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추억이 서려 있던 제 애마였던 99년식 엑센트, 구입한 후 큰 말썽 없이 잘 타던 차였지만 세월이 무상하게 흐르다 보니 어느 새 어딘가 내어놓기에 조금 부끄러운 낡고 오래된 차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외관도 깨끗하고 잘 굴러 가기에 별 다른 불편없이 타고 있던 이 녀석이 지난주 토요일 이천을 다녀오던 길에 집 근처에 다와서는 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견인을 해갔는데 월요일 정비소에서 전체적으로 수명이 다 해서 부품 한 두개의 교체로는 회생이 어렵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엔진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는 수리비 견적을 듣고는 아쉽지만 회생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폐차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아직도 나름 깨끗한 외관을 지난 오랫동안 수고해준 제 애마 99년식 엑센트. 비오는 날 폐차 하기 전에 차안의 물건을 챙기러간 아내가 사진을 찍었는데 왠지 아쉬움에 눈물이 날뻔 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첫 아이 임신전 부터 아내가 더 많이 몰고 다니던 차라 비록 무생물이지만 오랜 시간 같이 한 정이 들었었나 봅니다. 저희 가족의 첫차이기도 했구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이들도 있고 차가 없으면 너무 불편하겠는지라 새차를 살까, 중고를 살까 고민하던 중. 눈이 펑펑 오던 토요일 그 전 부터 눈팅을 하던 매물을 일단 가서 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바로 20,000km 주행한 2012년식 쉐보레 크로즈 LT 였습니다. 사실 다른 곳에 2013년식 주행 4,000km, 새차 같은 같은 모델이 있긴 했는데 전 주인이 무옵션으로 흔히 깡통이라 말하는 기본으로 구입 했는지라 이런 저런 추가할 비용을 따지면 비록 1년이 더 된 차긴 하지만 여러가지 옵션이 이미 달려있는 차가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차에 크게 관심이 없는 성격이고 차 운전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라서 어떤 차의 모델이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차를 살지 부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경차 혜택이 있으면서도 경차로 보기 힘든 만큼 박스카로 넓은 공간을 가진 기아의 레이 신 모델을 살까. 이른바 국민차라는 아반떼도 고려해 보고 장거리 운전을 거의 하지 않는 특성상 소형차인 신형 엑센트도 고려해 보았는데 바로 이웃에 사는 차를 잘 아는 사람도 추천을 해주었던 크루즈도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이래 저래 유튜브에서 시승기를 보다가 저와 와이프가 결정한 것은 바로 크루즈 였습니다.
차를 모르니 뭐가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쩐지 너무 흔하게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아반떼의 디자인에 식상해 있었는지라 크루즈의 독특하고 묵직해 보이는 디자인만 보고 결정 하였습니다. 뭐 요모조모 차의 성능과 기능을 따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희 부부같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물건의 디자인만 본답니다. ^^;;
그런데 중고차를 구입해 본지 너무 오래되었고 워낙 허위 매물과 속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게 있는지라 살짝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실 매물이 있는지 전화해서 확인을 하고 수원의 중고차 매매단지로 이동하였습니다. 중고차를 살때 보통 외관을 보여 주고 본네트를 열어 내부도 보여주지만 저나 와이프같이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여 준다고 뭘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런 부분은 차을 전문으로 다루는 블로거 분들에게 맡겨두고 저 같이 중고차를 사본지 오래되었거나 처음 중고차를 구입하는 분들을 위해 중고차를 사러갈때 무엇이 필요한지, 챙겨야 할지 일단 짚어 보겠습니다.
차량을 현금이나 일시불로 산다면 신분증만 있으면 준비 끝 입니다. 혹시 모르니 주민등록 등본 사본 한장 정도 들고 가시면 좋습니다. 하지만 할부로 구입 해야 한다면 필요한 서류는 인감증명서 2통, 인감도장, 주민등록 사본,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할부는 최대 48개월까지 가능하지만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12~36개월 정도의 할부 상품을 많이 선택하는 모양입니다. 년말이면 신차 구입시에는 3%대의 낮은 이자율도 있는 반면 중고차의 할부는 신용 등급에 따라 9%~13% 정도의 할부이자가 있습니다. 저는 부득이 하게 대출이나 은행거래가 많은 편이라 신용 등급이 1등급이었지만 9%대의 이자라는 이야기에 차값의 일부를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서 현금 구입하였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가 4~5% 사이라서 차라리 할부 이자 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빚이 없거나 돈이 많아서 굳이 대출이나 은행거래를 하지 않는 분들보다 빚은 많아도 연체 없이 착실하게 갚은 이력이 있는 사람들의 신용등급이 더 높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현실 입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서와 차량의 이력서라고 할 수 있는 상태 기록부, 등록 원부를 받게 됩니다. 차를 잘 몰라도 꼼꼼히 봐야 할것은 상태 기록부와 등록 원부인것 같습니다.
특히 등록 원부는 혹시 차가 저당 잡히거나 한 것이 없는지 확인 할 수 있으므로 혹 주지 않는다면 사본을 달라고 하셔서 확인 하시기 바랍니다. 이른바 지나치게 싼 가격의 사기 매물의 경우는 차가 저당잡힌 사실을 모르고 구입했다가 보증금을 내거나 해야 하는 사태가 생기면 결국은 정상가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차를 사게되는 경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매물 사이트에서 차량의 가격만 보고 돈을 준비해 오시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중고차 매매시 중계 수수료와 취등록세, 보험 가입비 등의 비용이 추가로 더 발생합니다. 중계 수수료는 정해진 요율이 있지만 취등록세의 경우는 차량 가격의 8%로 꽤 나오는 편이니 해당 비용도 미리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저는 귀찮니즘이 심해서 그 자리에서 자동차 보험까지 가입해 버렸습니다. 자동차 보험의 경우 무이자 할부가 되는 카드들이 많으므로 미리 확인해두고 가신다면 좋습니다. 차를 살펴보고, 계약서 쓰고 이체하고 보험 가입하고 이러다 보니 약 3시간 정도 쇼요된듯 합니다.
차를 인수 받아서 가는 길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엑센트를 떠나 보내며 무척 아쉬워했던 아내 인데.... 크루즈의 운전대를 잡자 바로 아쉬움을 잊고 기분이 조금 업된듯 합니다.
확실히 이전에 타던 엑센트에 비하면 실내도 넓고 승차감도 좋았습니다. 이전 엑센트의 경우 오래된 차다 보니 도어가 무선도 아니고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잠궈야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리모콘이었습니다 ^^;;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다 보니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외관만 봐서는 새차나 다름 없는 크루즈 입니다.
이번에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느꼈던 점은 수원, 의왕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모 업체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차를 찾고 계약을 했는데 옛날 불신으로 가득했던 중고차 구입 과정보다는 훨씬 투명하고 시스템화가 잘 되어있고 판매하시던 분들도 예전의 투박한 말투의 분들이 아니라 친절하게 초보적인 질문에도 충분한 설명과 장 단점을 잘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사실 과거의 경험으로 중고차 구입하러 가면 어떻게 해야지 하는 부분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더군요. 그리고 현장에서 정비업체와 바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연결도 해주니 구입에 필요한 절차들과 보험가입, 블랙박스 설치 같은 부분까지 여러가지 귀찮은 일들을 한번에 다 할 수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저 같이 관심 분야 외에는 귀차니즘으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참 편리한 세상인것 같습니다.
면허증 딴지 11년, 운전 한지도 그렇게 자주는 아니고 1주일에 1~2번 으로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햇수로 거의 8~9 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차에 대해서는 관심 부족에 초보를 벗지 못하는 부부의 중고차 구입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