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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 ETC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개인적으로 고등학생때 도서관에서 "이야기 일본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워낙 어릴때 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고 취미가 있다보니 한국사나 중국사, 유럽의 역사에 대한 서적은 일찍 많이 접했지만 의외로 바로 이웃나라인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특수한 과거사 때문인지 꽤 늦게 기본 입문 서적을 통해 접한 셈입니다.

 

대부분 그러겠지만 역시 일본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대는 수많은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전국시대 입니다. 그 말미에는 임진왜란으로 우리역사와도 관련이 깊은 시대이기도 합니다. 전국시대를 기술한 부분중에 역시 역사에 관심이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인물인 "오다 노부나가"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그 드라마틱한 이력 때문인지 여러편의 만화, 영화,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슈퍼스타 역사 캐릭터 랄까요?

 

그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는 역시 책에서는 2천의 병력으로 2만2천의 군세(이 숫자들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견과 다른 설이 있지만 당시에 읽은 책자에 기록된 숫자이고 상당한 전력차 였다는 것만큼은 사실 입니다.)를 이끌고 침공하던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덴가쿠하자마[田樂狹間)에서 기습하여 패사시키는 장면으로 시작되어 일본의 다른 영주들을 정복해 나가며 성장하는 마치 소년지 만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와 흥미로운 스토리에 고등학생이던 저는 한때 국내에는 많지도 많던 전국시대 관련 책들을 찾아보고 관련된 소설과 역사 서적을 탐독하게 만들었던 인물입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시리즈로 쓰고 있는 왕 이야기에 다음 주인공으로 "오다 노부나가"를 쓰려고 하였는데 워낙 이미 많은 블로거분들이 다루어서 제 글을 하나 더 덧붙여야 하는지 조금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관련 책과 정보들을 다시 읽어보고 있었는데 블로그에 사용할 이미지를 찾다가는 5~6년전에 보았던 2002년작 "토시이에와 마츠"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어버렸습니다.

 

총 49부작이나 되는 드라마이고 이전에 이미 한번 보았던 드라마 인지라 출퇴근 길에 아는 이야기는 스킵으로 빨리 넘겨가면서 다시 보았습니다. 11년이나 지난 드라마인데 여전히 흡입력 있는 드라마 라고나 할까요? 다시 봐도 재미있고 볼 만한 드라마 였습니다.

 

드라마의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쏟아져 나오는데다 나중에 작성할 왕 이야기 오다 노부나가 편에서 다루기로 하고(언제 쓸지는 ^^;;) 오늘은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합니다. 사실 역사적 지식을 가지고 보면 더욱 재미있지만 전혀 몰라도 드라마를 보는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드라마의 주인공 마에다 토시이에 (카라사와 토시아키)

 

과거에 KOEI의 "노부나가의 야망" 시리즈 게임을 한글패치해서 혹시 해보신 적이 있다면 "전전리가(前田利家)" 라는 한문을 우리식으로 소리 나는대로 읽은 이름에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으로 후에 일본 전국시대의 한 지역인 가가 100만석의 대영주가 되는 인물입니다.(일본의 전국시대에는 영지의 규모를 쌀 생산량으로 측정한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

 

신의 있고 인정 많으며 올곧은 무장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의 아내인 마츠는 현명하고 생각이 깊은 여성으로 토시이에의 부족한 면을 잘 내조해서 남편의 출세를 돕고 남편의 사후에도 영지를 지켜내려 한 여성으로 총명하고 내조의 상징같은 여성이랄까요?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토시이에의 아내 마츠(마츠시마 나나코)

 

시대극 이외에는 일본 드라마에 흥미가 없다 보니 거의 보지 않아서 사실 일본 배우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편입니다. 그래도 49부작 내내 이 부부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는 다른 일본 시대극에서 조금은 느꼈던 마치 연극 연기처럼 느껴지는 어색한 부분 없이 자연스러웠고 마츠역의 이 배우는 필자에게는 웃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역시 빠질 수 없는 주역이자 그들의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는 지금도 오다 노부나가라고 하면 소리마치 타카시가 연기한 이 드라마의 오다 노부나가가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오다 노부나가(소리마치 타카시)

 

오다 노부나가를 다룬 드라마라 하면 역시 혼노지의 변 장면이 빠질 수 없습니다. 가신인 아케치 미쓰히데의 배신으로 불을 지르고 자결하는 이 장면이 보통 대미를 장식하는데 이 드라마에서 이 장면은 비교적 짧게 나오지만 이 또한 강렬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기로 다른 드라마나 만화의 장면보다 더 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드라마에서 이 인물의 퇴장은 아쉬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중독성 있던 "그러한가" 라는 대사

 

특히 극중 이 케릭터가 자주 내 뱉는 "그러한가" 라는 대사는 무엇때문인지 강한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아 저 대사 칠것 같은데 하면 어김없이 이 대사를 쳐 주었는데 약간은 신경질적이고 다혈질 성격과 대비되는 이 인물의 카리스마를 적절히 잘 표현한 연기로도 생각됩니다.

 

노부나가를 연기한 소리마치 다카시와 마츠역의 마츠시마 나나코는 실제로 부부라고 합니다. 부부가 둘 다 참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군요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출세의 경쟁자로 등장하는 친구로 설정된 삿사 나리마사

 

이 드라마는 기존의 무거운 분위기의 시대극과는 달리 무장들의 출세 과정을 현대의 샐러리맨의 출세에 빗대어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 때문인지 삿사 나리마사와 기노시타 도키치로(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토시이에와 마치 입사동기와 같은 친구 사이로 설정되어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끌어 나갑니다. 그 때문인지 조금 무리한 부분도 보이지만 이 비유가 드라마 중간중간의 각자의 부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유머러스한 재미를 줍니다.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기노시타 도키치로(훗날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특히 출세의 화신같은 인물인 기노시타 도키치로는 처음에는 농민이다 보니 신분상으로 무사인 토시이에에 굽신굽신하다가 토시이에 보다 먼저 출세를 하고나니 하대하는 모습 등은 이런 인간 군상을 실제로 현실에서도 본적이 있는지라 참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히데요시를 연기한 이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때때로 출신 성분에 걸 맞는 천박하고 변덕 부리는 모습을 보여 주다가도 금새 야심가와 후에 지배자로써의 잔혹함도 보여주는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에겐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농민 출신에서 일본의 지배자가 되는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세 친구는 오다 노부나가의 휘하에서 출세를 다투며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 시기하기도 하면서도 우정을 나누며 수많은 역사적 이벤트와 잘 버무려진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유쾌하게 끌어 나갑니다. 진지한 사극이다가도 자주 우리도 이해할 수 있는 웃음 코드들도 등장하는 드라마라서 49부작의 긴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글쓴이도 샐러리맨이다 보니 이 오다 노부나가 주식회사의 중역들로 성장하는 이 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현재 글쓴이의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과 비교해 보기도 했던것 같습니다.

 

 

토시이에와 마츠, 무사를 샐러리맨에 빗댄 일본 시대극

 

49부작의 끝에 주요 인물들이 노래와 춤을 추며 등장하는 서비스 장면에서는 긴 드라마를 시청하며 어떤 종류의 애정이 생겨서 인지 엄청 웃다가도 드라마의 끝이라는 것에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옆에서 같이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긴 인생을 함께한 기분 이었다고나 할까요?

 

흔히 전국시대를 다룬 시대극에서 기대할 지도 모르는 스펙타클한 전투장면도 잘 나오지 않고 그나마 나오는 전투 장면들도 사실 기대하고 볼 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 스토리를 중시해서 보는 필자에게는  실제 역사와 잘 어우러진 이 드라마의 대본은 49부작이나 되는 드라마를 지겹게 느끼지 않고 볼 수 있게 만든 원동력어었습니다.

 

11년이나 지난 드라마이다 보니 무척 때늦은 소개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스토리는 시대를 불문하고 재미있는 법입니다. 마치 샐러리맨의 출세기를 역사극에 잘 버무린것 같은 "토시이에와 마츠"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를 보고 싶으시다면 꼭 추천드리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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