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도였던가 오랜만에 서울에 온 고향 친구와 가벼운 커피타임을 가졌는데 무슨애기 끝에(아마도 이 전 대통령 이야기 였겠지요) 몇가지 일들이나 인터넷 종량제는 막아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미 인터넷 종량제의 시대는 코 앞에 와 있고 슬슬 마무리 단계가 아닌가 생각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내용을 한번 적어보려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2003년 즈음에 처음으로 인터넷 종량제 논란이 불거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도 많은 사회적인 반발이 있었고 결국 흐지부지 지나갔지만 2005년도에는 모 통신사의 당시 CEO가 종량제를 언급하면서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란과 반향, 반발이 있었고 결국은 이것도 지나간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량제 이야기는 불거져 나왔고 이를 봐도 거대 통신사들의 최종 목표는 인터넷 종량제임이 자명해 보입니다.
우리 삶에 인터넷은 이제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2005년도의 종량제 찬반 인터넷 매일경제 기사의 헤드라인
과거의 인터넷 종량제 논란은 결국 유선인터넷에 국한된 논란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주 경로는 결국 집에 설치된 초고속 유선 인터넷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에도 CDMA를 통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애초부터 사용량이 미미했기에 휴대폰의 종량제 인터넷 요금은 데이터요금이라는 이름으로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처럼 인식되었습니다.
2005년도 종량제 논란 때 등장한 종량제버전 네이버 패러디 이미지
이미지 출처: http://photo.naver.com/view/2005041820190981723
가장 기억에 남는 종량제 논쟁은 2005년도의 논쟁으로 위와 같이 텍스트 위주와 이미지가 출력되지 않는 포털 패러디 이미지가 등장할 정도로 그 불꽃이 뜨거웠습니다.
역시 2005년 즈음에 등장한 종량제 체험 계측기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bgchoi0212?Redirect=Log&logNo=90030817852
당시에는 아래의 표와 같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기에 이런 부분들이 더욱 두드러졌는지도 모릅니다.
2005년도 발표된 초고속 통신 가입자수.
하지만 국내에 자연스레 적어도 무선 인터넷 영역에서 종량제가 시행된 것은 아이폰도입을 전후한 스마트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입니다. 이전부터 데이터 요금제라는 종량제 방식의 요금 과금 방식을 사용해 왔기에 아무런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과금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오히려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데이터도 미리 결제하는 방식이라 종량제보다 더 좋지 않은 방식으로 적용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도 그저 요금 폭탄이라는 두려운 상황을 피하려고 원래 사용하는 데이터용량 보다 많은 요금제를 선정해서 쓰거나 종래에는 데이터량에 신경 쓰기 싫어서 결국 나중에야 등장한 3G 무제한이라는 값비싼 요금제를 써야 했습니다.
이렇게 무제한 요금제와 통화료, 각종 이월 혜택 등, 쓰지도 않는 SMS등을 엮은 방식의 요금제는 소비자에게 우리가 유선에서는 그토록 저항하던 종량제를 더 나쁜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언론에서 가끔 언급되는 요금 폭탄 기사의 위협에 저처럼 무제한으로 갈아탄 분들도 일부는 있으시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아래는 아이폰5가 출시되던 시기에 요금제 표입니다. 이것을 휴대폰 요금제라는 생각을 떠나 유선 인터넷에 매겨지는 요금이라면? 완벽한 종량제 요금이 아닌지요? 사실 앞에도 언급했던 종량제보다 더 나쁜게 어쩌면 영영 사용하지도 않을 용량도 미리 구입해서 써야 합니다.
LTE도 사실 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마치 법칙이 있는 것 처럼 이전 CDMA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사실은 1GB, 당시만 해도 1GB는 한 달 동안 별짓을 해도 다 쓸 수 없는 용량으로 인식되었음) 2만원대 중반의 요금을 3G 무제한은 약 두배정도 상승시킨 요금제로 내어 놓았습니다. LTE도 헷갈리는 요금체계이긴 하지만 실제로 속도제한에 걸리지 않고 불편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하려면 기존 3G의 무제한 요금제에 해당하는 금액의 약 두배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일 3GB를 초과하면 속도제한을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무선인터넷는 약 3~4년동안 종량제가 정착된데다가 무제한의 경우는 4배 가량의 요금상승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S사의 LTE 무제한 요금제 정책
며칠 전에는 S 모사가 발표한 요금제 정책의 같은 통신사 사이의 음성통화 무료 등을 살펴보면 이미 통신사에게는 음성통화 수입은 그 중요도가 미미해지고 사실상 데이터 통화량이 앞으로의 수입이 되어 주리라는 사실 입니다. 사실 저나 주변을 보면 요금제에 포함된 무료통화 범위를 넘어 통화하는 경우는 잘 없는듯합니다.
과거와 달리 무선 인터넷은 점차 전 국민의 필수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선 인터넷을 무선이 대체하는 시기가 오면 인터넷은 자연스레 종량제로...
제 주변에 지인들 중 두분이 최근에 유선 인터넷을 해지하였습니다.
한 분은 LTE로 13G 정도의 데이터 사용가능한 요금제를 쓰면서 집의 유선 인터넷을 끊어 버렸습니다. 집에 들어가서는 테더링을 하고 노트북 정도만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유선 인터넷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한분은 업무상 LTE 모뎀을 사용중인데다 회사에서 휴대폰 요금과 모뎀 요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LTE 휴대폰 테더링과 LTE모뎀 연결을 번갈아 써도 충분하여 역시 집에 유선 인터넷을 해지 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경우를 보면 앞으로는 가정의 유선 인터넷을 점차 무선 인터넷이 밀어내지 않을까 하고 예상해 봅니다. LTE보다 더 빠른 무선 인터넷 방식도 등장할 것이고 집에 AP등 별도의 기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비용 상승을 유발하지 않을까는 걱정 스럽습니다.
필자는 무선인터넷이 유선 인터넷을 적어도 가정에서는 대체하는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 제 부족한 예상이 맞는다면 결국 우리는 멀지 않은 미래에 이통사가 염원하던 인터넷 종량제의 세상으로 별다른 저항감 없이 옮겨가게 될것 같습니다.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음모론적 시각으로 보자면 통신사의 브레인들은 그 때가 오면 자축의 축배를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음모론적 시각을 빼고 보면 어쩌면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무선인터넷이 그런 기회를 주었고 어부지리를 얻었는데 그 중 누군가는 "이게 바로 일찍부터 내가 궁리하고 추진한 전략"이라고 어필 할지도 모를 일이지요. 세상에는 그런 '사' 자들도 많다는걸 직장 생활 하다보니 느꼈습니다.
얼마 전 스마트폰의 미래나 ALL IP 등을 다룬 글에서 필자가 서툴게 예측해 보았듯 결국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스마트폰이 가정의 PC로 또는 홈 네트웍의 중앙 장치로 쓰이거나 많은 사물에 IP가 부여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시대에는 무선 인터넷이 없이 살 수가 없는 시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지금처럼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용이 최근 4~5년 처럼 무시무시하게 상승한다면 어쩌면 Internet Poor 라는 신조어가 등장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부터 갑작스런 방문자 수에 놀라 확인해 보니 다음메인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