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 란 한 보일러 회사 CF의 문구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야 아궁이 있는 시골집들도 개조해서 보일러가 다 들어가 있는 시대이니 이젠 좀 옜날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전에 아이팟 4세대와 와이브로 에그로 부모님댁에 페이스타임을 가능하게 하려는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이전글 : 2013/01/25 - [IT/Device/Game] - 페이스타임, 아이팟 터치 4세대로 효도 한번 해볼까?
요약하면 부모님이 아이들 얼굴을 자주 보고 싶어하셔서 인터넷도 설치안된 부모님댁에 10GB에 5천원 이벤트때 구입한 와이브로 에그와 아이팟 4세대를 이용해 페이스타임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방법이었습니다.
미리 준비했던 걸 이번 설 명절에 집에 내려가서 설치를 해드렸습니다.
안방 TV장 위로 설치한 컴팩트에그와 아이팟 4세대 입니다. 지저분한 선은 나중에 정리하기로~
아내의 아이폰4S로 페이스타임을 걸어보았습니다. 아내의 아이폰은 WIFI 연결 없이 3G 상태였는데 생각보다 끊김 없이 통화가 가능 했습니다.
작은 표시 같은걸 보기에는 눈이 안 좋으신 부모님을 위해 케이블 앞뒤를 표시해 드렸습니다. 거꾸로 연결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예방책 입니다.
사실 와이브로가 잘 안터지면 어쩌나 가장 걱정 했었는데 녹색으로 최상의 수신 감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전의 경험상 아이팟의 여러가지 복잡한 기능은 일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동영상에서 처럼 페이스타임이 걸려오면 밀어서 잠금해제 하는 방법만 알려드렸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통화 수신 방법은 현재로선 페이스타임 밖에 없는듯 합니다.
집에 와서 부모님댁에 페이스타임을 걸어보았습니다.
부모님의 초상권을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어머니 죄송합니다. 모자이크 했더니 더 이상해요 ㅜㅜ
부산과 수원 거리상으로 멀다면 먼 거리에 1년에 두 세번 밖에 보지 못하는 손주들이 이제는 매일 저녁마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명절에 내려가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초 간단 통화법 이지만 부모님이 과연 아이팟을 다룰수 있으실까? 혹은 괜히 나 혼자 생각이지 이걸 정말 좋아하실까?
다행히 그런 걱정들은 기우에 그쳤습니다.
아이팟만 해도 꽤 선명한 영상으로 아이들 얼굴이 나오다 보니 위 사진의 표정에서도 느껴지듯 상당히 즐거워 하셨습니다. 예전의 이통사 영상 통화보다도 훨씬 선명하고 화면도 크고 대화도 잘되어서 좋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밀어서 잠금해제로 받는 방법도 쉽게 하셨습니다. 스마트폰에 안 익숙하신 부모님을 이해 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가 당연히 하는 터치도 몇번을 눌러야 터치에 성공하시는 걸 봐왔던 터라 조금 걱정했던 부분입니다.
어머니 말씀이 "톡 치는건(터치) 어려운데 주욱 땡기는건(잠금해제) 쉬운데?" 였습니다.
전화비 없이 무제한(10GB이니 거의 무제한에 가깝습니다.)으로 통화해도 된다는 사실도 매우 좋아하셨던 부분입니다. (부가세 포함 월 5천5백원의 와이브로 에그 비용은 제가 부담하는 거라 말씀 안드렸습니다.)
한 가지 생각이 못 미쳤던점은 아이팟이 아니라 아이패드2 중고를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6GB WIFI 모델의 중고가가 아이팟4세대 가격이랑 비슷하였습니다. 아이팟 화면도 충분히 잘 보이긴 하지만 커다란 아이패드 화면으로 보셨으면 더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애플의 창의성 논란이나 모든걸 떠나서 영상통화(FaceTime)만큼은 정말 직관적이고 쉽게 만들어준점에 대해서 무한한 고마움이 생겼습니다. 이런 작은 부분이 애플의 사용자 경험들의 일부분에 불과하겠지만 적어도 저와 제 와이프는 페이스타임 보다 더 쉬운 영상통화 방법이 나오기 전에는 아이폰을 계속 쓸 수 밖에 없을듯 합니다.
애플 광고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부모님댁에 페이스타임 놔 드려야겠어요" 같은 감성적인 광고 문구가 어떨까요?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보며 오늘도 아이들 잠들기 전에 부모님과 페이스타임 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