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 해 주신 이웃 분들은 제 블로그가 IT관련 글을 많이 발행하지만 사실은 쓰고 싶은 걸 쓰는 주제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블로그란걸 아실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주제는 좀 의아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요녀석으로 듣던 시대의 노래와 얽힌 이야기 좀 해보려 합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보잘것 없는 블로그 주인장의 90년대 연애담입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술을 즐기지 않는 본인이 몇 달 전에 드물게 맥주를 마시는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가게에서 90년대의 명곡들이 흘러나왔고 평소답지 않게 몇 잔을 마셔서 흥이 오른 필자는 흘러나오는 노래에 대해 개인적인 연애사를 풀었고 노래들과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에 사람들이 때로는 박장 대소하거나 때로는 "우~" 하면서 비난하면서 너무 재미있게 들었기 때문에 이걸 블로그로 써 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블로그에 개인사를 풀어 놓는 게 너무 쑥스러운 일이다 보니 저 멀리 밀어 두었던 글감 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건 포스팅에 대한 압박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글감 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 정리가 안 되었고 오늘 쓰기엔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적당한 글감들을 고민하다 보니 이 내용이 쓰기에 적당 하겠더군요.
내일이 되면 발행한 걸 후회할 것 같지만 야심한 밤이고 그 시절 노래를 다시 듣다 보니 분위기에 취해서 한번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필자는 9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해서 인지 유난히 90년대 노래에 감상에 빠져 듭니다. 저와 같은 세대가 아니라면 아마 공감이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재미 삼아 했던 이야기와 한번도 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워낙 예전 일들이라 기억이 좀 흐릿하다 보니 조금 아귀가 맞지 않는 사건도 있고 제 스스로 미화하거나 착각한 부분도 있을 듯 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의외로 부정확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대략의 줄거리는 맞을 테니 너무 따지지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노래를 넣으려 저작권에 대해 알아보니 직접 삽입이 아닌 유투브 링크는 괜찮다고 해서 부득이하게 노래 들은 링크로 소개 드립니다.
지난 날 - 유재하 -
유뷰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0_ZJfwM2bMs&feature=share&list=PLDA8F777A3C52D582
혹시나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포털의 인물정보
불후의 명작인 1집을 내자마자 요절해서 더 유명해진 가수 입니다.
이 노래는 사실 80년대 후반의 노래 입니다.
중학생 때 다니던 학원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반 친구들과 소풍을 갔습니다. 물론 학원 선생님 인솔하였지요. 고향이 부산이다 보니 놀러 간 곳이 범어사란 사찰의 계곡이었는데 그 곳에서 물놀이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려도 조금 음흉했던 제 또래들은 일부러 같은 반 여중생들에게 물을 뿌려서 물에 젖어서 드러나는 실루엣에 설레어 하기도(응?)..., 어허 이거 그 때를 돌아 보니 지금 중학생들도 애들이 아니군요. 갑자기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 안 한 우리 딸 걱정이 벌써부터 되는군요. 남자는 애나 어른이나 도둑이란 걸 일찍부터 가르쳐야겠습니다.
여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너무 놀아서 지친 몸으로 다들 버스를 탔는데 조금 음흉해도 결국 애들은 애들인지라 친구들은 다들 남자끼리, 여자끼리 앉아 버렸습니다. 짐을 챙기고 오느라 늦게 버스에 탄 저는 한 여학생 옆만 자리가 비어있어서 않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버스가 왈칵 출발하는 바람에 얼결에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 말 없이 오는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아직도 그 당황스러움은 세월이 이 만큼이나 지났는데도 생생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말 없이 오기가 심심했던지 가방에서 과자도 주고 초콜릿을 주거나 하면서 말을 걸었는데 뒷좌석에 친구들이 이걸 보고 또 놀려서 저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얼굴만 벌개져서 대답 없는 못난 남중생이랑 앉아 있다 보니 지루해져서 꼬박 꼬박 졸기 시작하더군요. 버스 창 안으로 비추는 햇살도 따스하고 다들 피곤했던지라 모두 버스안에서 하나 둘 잠이 들었는데 에구머니나 이 친구가 스르르 머리를 제 어께에 기대고 잠이 들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에 졸음도 오고 친구들에게서 나는 땀 냄새와는 너무나도 다른 샴푸향과 부드러운 볼이 어께에 기대어 있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도 같았던 무척이나 따스한 기억입니다. 하지만 혹시나 잠에서 깰까 봐, 나중에는 움직이면 내 몸에서 나는 땀 냄새를 맡을까 하는 걱정이 갑자기 들어서 완전 차렷 자세에 경직된 자세로 집까지 왔던지라 결국엔 어께와 팔이 너무 저리고 아파서 이 시간이 빨리 끝났으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때 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유재하의 지난 날 입니다. 아직도 이 노래만 들으면 그때의 따스한 느낌의 기억이 아련하게 납니다.
그 후 가끔 길에서 이 친구를 마주치거나 하면 이 친구는 거리낌 없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곤 했는데 저는 혹여 친구들이 볼까 봐 그리고 놀림이 두려워 아는 체 하지 않고 후다닥 달려 가버리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 친구를 마주친 날은 집에 오면 라디오에서 녹음한 지난 날을 계속 듣곤 했던 것 같습니다.
내 사랑 내 곁에 - 김현식 -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ycU9F16ysBM
추억 만들기 -김현식-
유투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Jje1WZsB7T8&feature=share&list=PL150A0D7E12923670
필자의 세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 일단 포털의 인물정보 첨부해 봅니다.
1990년대 초 아마도 고등학생 때 였던것 같습니다. 당시 친구들과 학원을 다녔던 저는 누구나가 경험 했을법한 학원에서 본 피부 하얗고 오목 조목 이쁘던 한 여고생에게 반했던 것 같습니다. 아 지금 생각하니 왠지 웃기네요 ^^;;; 1990년대의 학원이나 독서실은 남고생이 유일하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꽤나 진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숫기 없는 남중, 남고를 쭉 다닌 남학생은 말 한번 못 건네고 주변을 맴돌기만 했습니다. 더구나 1살 많은 누나 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같이 학원에 다니던 친구가 꽃다발과 케잌을 들고 왔습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그날 이 친구는 용감하게도 학원 마치는 길에 끈질기게 따라가면서 결국 꽃다발과 케잌을 그 여고생에게 건네주고 참 성격 급하게도 그날 사귀자는 고백을 해서 기어이 수줍은 "알았다" 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저만치 뒤를 따라가며 "야 멋있다", "얼레리 꼴레리" 등을 외치는 친구들 틈에서 같이 어울려서 마음에도 없는 놀림에 가담하다가 모든 이벤트가 끝나고 혼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워크맨에 들어 있던 당시 60분짜리 노래를 모아둔 테잎을 들었는데 하필 위 두 노래가 연속으로 흘러나왔습니다.
뭔가 전혀 가사나 상황이 안 맞는데... 게다가 동네 깡패 형에게 붙들려 죽을 만큼 맞아도 결코 울지는 않는 게 미덕이던 당시의 남자 고등학생 체면에 기를 쓰고 참으려 했지만 결국 내릴 곳을 4코스나 지나쳐서 간신히 내릴 때는 눈물 콧물이 범벅 된 얼굴을 가방으로 가리고 내려야 했지요. 무엇 때문 인지 이 이야기를 가끔 하면 이 대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웃으시더군요. 하긴 저도 지금에서는 떠올리면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집에 가기 전 사람들이 눈치 못 채도록 조심해서 눈물은 다 닦아 버렸지만 얼굴이 상기되어 있어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또 동네 깡패 형에게 맞았나 걱정되어 캐 물으시는 어머니에게 지나치게 성질을 부리다 아버지에게도 많이 얻어 맞은 날로도 기억되는 참 억세게 운도 없었던 슬픈 날이었습니다.
칵테일 사랑 - 마로니에 -
유투브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c6XNI5Kt22k&feature=share&list=PL9AD1630AB50F956D
마로니에는 인물 정보 사진을 구하지 못 했습니다.
원곡 링크는 못 구했습니다. 많은 리메이크가 있었지만 서영은씨의 리메이크버전이 가장 원곡의 느낌이 잘 나는 것 같아 링크했습니다.
필자는 남자 중학교, 남자 고등학교, 남자 대학교(?)는 아니지만 여학우의 비율이 8%에 불과하던 대학을 다녔습니다. 캠퍼스에는 여자란 하루 종일 거닐어도 찾아 볼 수 없고 곳곳엔 직각으로 걷는 ROTC 학군단과 제복을 많이 볼 수 있는 참 안타까운 환경 이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과 친구들의 열망(?)에 주변 여대와 참 많은 미팅을 1학년때부터 경험 했습니다.
그 중에서 주선자가 예체능을 하는 친구들이라고 이야기 해서 발레리나 등을 상상하며 부푼 마음에 미팅에 나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곧 무언가 잘 못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미팅에 나온 친구들은 일단 치마 아래에 껴입은 체육복이 거슬렸는데, 알고 보니 당시에는 마른 편이던 우리들과 비교해도 어께가 꽤 있어 보이는 체대 여 학우들 이었습니다. 수업 후 바로 나와야 해서 옷을 갈아 입지 못했다고 사과 했지만 일단 미팅에 나온 여성은 잘 차려 입는다는 편견을 가진 나이였던 저 나 친구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물론 체육을 하는 여 학우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여성은 무조건 가녀려야 되는 줄 알던 덜 익은 애들이었던 당시의 저와 제 친구들을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진정한 여성의 가치를 알기에는 당시에는 너무 어린 수컷들이었습니다.
더구나 주선자는 그 중에서 가장 이쁜 여학우와 일찍부터 눈이 맞아서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 10분 만에 먼저 자리를 비워 버림으로써 속칭 킹과 퀸이 사라져 버려서 급속도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냉랭함이 감도는 가운데 나머지들만 앉아 있었습니다.
이미 파토 난 미팅의 분위기는 그 중 과거 껌 좀 씹으셨다는 가장 체격 있으신 삼수 한 누님이 이미 미팅의 끝을 예상하시고 담배를 피워 뭄으로써 파국을 향해 치달았습니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에 다들 커피는 먹는 둥 마는 둥 자리를 끝내고 그냥 보내기엔 너무 예의가 없을 수 있으니 얼른 술 한잔 하고 헤어지기 작전 이라는 (사실은 삼수한 누님의 "야 집어 치우고 술 마시러 가자" 이 한 마디에) 치밀한 계산 끝에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초장부터 술 잔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서로 사심이 없다 보니 의외로 너무나도 흥겹고 즐거운 술 잔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삼수 한 누님은 너무나 화통하고 멋진 여성이었고 우리를 참 재미있고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결국 2차는 노래방으로 이어졌는데 당시에 유행하던 칵테일 사랑을 누군가 예약해 두었고 "누구야, 누구 노래야" 하는 사이에 갑자기 미팅 내내 한마디 없던 지나치게 과묵한 수줍던 한 친구가 저에게 마이크를 내밀어서 예상치 못한 듀엣을 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술이 약하던 저는 끝날 것 같지 않던 지나친 음주와 가무에 (당시 노래방에서는 맥주도 팔았고 시간 연장에 끝나지 않는 30분 더 서비스가 기본이었습니다.) 그만 살짝 정신 줄을 놓았던 것 같습니다. 정신이 돌아오니 노래방 구석에 쪼그리고 뻗어 있는 제 곁에 그 과묵한 수줍은 친구만 남아 있었고 모두 제 정신이 아닌 채 알아서들 흩어진 후였습니다. 결국 집에 가는 방향도 중간까지 같아서 술도 깰 겸 자판기 커피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술은 다 깼는데 별거 아닌 이야기에 밝게 웃어 주는 이 아가씨가 왠지 처음보다 이뻐 보입니다. 결국 수줍음을 좀 벗어나니 심야에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참 즐겁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먼저 내릴 곳 이어서 그제서야 삐삐(호출기) 번호를 물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리느라 경황이 없어 "삐삐 번호는?" 이라고 묻자 이 친구는 갑자기 표정이 처연해지며 "연락 안 할거면서, 예의 안 지켜도 돼" 라고 하더군요. 엉겁결에 그냥 내려 버렸고 한참을 서서 버스 뒤를 쳐다 보았습니다. 진짜 연락 하려고 물은 거였는데 말입니다.
90년대를 추억하면 항상 이녀석이 먼저 떠오릅니다.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풀었을 때는 이 대목에서 "버스를 안 내렸어야지"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또는 주선자한테 나중에 연락처 물어봤어야지"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당시에는 매일 매일 이벤트가 많은 어린 시절 이었습니다. 또 다음 날 친구들의 강한 비난과 갈굼에 주선자는 잠적해 버렸고(원래 학교는 1주일에 하루 정도 나올까 말까 하다가 결국 쌍 권총찬 친구) 워낙 펄펄 뛰던 친구들의 반응에 그 미팅에 나온 사람을 언급 한다는 게 무척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곧 잊어 버렸지요.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히 자판기 커피를 마셨던 그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 보니 갑자기 그 때의 기억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되살아 났습니다. 나이가 들어 보니 남자는 자기 이야기에 밝게 웃어주는 여성에게 약한 것 같습니다. 인연이 아니기에 흩어졌지만 그 친구에게도 그 때 이야기 나누었던 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면 족한 것이겠지요. 어쩌면 칵테일 사랑을 들을 일이 있을때 기분 좋은 추억으로 떠올린다면 더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저와 같이 노래와 얽힌 추억이 있으실 듯 합니다.
혹시나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으면 군 시절 연애담과 아내를 만나는 이야기를 속편으로 써 보려 합니다. 어쩐지 포스팅 압박으로 개인사까지 파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 노래와 좋은 추억 떠올리시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