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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에 들어서서 생각해 본 블로그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아니 그 당시에는 그 당시에는 블로그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홈페이지에 큰 애의 아기 사진을 보관용으로 올리기 시작했을 때는 서른 살이 갓 넘은 시기로 아직 당시 회사의 직급도 사원이었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티스토리는 2010년 즈음에 개설했지만 그나마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던 건 2012년도 9월경부터이고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30대의 대리였고 그럭저럭 블로그가 활성화되고 방문자 수가 늘어나던 시기에는 30대 후반 과장에서 40대 초반 차장이었습니다.

 

회사의 일이 많았지만 집에 오면 글을 쓰고 그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게 신기해서 잠이 부족한 날도 많았지만 당시는 젊어서 였는지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눈 깜빡할 사이에 흘러 이제는 어느새 40대 후반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의 30대 중반부터 40대는 중반까지 내 삶의 일부는 블로그와 함께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거의 10년을 블로그를 유지했는데 그럼에도 천성이 게으른 탓에 많은 글을 쓰지는 못했습니다. 체력이 좋은 시절에는 일주일에 2~3개의 포스팅을 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1주일에 1개 정도 겨우 체면치레에 그치다 최근에는 1달에 1개를 쓸까 말까 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unsplash.com

그럼에도 계속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건 관성적인 습관일까? 아니면 미련일까 모르겠습니다. 2021년 현재는 벌써 텍스트의 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라는 게 실감이 납니다. 나조차 요즘은 스마트폰을 켜서 긴 글을 읽는 시간보다는 영상에 자막으로 범벅된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나름 시력의 퇴조 및 노안 현상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텍스트를 읽기 싫어졌다고 변명도 해 보지만 오래전 블로그를 봐도 글은 안 읽고 눈에도 안 들어어와 사진만 본다던 지인의 이야기가 이제는 어느 정도 수긍이 됩니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요즘 따라 글을 읽고도 문맥과 다른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더 늘어났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아직도 이메일이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데, 메일 내용을 전혀 이해 못 하거나 전혀 다르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늘었다고 할까요? 사실 아무도 이제는 긴 이메일은 찬찬히 읽으려 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거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게, 긴 내용의 이메일은 요즘은 읽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뭐 워낙 하루에 수십 통의 이메일을 받아서라고 변명하고 싶긴 하지만요.

 

이런 텍스트 퇴조의 시대에 나는 왜 여전히 비교적 긴 글들을 쓰고 있을까? 물론 포스팅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여행 사진 올리고 글은 짧게 적는 포스트들이 늘었지만 여전히 가끔씩 필이 오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길게 늘어놓는 습관이 있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블로그 글쟁이의 미련일 수도 있고 여전히 글로써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게 좋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시대에 변화에 블로그도 변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합니다. 저 역시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이 글과 같은 경우가 아니면 최근에는 이미지를 늘이고 글을 줄이는 방식으로 포스팅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행 포스트 같은 경우가 그런데 그럼에도 아직 글이 많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습니다. 주절 주절 적는 습관이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영상과 소리의 시대라고 해서 텍스트가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TV 방송이나 영상들을 보면 오히려 영상에 텍스트는 자막이라는 형태로 더 늘어나는 경향도 보입니다. 이미지가 주인 SNS에서도 적절한 텍스트가 없이는 양념 없는 요리같이 심심함이 느껴집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텍스트의 정보 전달은 최근에 분명히 변화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텍스트는 오랜 기간 우리 곁이 중요한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남을 것이고 제 블로그에도 좀 더 띄엄띄엄 해질 수는 있겠지만 계속 포스팅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Dreamstime.com 무료이미지

오늘은 제 블로그를 돌아보며 다소 감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아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진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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