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하던 축구 선수라도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찬스에서 실수를 하게되면, 더구나 그 실수로 예를 들면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된다거나 했다면 인터넷에서는 그 선수는 죽일 놈이 됩니다.
아마도 적어도 1주일은 속된 말로 형체도 없이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고 생각하면 될것 같습니다.
다행히 16강에 진출해서 묻혀졌지만, 남아공에서 김남일의 백태클은 만약 한국이 경기에 져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그는 1,000년은 장수할 수 있는 욕을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적어도 1주일은 속된 말로 형체도 없이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고 생각하면 될것 같습니다.
다행히 16강에 진출해서 묻혀졌지만, 남아공에서 김남일의 백태클은 만약 한국이 경기에 져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그는 1,000년은 장수할 수 있는 욕을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사실 사람은 실수를 합니다.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까지 살아오면서 보지 못한듯 합니다. 다행히 축구 선수의 실수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만회할 기회도 돌아옵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단 한번의 실수를 해도 커리어가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IT 개발자들 입니다.
IT 개발자, 시니어가 되면 개발외에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제목은 IT 개발자 지만 사실 IT업무 종사자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잠시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10년 가까이 UNIX서버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로 일해왔습니다.
아래는 제가 초급 개발자 였을때인 꽤 오랜전에 유명했던 이미지 입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nanjeongho?Redirect=Log&logNo=70019099973
이 웹툰을 보면서 공감도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사실 이때 까지는 시키는 일을 개발만 하면 되었고 내가 만든 서비스들이 하나 하나 현장에서 실현되는 즐거움 때문에 많이 공감하지는 못했던 부분 입니다.
한국적 회사 문화에서는 개발자가 초급, 중급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다른 일을 지 않으면 안되는게 현실 입니다.
프로젝트의 PM을 하거나 업무 협의를 하거나 회의에 들어가거나 개발한 서비스에 대한 운영을 하면서 고객응대를 하거나 하는 일들이 아닙니다. 이런 일들은 개발의 연장 선상에 있는 일들이며 시니어 개발자가 무리없이 이행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이런 업무 외에도 시니어 개발자에게는 조금씩 관리직 으로의 변신을 요구 합니다.
만약 계속 개발업무만을 고집한다면 어느새 회사에서 도태되어 있는 자신을 보게될 가능성이 큰게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경험을 가진 시니어 개발자들은 결국은 점점 개발에서 손을떼고 사람을 관리하는 관리 업무나 경영에 관련된 업무를 서포트 해야하는 관리자로의 길을 가게되는 모습을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머리는 이해를 하지만 과연 그게 바른 길인가? 하는 고민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때문에 휴먼에러에 대한 경험이 많고 많은 부분을 막을 능력도 있을지도 모르는 시니어 개발자나 운영자는 도태되거나 지속적으로 일선에서 관리자로 변신하여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 관리직으로 변신한 개발자들은 회사에서 살아 남을까요?
휴먼에러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개발과 동시에 개발한 서비스에 대한 운영 업무도 사실상 일부 병행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개발자나 운영자가 실수로 장애를 일으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주변의 비난을 받고 문책도 당했었습니다. 하지만 고의성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분으로 인정하고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는 경우가 많았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이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길다고 볼 수 없는 전문 경영인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단기간의 이익 목표를 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시대에는 사람의 실수 한번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 입니다.
실수가 회사 목표나 이익에 영향을 준다면 회사에 따라서는 CEO부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줄줄이 옷을 벗는다는 살벌한 표현이 존재 합니다.
앞서 말한 관리직으로 변신한 개발자들, 대부분 IT팀장 급 혹은 그 명칭이 부장이던 팀장이던 차장이던 혹은 실장이던 간에 지워진 책임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잘나가던 IT 팀장이 3시간 동안 발생한 서비스 장애로 옷을 벗었다.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가 실패하여 IT관련 인원들이 줄줄이 잘렸다. 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점점 많이 들려옵니다.
이런 파급 효과 때문에 이제는 적어도 중급 심하면 말단 초급 개발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문화가 정착 되고 있습니다.
과거는 한번 정도의 실수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라 치부 하였다면, 이제는 직접 문책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일을 넘어 그 사람의 IT 경력을 끝장내는 경우도 있는듯 합니다.
즉 요즘의 개발자들은 한번만 실수하면 끝이라는 다소 무거운 부담이 지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휴먼에러의 개념도 점차적으로 확장되어 IT 운영인력의 경우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아니라 미리 예측하고 점검을 통해 발견하지 못한 책임까지도 주어집니다.
자신이 실수 하지 않아도 장애가 발생하면 해당 IT 인력 전체에 책임을 지우는 연좌제 아닌 연좌제에 연루된 케이스도 생겨나고 있는게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IT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대기업 일수록 IT인력은 계약직 또는 도급으로 쉽게 대체 하려는 성향이 있는것도 이런 일들이 쉽게 일어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부작용
사실 IT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점점 고도로 복잡해지고 과거와는 달리 많은 장비와 프로그램이 연계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왠만한 서비스는 도저히 담당자 한사람이 머리속에 업무 프로세스를 다 담기도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대부분의 사업이 IT에 의존하지 않으면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많은 장비와 프로그램들이 과거보다도 이런 부분들을 서포트하고 있지만 이 추가된 장비와 프로그램들도 결국은 IT인력이 개발하고 점검하고 분석해야 될 것들입니다.
아무리 예측하고 준비하고 훈련하여도 예측불가의 상황은 있게 마련이고 서비스 복잡도의 증가는 앞으로도 휴먼에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보거나 겪게 되는 IT 인력들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요?
능력이 있다면 다른일을 하기 위해 회사내에서 부서를 이동하거나, 또는 이직하거나 하겠지만 능력이 있어도 나이가 많아져 오갈데 없어진 인력들이 가장 취하기 쉬운 행동이 제가 보아온 아래와 같은 모습들이 아닐까 합니다.
1. 어렵거나 성공율이 낮은 프로젝트, 개선 작업등에 관여하지 않기
2. 개발을 최대한 안하기: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됨 그러니 하지 마샘
3. 다른 부서나 다른 사람에게 골치아픈 일은 일단 떠 넘기기
이런 회사들은 생산성이 낮을 수 밖에 없고 사실상의 새로운 시도나 개선이 원천 봉쇄됩니다.
괜히 시도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실직할수도 있는데 "왜 내가?" 이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이런 회사들 일 수록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도구나 툴에 나가는 돈을 아끼려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희망은 있겠지?
IT인력 개 개인이 이러한 흐름에 대처 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라 안타깝지만 결국은 휴먼 에러를 줄일수 있는 절차와 제도, 시스템 마련으로 최대한 휴먼 에러를 줄이는 방법이 현재로써는 유일한 대처방법인듯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과 부담을 지속적으로 IT 개발자에게만 지운다면 한국IT의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마의 경우 포에니 전쟁시기에 전투에 패전한 장군에게 다시 군대를 맡겨 출전시키는 모습을 보입니다. 적어도 이 장군은 같은 방식으로는 패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졌다고 합니다. 반대로 카르타고의 경우는 한번 패전한 장수는 즉시 참수하여 책임을 물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역사속에서 어떤 나라가 승리자가 되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연히 이것 저것 찾다가 발견한 1983년의 매일경제 기고문을 소개하고 글을 맺을까 합니다.
휴먼에러 -1983.6.3
윤학수(한국종합금융 사장)
-중략-
필자가 외환은행의 책임자로서 런던에 체류하고 있을때의 일이다. 설립이 일천하고 인원도 부족하고 만사에 생소한 탓으로 1일간이지만 지불준비금의 부족이 발생했다.
필자는 엄중한 문책을 각오하고 영국 은행 담당관을 찾아 변명겸 사과를 했더니 담당관 왈
"Human Error" 즉 이것은 인간의 잘못이니 있을수 있는것이므로 괜찮다는 것이었다. 문책하는 어조는 전혀없이 도리어 앞으로는 잘해달라고 격려를 해주는 것이었다. 필자로서는 참으로 의외의 경험이었다.
-중략-
즉 인간은 전지전능 하지 않으니 실수라는 것이 부득이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기에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범법의 의도가 없는 경우는 양해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