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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 ETC

나의 대출 스토리, 과연 나에게 빚이 빛이 되었을까?

한국에서 내 집을 장만한 사람들 중 아무런 빚이 없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대출을 통해서 집을 장만하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처음 집을 살 때도 집 담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장만했고 이후 집을 넓혀 가면서도 그 상승폭만큼 빚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결코 대출을 끼고 집을 사라 권하는 유의 글이 분명히 아닙니다.


다만 내가 어떻게 집을 샀고 어떻게 대출을 받았는지의 담담한 기록입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만약 대출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의 이 글이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포스팅을 남겨봅니다.


제가 또래의 사람들을 보았을 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장만한 사람, 집 값은 폭락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집을 사지 않은 사람, 그냥 집 사는 건 포기한 경우 이렇게 나누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처럼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분들도 제 주변에 많습니다.


집 담보 대출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출로 집을 사는 행위는 마치 결혼과 같아서(?) 그렇게 했어도 후회 안 했어도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집값이 많이 올라서 행복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살 때보다 떨어졌거나 그동안 낸 이자나 비용을 생각할 때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경우에는 속된 말로 "따지고 보면 똔똔"인 케이스로 집값이 약간 오르긴 올랐는데 그 동안 낸 이자와 비용을 생각하면 아직은 크게 이득을 보지는 못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제 경우에는 집값이 오르는 걸 전혀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가장 중용한 건 가족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터전 마련이 필요했다는데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만족감도 역시 필요했던 사항이고요.


편안하고 모던한 거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무료이미지


첫 서울 생활 시작이 반지하 방이었고 사회 초년병 시절은 오래된 작은 평수 빌라들을 전전했기에 사진에서와 같이 안락한 분위기의 거실이 오랜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매달 허덕이는 봉급만으로는 집을 사는 건 100년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집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커지자 결국 저는 남들처럼 대출을 끼고 집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저의 첫 집은 사진에서 같이 넓고 안락한 거실을 가지지는 못했던 소형 아파트였는데 그래도 아늑한 거실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주택공사에서 제공하는 모기지 대출을 이용했습니다. 고정 금리에 당시에는 그나마 적절한 5% 정도의 이율이었는데 당시에는 집값의 70%까지도 대출이 가능했습니다.


이때 두 개의 값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출 가능 액수가 좌우되는 수치입니다.


LVT(주택 담보 안정 비율) 시기나 정책에 따라 달라지지만 예를 들면 이 수치가 집값의 60% 정도가 대출 가능하다는 기준 비율입니다. 투기 과열지구(보통 서울 대부분, 경기도 일부)는 30~50%로 하향 되기도 합니다. 무조건 집값의 몇%가 대출 가능한 것은 아니고 아래 설명할 DTI와 연계되어 평가됩니다.


DTI(총 부채 상환 비율), 말이 어렵지만 쉽게 설명하면 연간 주택 담보 대출 이자 상환액+기타 대출 연간 이자 상환액 값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즉 연 소득에 비례해 갚아야 할 원리금이 특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개념입니다. 역시 정부 정책이나 시기에 따라 변합니다.


DSR이란 이자가 아닌 원금을 포함해 원리금으로 바뀐것과 다른 요인들도 더 포함되어 꽤 빡빡하고 더 엄격한 수치입니다. 저는 사실 이전에는 이 용어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해당 비율과 수치로 계산된 범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대출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첫 집을 살 때는 DSR 비율은 적용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이 글은 나의 대출 스토리이지만 상세한 대출 방법 등은 다루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대출을 받아도 될까? 고민하고 있거나 아이고 암것도 모르겠네 하는 분들,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내가 고민하게 된 대출에 대한 제 생각을 더 풀어 보겠습니다.


그렇게 장만한 집에서 행복하게 약 2년간 잘 살다가 주변에서 중도금 이자가 면제되는 미 분양 아파트 추가 분양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한번 대출로 집을 마련해서 간이 조금 부은 저는 상당히 무리를 해서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워낙에 처음에 딸랑 몸 하나 들고 서울에 올라온 제 경제 사정이었터라 나중에 잔금을 치를 때 정말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 거의 영혼까지도 긁어모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의 중도금 무이자 대출은 별로 기억이 없습니다. 제출하라는 서류를 내면 실행되던 집단 대출 형태로 무이자여서 그냥 통장에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구조라서 별로 신경도 쓰지 못했습니다.


입주일이 다가오면 이제 이 중도금 대출을 포함해 잔금을 갚아야 하는데 이 시기가 되면 은행들이 아파트 주변에 파라솔과 의자를 가져다 두고 열심히 영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보통은 이율이 유리한 집단 대출을 받게 되는데 중도금 포함해 집단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 제 기억으로는 당시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시기여서 약 3% 초반대의 금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은행 대출

이미지 출처 : pxhere 무료 이미지


무리를 해서 대출금은 더 늘었는데 금리가 떨어져 내는 이자는 큰 차이가 없어진 독특한 상황이었습니다. 한참 신축 아파트의 환경에 만족하며 가족들도 행복해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점점 집이 좁게 느껴졌고 우연히 급매로 나온 더 큰 평수의 집을 계약하면서 또다시 더 대출을 받게됩니다. 이율은 2.8%로 지금 시점(2019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낮은 금리였습니다. 덕분에 더 많이 빌려도 내는 이자는 크게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자 이렇게 저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중도금 대출을 제외하면 총 3번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처음이 어려웠지 그다음은 대출에 대해 큰 거부감도 고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제 생각에는) 사회적으로도 승승장구, 계속 수입이 늘어가는 황금 시기였기에 대출 상환도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의 큰 부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저는 조금씩 나이가 들고 간간이 내가 직장에서 얼마나 일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많은 직장인들이 40대에 성취를 이루면서도 서서히 불안해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니 영원히 돈을 벌 수 있을것 같다 생각했던 저도 이제는 슬슬 불안해지고 현재의 생활을 지탱하는 환경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 그리고 그 집에 대한 대출이 조금씩 부담스러워집니다.


하지만 세월을 되돌려 그 시기로 돌아가면 나는 빚을내서 집을 사는 결정을 안 했을까? 생각하면 역시 또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빚을 내 집을 샀고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서민으로 살기에 충분히 만족해할만한 환경을 샀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 동안 아이들도 저도 아내도 행복했기에 그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일정 기간은 적절한 빚은 도저히 저축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마련해 준 일종의 빛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제 화살같이 쏘아져 가는 세월 앞에서 몇 년만 더 지나면 다가올지 모르는 수입의 절벽 또는 실직에 대한 걱정에 더해 점점 더 큰 짐으로 다가오는 것도 역시 빚이긴 합니다. 사실 집을 팔고 좀 더 낡은 아파트로 옮기면 많은 부분이 해소됩니다. 그럼에도 그러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행복한 환경을 주고 싶은 그리고 나 스스로도 현재의 생활과 환경을 포기하기 힘든 데서 오는 제 작은 욕심 때문일 겁니다.


조금 넋두리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어쩌면 저 같은 연령대의 소시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빚에 대해서 제 스토리를 잡담으로 풀어 놓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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