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정기 휴가를 쪼개어 오랜만에 고향인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글쓴이의 경우 10여년 전 취업을 하면서 서울에 올라 왔다가 수원에 정착했기에 본가와 처가가 모두 부산에 있습니다.
그만큼 성인이 될때까지 살면서 많은 추억이 어린 곳이지만 원래 자신이 살던 지역은 잘 돌아 다녀보지 않는 법이랄까요? 막상 제 고향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부산에 여행 가면서 어딘가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부산의 관광지들을 저도 별로 가본적이 없거든요. 사실 오히려 부산 사람들은 휴가때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잘 알려진 관광지를 가지 않습니다. 저도 대학생때는 남해나 경주, 경북 청도, 에버랜드 같이 부산권을 벗어난 먼 지역을 주로 여행했던것 같습니다.
서울에 사시는 분들이 막상 서울안의 관광지로 여행가지 않고 주변 경기도나 강원도나 가평, 양평 등으로 떠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 같습니다.
이번에 가본 감천 마을 같은 경우는 제가 부산을 떠나오던 10여년 전만 해도 관광지가 아닌 그저 도심의 변두리로 여기던 지역이었습니다.
지금도 감천문화마을은 여전히 그저 주민들이 사는 마을일 뿐입니다. 다만 그 과거의 독특한 주거 형태를 볼 수 있고 주변의 노력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감천동은 6.25 피난민들이 터를 잡았던 곳 정도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부모님 세대들은 거기 뭐가 볼게 있다고 가는거지? 하고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젠 젊다고만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제 세대만 해도 사실 이곳 같은 오래된 주거형태를 본 기억은 거의 없는듯 합니다. 물론 제가 어릴때만 해도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좁은 골목길들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았던 풍경 입니다. 아파트란 것이 신기하던 시절이니까요. 1970년 말 80년대 초, 시 외각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기억속의 마을들 입니다. 이제는 대부분 재개발이나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많이들 사라졌지만 어쩐지 아련한 기억을 더듬고 온 듯한 기분 입니다.
부산 지하철 토성역에서 하차하시면 6번 출구로 나가서 바로 부산대학교 병원 정류장에서 1-1 또는 2-2 마을버스를 타면 감천문화마을로 갈 수 있습니다. 문화마을 입구에 공영주차장이 있고 비교적 주차비가 저렴한 편이라 차를 이용하셔도 됩니다.
마을 버스는 미니 버스인지라 조금만 사람이 타도 꽉차는데, 좀 큰 버스를 운영하지 왜 이렇게 작은 버스를 운영할까 하는 생각은 곧 감천문화마을로 올라가는 구비구비 좁은 골목길 같은 도로를 보고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보다 버스가 크면 아마도 올라갈수 없을듯 합니다.
문화마을은 별도의 입장료가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거의 낮기온이 33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이었는데 마을 안은 그늘진 곳이 많아서 생각만큼 무덥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너무 무더울것으로 예상해서 아이들을 부모님들이 돌봐주시는 동안 아내와 단 둘이서 들렀습니다.
아마도 아주 특별한 풍경을 기대하고 오신다면 다소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오래된 골목과 집들이 그 독특한 감성을 주는 마을이긴 하지만 그냥 평범한 주민들이 사는 산자락에 있는 마을이기 때문 입니다. 그래도 글쓴이에게는 앞서도 말씀드린 독특한 옛날의 추억이 살아나는 감성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왔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뜨거운 햇볕과 무더위가 느껴지시나요? 이곳 마을입구에서 지도를 구입해서 들린곳에 스탬프를 찍는 스탬프 투어를 하셔도 좋을듯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저도 해보았겠지만 저희 부부는 스탬프는 패스했습니다.
마을은 방문자가 많았는데도 고즈넉한 여름날의 적막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고양이들이 많이 보이더 군요
딸이 같이가지 못해서 오늘의 메인 모델은 아내입니다. 이제 더 이상 젊음의 풋풋함 따위는 없는 우리부부는 사진 찍을때는 선글라스 같은 소품으로 얼굴 좀 가려줘야 됩니다. 저도 요즘은 맨 얼굴로 사진 찍을 엄두가 안 납니다. 왠지 나중에 사진을 보면 슬퍼지거든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한 건물을 봅니다. 지금보다 도로가 더 나빠서 차도 다니기 어렵던 옛날에는 어떻게 이렇게 산 기슭을 따라 건축자재를 옮기고 집을 지었는지 오히려 신기해 집니다.
어린시절 간혹 들렀던 친척분의 동네에도 이런 계단이 있었습니다. 6살쯤일까요? 어머니 손을 잡고 그 친적 집에 가는 계단을 오르다 "엄마 다리가 가지 말자고 해!" 라고 한 말을 어머니는 요즘도 가끔 생각난 듯 추억삼아 하십니다. 요즘은 제 아들이 "아빠 다리가 안 움직이는거 같아" 라는 말로 매번 업히고 싶을때 쓰는 단골 멘트가 되고 있어 웃음이 납니다.
이 148 계단 앞에 연인들의 모습입니다. 사실 이날 방문객 대부분이 10~20대, 연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우리 중년부부도 오랜만에 마치 불륜커플처럼 손 꼭잡고 올라갔습니다. 중간에 손에 땀이나서 "가족끼리 손 잡고 그러는거 아니다"라는 말로 슬몃 손을 빼기도 했지만요.
그래도 다 올라가고 나니 시원한 바람과 전경이 참 좋습니다. 무릎에 무리가 없다면 꼭 한번 이 148계단 올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멀리 감천항이 보입니다.
광각 렌즈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인물렌즈로 풍경을 찍으려니 화각이 항상 아쉽습니다.
곳곳에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이 많습니다. 옛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카페인데 148계단을 다시 내려와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러 들렀습니다. 내부는 예전 욕탕 공간을 그대로 인테리어로 활용해서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좁다란 골목들과 옛향수를 느끼게 만드는 감천문화마을을 걷고나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오랜만의 부부 둘 만의 시간이라 가까운 국제시장에 들려 연예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먹자골목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의기투합하였습니다. 남포동 국제시장 거리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