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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짧은 생각

올해는 봄이 늦게 오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지만 아직도 바람이 찹니다.

환절기라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 않고 출근해서도 하루종일 졸음이 와서 점심을 먹고 나면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입니다. 이런때는 출근길 지옥철에 부대껴도 짜증이 나고 눅눅한 봄비라도 오는 날이면 회사에 출근하는것 자체가 너무 싫을때가 있습니다.

때때로 로또를 사면서 출근하지 않는 삶을 꿈꿔보지만 여지 없이 로또 앱은 "당첨되지 않았습니다" 를  밷어내고 로또 종이를 찢어서 휴지통에 버리며 월요일 출근길에 나섭니다.

 

하기야 요즘은 로또에 당첨 되더라도 회사를 그만둘 정도의 당첨 금액은 안되는것 같습니다.

 

5등이라도 한번쯤은 되어봐야 할텐데, 이건 뭐...

 

출근길에 지하철역에 자주 들리는 편의점이 있습니다. 사실 더 가까운 편의점이 있는데도 몇 걸음 더 걸어서 그 편의점에 들리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항상 미소 띤 얼굴로 편의점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3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의 친절함 때문 인것 같습니다.

 

사진은 남자분이지만 공통적으로 이런 느낌의 미소랄까요?

 

출근할때도 있고 일찍 퇴근할때도 있는데 회식을 하고 늦게 집에 갈때는 젊은 학생이 있는 걸로 봐서 낮 동안만 아르바이트를 하는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서서 손님을 맞아야 하니 피곤할만도 할텐데 한번도 찡그리거나 지쳐서 무표정한 표정을 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작년 11월 쯤 출근길에 두유를 사는데 우연히 초로의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는걸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아주머니가 힘들지 않냐고 어떻게 매번 웃고 있냐고 물어 보았나 봅니다. 대한민국 아주머니들의 친화력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은 어릴 때 몸이 많이 아팠었기 때문에 계속 누워서 지냈고 마음 편히 밖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자랐으며 평생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지 못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몸이 나았고 지금은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게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하러 나오면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대답하고는 제 두유를 받아들고 계산을 하고 여지없이 지나치게 밝은 미소로 "안녕히 가세요"를 말해줍니다.

 

편의점 문을 나서면서 그날도 지옥철에 시달렸는지라 마음이 부정적이던 저는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 일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렇겠지. 지금이야 일하는게 좋겠지만... 사람이란 적응하고 나면 일하는게 좋을 수가 없는 법이지 "

 

하지만 해가 바뀌고 벌써 반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가끔 편의점을 들릴때마다 여전히 밝은 미소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예의 밝은 인사도 여전하구요. 얼마전 들렸을때는 "아 이 분은 정말 일을 할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한 일로 여기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저 처럼 출근길이 짜증스러운 사람도 있고 이 아주머니처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제가 당연히 여겼던 건강함과 돌아다닐 수 있고 일할 수도 있는 신체의 자유를 이 아주머니는 어른이 될 때 까지 가져보지 못했었습니다. 이제는 건강해져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이 분에게는 너무나도 축복이고 행복스러운 일이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현재 당연히 누리고 있는것들, 내 아내와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편안한 잠을 재울수 있는 집을 가질 수 있는것이 이 조금은 짜증나는 출근길을 거쳐서 일터로 나가 내 일을 하고 있어서라는 걸 까먹고 있었나 봅니다. 새삼 내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사실은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떠올려 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물론 오늘도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고 화도 내고 전화기를 집어 던지듯 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이 아주머니를 떠올리며 가끔은 미소를 지어 보이려 노력해 보지 않을까 합니다.

(근데 안될거야 난 아마 ㅜㅡ;;;, 직장에서는 미소가 어색한, 일만하는 권위주의 과장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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