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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 Story of Kings

관우는 정말로 청룡언월도를 썼을까? 삼국지의 무기들

어렸을 적 삼국지를 처음 접했을 때 유비 관우 장비 의형제의 의리와 영웅적인 행적의 임팩트가 매우 크게 다가왔던 걸 기억합니다. 이제는 제 아들이 삼국지를 만화로 보고 있습니다. 삼국지의 유관장 삼 형제 중 가장 멋진 캐릭터는 관우가 아니었나 합니다. 비록 아들에게는 원펀맨이나 드래곤볼의 손오공에 비해 영향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관우 하면 역시 미염공이란 별명답게 긴 수염, 그리고 대춧빛 붉은 얼굴, 적토마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리고 항상 그의 손에 들려있는 82근의 청룡언월도야말로 관우를 대표하는 상징 중에 상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실제로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언월도라는 무기 자체가 삼국지의 주 무대인 후한 말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언월도는 이보다 훨씬 후대인 당나라 때에 등장합니다. 결국 청룡언월도를 든 관운장은 나관중의 창작인 셈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mon.co.kr/deal/4020959698

사실 장비의 무기인 장팔사모도 실제로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창이 아니라 "사모"의 뜻은 그저 긴 창을 지칭하는 말이었다고 하니 우리가 현대에 가지고 있는 관우, 장비의 무기에 대한 이미지는 실제와는 조금 달랐을 겁니다.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위의 사진은 언월도인데 숙종 시대의 무관인 이삼 장군의 유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언월도의 모습입니다.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조선 후기에는 자루가 없는 타입도 등장했는데 바로 위의 이미지가 반월도 또는 그대로 언월도라고 불렸습니다.

 

정사 삼국지에서는 관우나 장비가 실제로 어떤 무기를 사용했는지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해당 시대의 무기들로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삼국지에 자우 등장하는 과, 모, 극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위의 이미지는 "과(戈)"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무기로 중국 주나라 춘추전국 시대부터 사용되었습니다. 주로 해당  시대의 전차병들이 전차 위에서 휘둘러 찍거나 베는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찌르기는 어려움이 있어 한나라 시대 이후에는 점차 찌르기와 베기 기능으로 두 가지를 합친 가지를 합친 극이나 찌르기에 좋고 베기도 어느 정도는 가능한 모에 그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wikipedia

모(矛)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창(槍)과 모습과 거의 동일해서 많은 경우에 창과 혼용해서 거론됩니다. 또는 풀암류 무기인 모,극,과가 도태되고 결국 창으로 수렴했다고 보기도 합니다.

모가 대부분 소켓식으로 창대가 모에 끼워지는 식이라면 보통 창은 하단의 슴베가 나무 사이에 끼워진다는 식으로 구분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후대의 창에도 소켓식이 존재해서 명확하게 구분이 어렵습니다. 다만 모가 창에 비해서 베기 위한 날이 넓은 경우가 많아서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창이 주로 찌르기에 특화된데 비해서 모는 찌르기에도 적합하고 어느 정도 베기를 위한 날을 가지고 있는 무기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모(矛)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yoony7777/110110762114

관우의 무기는 모(矛)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비록 그가 사용한 무기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지만 정사 삼국지 열전에 "안량을 찌르고 목을 베어 돌아왔다"라는 문구로 볼 때 마상에서 찌르고 벨 수 있는 무기로 모가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검이나 도로 찌르고 베어 왔을 수도 있고 창으로 찌르고 검으로 목을 베었을 수도 있고, 뒤에 소개할 극이 찌르고 베기도 되지만 주로 찌르고 찍는 용도에 가까웠기 때문에 마상이었음을 고려할 때 가장 유력한 후보가 모가 될 것 같습니다.

 

창(槍)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bagua/221289173131

그러면 삼국지에 많이 등장하는 무기중 하나인 극(戟)은 어떤 무기일까요? 사실 나관중의 삼국지에서는 여포의 무기가 방천화극인데 관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여포는 실제로는 방천화극이 아닌 후한 말의 무기인 극(戟)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언월도처럼 방천화극은 훨씬 뒤의 시대인 송대에나 등장하는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극(戟)은 앞서의 과와 모를 합친 것으로 두 무기의 장점을 취하려 하였습니다.

 

극(戟)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yoony7777/110110762114

송대에 등장한 방천화극은 월아라는 베거나 찍기 위한 날이 달린 형태입니다.

 

방천화극 유물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이 월아가 하나만 있거나 두 개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월아가 두 개인 경우는 실전용보다는 의장 용도의 활용성이 컸을 것이라고 합니다.

 

방천화극 이미지 출처 : wikipedia
방천화극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아마 삼국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여포의 화극은 위의 이미지와 같이 월아가 2개인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의장용이라 언급했듯이 더 멋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외에도 삼국지에 등장하는 무기들로는 검과 도는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부(斧)는 전투용 도끼를 말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삼국지는 어린이용이 아니었습니다. 글자만 빼곡하고 삽화하나 없던 성인이던 사촌누나가 가지고 있던 삼국지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우연히 1권을 읽기 시작해서 몇 날 며칠을 그 영웅담의 세계 속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적 삼국지를 읽다 보면 여포가 방천화극을 꼬나쥐고 적토마를 타고 달려나갔다거나 서황이 대부(大斧)를 들고 적을 맞으려 달려나갔다는 묘사가 나오면 한자를 잘 모르던 그 시절의 저는 사뭇 그 무기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하고 궁금해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황 이미지 출처 : wikidepia

삼국지에서 매번 악역들이 매복시켜두는 도부수라는 말도 그저 도끼와 칼로 무장한 병사들이란 뜻인 걸 고등학교 때에야 알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고구려 벽화속 기병과 창수와 도부수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intersjh/221076419919

오늘도 별로 영양가는 없지만 어린 시절 품었던 호기심들이 문득 떠올라 포스팅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삼국지의 영웅들이 뜨겁게 활약하는 시대의 이야기들 안에서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들었든 안 들었든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적어도 삼국지 소설 안에서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미염공 관우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청룡언월도를 짚고 당당히 서있고 장비는 구불구불한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장판교에서 백만 대군을 막아내고 여포는 적토마를 타고 방천극으로 땅을 쪼개는듯한 기세로 적진을 휘젓는 모습이 훨씬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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