" 영업 사원이 옮겨오면 수수료를 오히려 더 내려준다고 말하고 갔다능......

 

 

PG사 : 푸하학... 앗 뜨뜨거... 죄송 하다능, 조금전 건 없던 이야기로 하자능

 

이처럼 이미 마이너스에 가깝게 낮추어 운영하던 PG수수료를 인상하기는 빠듯한 경쟁 속에서 결코 쉽지 않는 이야기 입니다. 규모의 경제로 인하여 큰 PG사 일수록 더 수수료를 낮출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PG사 : 그나 저나 요 구멍난 만큼을 어디서 메우냐능?

 

PG사 : 그래! 아예 우리가 VAN도 직접 하면 된다능... 그럼 중계 수수료도 온전히 먹고, 어쩌면 오프라인 결제 시장 진출도 가능할 수도 있다능

 

이렇게 해보니 지금처럼 글로 나열하는 설명보다 훨씬 이해 하기가 쉽습니다. 앞으로 가끔 이 방법을 차용해 봐야 겠습니다. 그래도 사실 그냥 글로 풀어내는 것 보다 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군요


그 동안 PG사가 굳이 VAN을 구축하지 않았던 이유는 골치 아프게 VAN을 운영하지 않고 기존 VAN들을 경쟁시켜 실질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수익이 없어진 지금은 PG사 내부에 작은 규모의 VAN을 구축 하는게 수익면이나 경쟁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위 PG사중 하나인 A사는 이미 꽤 오랫동안 작은 규모의 VAN을 내부에서 운영해 왔고, 또 다른 B사는 시작부터 VAN을 겹업으로 사업을 영위 해왔기에 리베이트 관행 제재 이후 내부로 거래 배분량을 더 늘려 손해를 메울 수도 있습니다. 또 그 동안 눈독을 들여오던 더 큰 규모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의 진출 가능성도 커지게 됩니다.

 

2014년 전체 소매시장 규모(예상치)

 

VAN을 소유하지 못한 PG사나 하위권 PG사들은 여러모로 경쟁 측면에서 이래저래 불리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온, 오프라인 거래의 희미해져 가는 경계

 

마찬가지로 VAN사 입장에서도 향후에는 PG 거래건의 배분이 PG사의 자체 VAN 구축으로 과거 보다 대폭 줄어들것이 분명해 보이고 현재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는 성장과 경쟁도 한계에 다달았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도 매년 성장해 가는 온라인 시장을 그냥 손 놓고 보고만 있기에도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상위권 대부분 VAN들은 작은 규모의 PG사를 인수하거나 최소 규모로 PG 시스템을 자체 구축을 하는등의 프로젝트를 이미 오래 전 부터 진행 하였습니다. 대부분 현재 까지는 시장에서 거대 PG 사들에 비해 그 경쟁력이 약해 거래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까지는 투자나 확대의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요즘의 핀테크나 O2O와 같은 기술 트랜드를 보면서 과거 보다는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집중 할것이 분명합니다.

 

미래에는 PG도 VAN을 포함하고 VAN도 PG를 같이 해서 명확히 구별이 어려운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대 이후 PG사가 VAN을 자체 구축하고, VAN사가 PG를 자체 구축하는 일들이 조금씩 진행되어 왔습니다. 다만 경제적인 논리로 그렇게 상대 영역에 대한 확장에 적극적이지는 못했던 이러한 흐름은 앞서 언급한 위의 여러 요소의 환경 변화들 때문에 예상보다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생각 됩니다.

 

요약하자면 기존의 오프라인 결제의 주체였던 VAN, 온라인 결제의 주체였던 PG, 적어도 이젠 서로의 각각 사업분야의 경계를 뛰어넘는 경향이 점차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온,오프라인 결제의 경계선을 희미하게 하거나 모호하게 만들어 가는 변화의 바람이 결제 시장 환경에 지속적으로 불고 있고 핀테크와 O2O라는 기술 트랜드의 변화 외에도 리베이트를 금지한 정부의 법 개정도 그 속도를 가속화 하는 요인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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