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최근에 3D프린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도 흥미롭게 다루고 최근에 TV뉴스에서도 소개될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분야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3D프린터는 재료를 쌓아서(적층:積層) 가공하거나 성형해내는 장치를 지칭 합니다.
하지만 꼭 적층 방식이 아니거나 변형된 방식인 경우도 있으므로 다시 정의 하자면 명칭 그대로 3차원으로 제품을 제조해 내는 장비쯤이 아닐까 합니다.
사출, 성형 관련 일을 하셨던 분이 과거부터 유사한 기계가 있었고 이름만 다르게 붙였을 뿐이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라는 논지의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사실은 꽤 오래된 개념의 물건인데 왜 지금에 와서 주목을 받고 있을까요?
적층 공정으로 얼굴 조형을 만들어 내는 3D프린터
이미지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45&aid=0002067157
아마도 대량 생산의 시대를 지나 소량 다품종을 생산해야 하는 시대상황과 맞아떨어지기도 하고 낮은 비용에 생산이 가능한 경제성 같은 부분들 말고도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D프린터가 활용되는 사례
3D프린터는 공상과학이나 첩보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실제의 생활에서 활용하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들처럼 국내에서도 소규모 생산이나 제작을 하는 업체들을 위해서 판매되는 3D프린터들이 존재 합니다.
위와 같은 비교적 단순한 부품, 제품 생산 용도 뿐만 아니라 아래의 사례들처럼 그 영역이 더 확장되고 있습니다.
축구화 바닥을 3D프린터로 생산해낸 나이키
이미지/내용 출처 : http://www.etnews.com/news/international/2731694_1496.html
전통적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나이키에서는 운동화 제조 공정에 3D프린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운동화의 바닥을 고객의 요구로 조금이라도 변형 시키려면 전체 생산 라인을 조정해야 하지만 3D프린팅이라면 변경된 설계 도면을 입력만 하면 즉시 변경된 구조의 생산이 가능 하기 때문 입니다.
3D프린터로 생산하는 전기 자동차
이미지/내용 출처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0301161605&type=xml
앞으로는 자동차를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메이커의 작은 작업장에서 만들어 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미래에는 현대/기아/르노삼성/시보레 같은 대형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저렴하게 알아서 모시는 “지후대디 자동차 제작소”에서 생산한 “막 달려 SV 3” 같은 자동차를 사게 될수도 있습니다.
포드 자동차의 대량 생산 시스템 (Ford's Mass Production System) 이전의 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는 걸까요?
인공장기를 3D프린터를 이용해 정교하게 제작이 가능하다. 해당 이미지는 이식 가능한 사람의 귀
이미지/내용 출처 :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130319200002390519
의료 분야에서도 3D프린터는 매우 주목 받고 있는 기술 입니다. 콜라겐과 살아있는 연골 세포가 들어있는 “바이오 잉크” 재료로 제작된 인공 귀와 같은 경우 생체에 거부감이 적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 일부를 잃은 사람들의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또는 뱃속 태아의 얼굴과 모습을 3D스캔해서 조형물로 제작해 주는 아이디어도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거부감이 드는 아이디어 입니다. 물론 태어날 아기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라면 잘 알아볼 수 없는 초음파 사진에 입 맞추고, 이목구비가 겨우 분간되는 입체초음파 사진 정도에 감격하는 걸로 만족할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이미지는 조금 섬뜩함을 줍니다.
3D프린터로 출력 가능한 총기 디자인을 공개하려는 DD라는 단체
이미지 출처 : 국내언론매체
아직은 완성된 전체 총기를 제조한 것은 아니지만 이 가능성을 보니 모든 기술에는 명암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컬러 복사기/프린터가 대중화 되면서 돈이나 수표를 복사하거나 출력하여 악용하는 사례가 있었듯이 상식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기존에는 개인이 만들기 어려웠던 어떤 위험한 물건이 세상에 풀려 나올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기사였습니다.
이처럼 이미 많은 분야에서 3D프린터가 사용되고 활용방법이 연구되고 있는데 사실 산업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지 모르는 저런 사례들 보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저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 부분 입니다.
3D프린터가 대중화 된다면...
이 장치가 그려내는 멋진 세상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기사나 블로그에서 다루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아주 소박하게 평범한 사람인 제 생활에 어떤 변화나 영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기존의 종이에 출력하는 프린터도 초기에는 학교나 공공기관, 기업에서만 볼 수 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플로피디스크에 담긴 파일을 출력 하려면 도트 프린터가 있는 동네 인쇄소에 가야 했고 그나마 PC도 드문 시대라서 손으로 적은 종이를 들고 문구점에서 장당 20원에 복사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집집 마다 대부분 복합기 기능을 가진 프린터들이 있고 포토 프린터로 디지털사진들까지 집에서 출력하다 보니 어느새 동네에 흔하던 사진관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USB를 들고 대형마트 정도는 가야지 인화를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일반 프린터가 대중화 되었듯이 개개인이 3D프린터를 가지게 되는 시대도 올 수 있지 않을까요? 검색을 통해 방문했던 블로그에서 그 가능성을 조금 보았습니다.
이미지/내용 출처 : http://www.mukulcast.com/1370446
약간 단순해 보이는 완성품 이긴 하지만 분명 집에서 PC와 3D프린터로 만들어낸 훌륭한 결과물 입니다. 만들어 낼 제품의 설계 도면을 PC에서 디자인하고 이를 3D프린터에서 출력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용도의 3D프린터 사용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이미 개인 용도의 3D프린터 시장이 크게 성장하리라 추정하고 있음을 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개인용 3D프린터와 일본 시부야에 있다는 3D프린터 카페
이미지 출처 : http://www.globalwindow.org/gw/overmarket/GWOMAL020M.html?ARTICLE_ID=5001125&BBS_ID=10
이런 것들을 보면 아직까지 대중화라고까지 말하기는 힘들지만 3D프린터가 각 가정에 보급될지도 모른다는 제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3D프린터가 대중화 된다면 아래 링크한 블로그의 포스팅하신 본인이 조금은 오덕스럽다며 피규어 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글처럼 개인의 취미와 생활에 참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덕하게 보는 미래기술, 3D프린터 : http://soulcreator.blog.me/140182629557
또 아이들과 함께 이순신 위인전을 읽어주다가 거북선 설계 도면을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서 바로 프린팅해서 즐겁게 같이 조립 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etnews.com/news/special/2729022_1525.html
이미지 출처 : http://www.etnews.com/news/special/2729022_1525.html
이렇게 나만의 독특한 디자인의 하이힐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03/2012080301518.html
어쩌면 집에 3D프린터가 없더라도 설계 도면을 USB에 담아가면 아빠와 아이가 함께 디자인한 장난감을 프린팅 해주는 가게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arambaby?Redirect=Log&logNo=120142549109
위의 이미지의 장난감은 나무로 DIY한 것들이지만 이런 것과 유사한 장난감을 프린팅 한다면 백설공주 좋아하는 제 딸은 너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stampmama?Redirect=Log&logNo=30106931151
인테리어나 액세서리나 소품 같은 것을 만드는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음에 드는 소품을 찾아 힘들게 뒤지거나 쇼핑할 필요 없이 단추나 비즈 같은 것도 직접 디자인해서 바로 프린팅 하시겠지요.
이렇게 제법 많은 물건들을 집에서 직접 프린팅 해서 만들어 쓰는 세상이 온다면 후세는 이런 시대를 무엇이라고 특정 지을까요?
두둥, 혹시 가내수공업의 시대?
1인 제조 기업 등장?
농담처럼 가내수공업의 시대라는 말을 했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시대가 오면서 생겨난 1인 출판사, 제가 자주 방문 하는 이웃 블로거 분의 직업인 1인 창조기업가 같은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 났듯이 개인이 직접 소수의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을 위한 물건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직업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3D프린터가 대중화 된다면 실제로는 직접 물건을 제조, 생산하여 팔기 보다는 아마도 스마트폰의 앱을 다운로드 하듯 디지털 설계 도면을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제품 컨텐츠를 디자인 하여 판매하는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는 어쩌면 디자이너가 가장 유망한 직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접 물건을 만드는 데서 얻는 즐거움
어릴 적 저는 부모님들이 부산에서 독립해서 터를 잡으려 하는 사이에 지금은 작고 하신 할아버지 댁에 두어 달 정도 맡겨져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자주 고함도 치고 성마른 성격의 할아버지셨지만 손자에게는 소죽을 끓이며 아궁이 앞에서 직접 낫으로 나무를 깍아 동물 인형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희미한 어린 기억속에서도 흔들리는 아궁이의 불빛 앞에서 나무를 깍으시는데 열중하시며 원하던 모양이 나왔을때 잘 웃지 않던 분이 빙그레 웃으셨는데 어떤 희열 같은 것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aksanf9364?Redirect=Log&logNo=20167814535
위 이미지에서처럼 디테일 하게 잘 만든 것들은 아니었지만 그 느낌은 비슷합니다. 장난감이 드문 시골에서 어린시절 저에게는 하루 종일 손때를 묻히며 가지고 놀고 잘 때는 품에 안고 자는 그런 나무 인형 이었습니다. 지금은 무엇이든 쉽게 사줄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그 시절의 나무 인형만큼 소중히 다루고 아꼈던 물건은 아직까지도 없는 듯 합니다.
저처럼 바쁜 삶에 지쳐서 무언가 직접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인터넷에는 요리 레시피가 넘쳐나고 직접 요리를 만드는걸 즐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레고를 조립하여 한 시리즈를 완성해 나가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유행했던 DIY 제품들도 직접 만들어 냈을 때 우리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 이겠지요.
이제 방식이 조금은 다르고 더 편해졌지만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 쓰는 시대가 또 다시 올지도 모릅니다. 3D프린터로 아빠가 디자인해서 만들어준 장난감, 엄마가 프린팅 해준 머리핀, 내 취향에 만들어서 입는 옷, 내 스타일로 만든 샌들 또는 가방, 직접 필요한 부분을 디자인 하고 프린팅해서 꾸며서 만든 레고 시리즈 등등 이런 것들이 소박하게만 보자면 3D프린터가 가져다 줄지도 모르는 미래의 우리 삶을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풍족하게 해줄 가장 변화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맺으며
미래에 실제로 3D프린터가 대중화 되어 생활속으로 다가올지 산업 현장에서만 쓰일지 또는 그외에 일부 매니아들이 설치하여 쓰게 될지는 사실은 알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어쩌면 필자가 오버해서 예상한것과는 달리 우리가 프린터가 있어도 모두가 책을 출판하지는 않는것 처럼 실제로는 제품을 만들기 보다는 아주 간단한 물건을 만드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수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디지털 시대가 개인에게 미디어와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듯이 3D프린터로 인하여 산업 혁명과 대량생산 체제의 확립 이후에는 대규모 시설과 자본가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졌던 제조, 생산이라는 부분을 어느 정도는 개인에도 돌려 줄 수 밖에 없으리라는 사실 입니다.
부족하고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이 부족한 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