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 친구들 몇몇이 최근에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면서 종종 아이들의 "우리도 강아지 키우자!" 공격에 요즘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이라면 벌써 강아지 한마리 들였겠지만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집에 애완 동물을 키우는 건 혼자 쉽게 결정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조금 고민 중 입니다.
강아지를 키우는게 부담스러운 이유는 가끔 강아지를 키우는 집을 방문하면 간 혹 맡을 수 있었던 동물을 키우는 집 특유의 냄새 문제와 털 문제로 저를 빼면 환절기 마다 알러지로 늘 콧물을 흘리는 아내와 아이들 때문 입니다. 그리고 이제 막 육아 헬 을 조금 벗어나는 시점에 또 새로운 동물을 키우고 돌봐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동물을 무척 좋아하지만 쉽게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습니다. 한 14년 전쯤 총각때 별 고민 없이 고양이를 데려와 그냥 키웠던 걸 생각하면 저도 이젠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우선은 체험 삼아서 휴가를 가면서 강아지를 맡길 곳을 찾던 이웃에게 휴가 5일간 우리가 강아지를 맡아 주겠다 했습니다.
그래서 "송이" 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강아지가 우리집에서 잠시 살게 되었습니다.
5일간 맡아서 길렀던 강아지는 포메라이언(화이트 폼) 이라는 견종인데 여우를 닮은 얼굴이 참 귀여운 견종인것 같습니다. 며칠 데리고 있어보니 영리하고 간혹 깡깡 짖는 경우 말고는 조용하고 전혀 말썽을 피우지 않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를 좀 무서워하는 아내도 이 아이는 무척 예뻐 하고 귀여워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5일동안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잠도 같이 잤습니다.
성격도 사람을 좋아해서 우리 가족이 낯이 설었을텐데도 붙임성 있게 다가와서 쓰다듬어 주길 바라더군요. 다만 잠시 밖에 나갔다 오거나 하면 저를 보고 캉캉 짖기는 하는데 쓰다듬어 주면 금새 조용해 집니다.
모든 개를 일단 무서워 하는 아내도 이 아이는 겁내지 않고 무척 이뻐했습니다. 딸 아이를 가장 잘 따랐는데 남자 아이인 둘째 녀석은 온 첫날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더니 하루 이틀이 지날 수록 처음보다는 좀 시들해 합니다. 게다가 우리 부부가 강아지를 많이 이뻐 하자 살짝 질투가 나는지 저와 아내에게 부쩍 애교를 많이 부리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맡은 강아지 "송"이는 몇일간 대 소변도 잘 가리고 산책 나간다면 신나하고 사람 옆에 조용히 머무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말썽 없는 강아지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만 외출용 목줄과 연결하는 옷을 입히는 걸 싫어하는지 산책 나가려 이 옷을 입힐 때 손을 살짝 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몸집이 작아 선지 사료도 적게 먹는 편이고 맡은 5일 동안 하루에 한번 정도 대변을 봤는데 먹는게 작고 사료만 먹어서 그런지 대 소변 냄새는 심하게 나지 않았습니다.
가져다 준 물품은 강아지 집과 자율 물 공급기, 사료접시가 있었고 나중에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이 정도 물품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대 소변을 받는 배변용 시트도 있었는데 이미 배변 습관이 잘 들어서인지 그다지 손 가는 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장난감과 산책용 목줄이 있었는데 배변 봉투가 같이 달려 있어 산책을 나갈 때 편리했던 것 같습니다. 배변 봉투가 달린 목줄은 정말 아이디어 상품인 것 같습니다. 한 장씩 뽑아 쓸 수 있어서 편리했는데 마침 산책 나갔다가 배변을 해서 한번 사용해 보았습니다.
딱 한가지 빗질 하는 걸 꽤나 싫어 하길래 빗질을 거의 안 해 주었더니 사진에서 바닥에 보이는 것처럼 털은 좀 많이 날렸습니다. 아침에 청소를 한번 했는데도 오후가 되니 바닥에 하얀 털들이... 마침 털갈이 시즌이라 더 많이 빠졌던 것 같은데 옷이나 여기 저기 많이 달라 붙어서 이건 좀 살짝 스트레스 였습니다.
저야 고양이를 키워봐서 이보다 더한 털 날림도 겪어봐서 고양이에 비하면 별 것 아닌데 하고 별 감흥이 없었는데 아내는 청소 때문에 좀 힘들어 했습니다. 사실 여름이라 좀 끌어안거나 쓰다듬고 나니 얼굴에 털이 붙어서 저도 간질간질 하고 재채기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하는 산책 경험은 꽤 괜찮았습니다. 목줄을 잡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니 주인도 운동이 되고 밤에 산책을 하니 상쾌함도 좀 있었습니다. 강아지 덕분에 걷기 운동도 좀 하고 건강에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5일 동안 잠시 강아지를 맡아주고 나니 데려갈 때 정이 들었는지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고 동물을 돌보는 것은 정서에도 꽤 좋아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좀 더 고민을 해 봐야겠습니다. 털이 좀 덜 날리는 견종은 또 성격이 이렇게 차분하기만 할 것 같지는 않고 포매라이언의 성격이 맘에 들기는 하는데 털이 생각보다 많이 날려서 알러지가 있는 식구들이 환절기에는 힘들어 할 것도 같습니다.
잠시 경험해 본 강아지 키우기는 것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말썽도 없고 그리 손이 많이 가지도 않았는데 역시 털과의 전쟁이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 다고나 할까요? 강아지를 키워 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