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아버지가 퇴근길 버스 안에서 물건을 팔던 사람에게서 비행기 장난감을 사온적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팔던 제품들이 다 그렇듯 매우 조악한 장난감이었는데 1살 터울의 아들 둘이었던 우리집에서 저와 동생 손에 들어오자 마자 3분만에 날개가 부러지는 놀라운 내구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날개가 부러진 이 장난감을 손에들고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점차 커가면서 아버지가 버스안에서 또는 길에서 사오는 조악한 물건들을 고마워 하지 않고 이런거 왜 사왔냐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던것 같습니다.
특히 별다른 내용도 없는 허접한 백과사전을 길에서 책을 팔던 사람의 "학교 공부에 큰 도움이 됩니다" 라고 떠벌리는 사탕 발림에 속아 당시만 해도 큰 금액이던 10만원의 거금으로 사오셨을때는 어머니와 제가 합동으로 뭐라고 하는 바람에 역정이 나신 아버지가 그만 그 책을 밖에다 버려 버린적도 있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다시 주워 오셨지만요.
오늘 퇴근길에 요즘은 보기가 힘든 행상인 분이 지하철 안에서 이 팽이를 파는 걸 보고 애들 생각이 나서 덜컥 사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커피 한잔 값인 3000원 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불빛과 음악이 나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 팽이를 집에 있는 아이들이 좋아 할거 같아서 였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중국에서 만들어진 완구 인듯 합니다. 정식 경로로 수입된 건 아닌거 같구요.
소리나는대로 읽으면 쉥지롱 팽이 인가요?
외관은 역시 3000원 이라는가격에 맞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군데군데가 벗겨진 오래 사용한듯한 빈티지한 마감처리를 보여줍니다.
안에는 전선이 꽤 많습니다.
건전지 투입구 같은건 없고 팽이가 돌때만 음악과 불빛이 나오는걸 보면 원심력으로 전기를 얻는거 같습니다.
생각보다 무게 중심이 잘 맞춰져 있어서 손으로 만지지 않으면 꽤 오랜 시간 돕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놀라운 마감 처리 상태를 볼때 절때 아이가 입에 넣거나 빨아서는 안될거 같습니다.
이녀석을 사오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왠지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길에서 조악한 물건들을 사왔는지 갑자기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할까요?
아버지께 전화 한통 드려야 할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이 팽이가 아이들을 광란의 댄싱 머신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처음엔 이게 뭐지? 하더니 곧 팽이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불을 꺼 주었더니 마치 클럽에 온 듯 합니다.
밤이 늦었고 지나치게 아이들이 쿵쾅 그려서 아랫집에서 시끄러울까봐 팽이를 숨기기 전까지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춤을 추더군요 ^^;;;
단 3천원에 온 가족이 박장대소하는 30분을 보냈으니 충분한 값어치를 해 준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도 팔지 않고 꼭 지하철에서만 운이 좋아야 살 수 있는 뮤직 팽이~ 이른바 휘귀템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혹여 갖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