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트코인이 언론을 통해서 많이 언급되고 알려졌습니다. 이미 많은 매체와 블로그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다루어졌지만 이 글에서는 가상화폐의 의미보다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비트코인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가상화폐는 얼마전 거래소 중 하나인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한 후 파산하는 등의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그 거래가격이 하락하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었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악재에서 마치 과거의 금 가격이 상승했던것 처럼 안전 투자처로 여겨지며 다시 가치가 반등한 재미있는 현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과거에 등장했던 유사한 개념의 전자화폐들과는 무엇이 다르기에 이처럼 가치를 부여받고 상당한 신뢰도를 얻어서 안전 자산으로까지 여겨지는 걸까요?
오늘은 비트코인을 통해 어쩌면 드디어 무형이 유형의 물질보다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시대의 흥미로운 현상을 생각해 볼까 합니다.
비트코인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조금 딱딱한 이야기를 하자면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에 의해 등장한 디지털 통화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특이하게도 비트코인은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기관이나 장치등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존재는 P2P 기반의 분산 데이터베이스로 존재합니다. 즉 이름에서 알수 있는 비트 단위의 디지털 전기신호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진 물리적으로 만질수 없는 무형에 가까운 가상의 화폐입니다.
비트코인은 지갑과 같이 고유 주소가 부여된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며 공개키 암호 방식을 그 기반으로 합니다. 사실 비트코인은 실물은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상의 고유한 주소를 가진 링크들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접했던 디지털에서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가상화폐, 인터넷 쿠폰, 멤버쉽 포인트등과의 차이점은 거의 무한대로 생성할수 있는 33바이트의 주소로 인해서 마치 실존하는 화폐나 금괴처럼 어떤 특정 사이트나 사람의 소유로 고정되지 않는 익명성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조금 이야기가 어렵지만 쉽게 풀어 말하자면 내가 가진 천원 실물 지폐를 예를 들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 천원 지폐는 사실 본인이 가죽 지갑에 소유하고 있는 동안에도 소유주를 표시할수 있는 어떤 꼬리표도 달고 있지 않습니다. 내 지갑에서 나와서 다른 사람에게 건네져서 다른 사람의 지갑에 들어가 그 사람의 소유가 되더라도 그 천원에는 내것이었다는 표시도 지금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것이라는 표시도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데이터 상의 과거의 전자화폐 또는 멤버쉽 포인트나 쿠폰은 명확하게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기관이 존재하고 처음부터 소유주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부여되거나 또는 등록을 통해 소유주를 명확히 한 이후에나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실물 화폐도 사실은 신용을 기반으로 한 신용카드나 전자금융 이체등으로 실제상의 실물 화폐로만 거래되던 시대와는 달리 거래의 흐름이 전산상으로 기록되어 그 익명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자이체 거래기록이나 현금영수증같은 수단으로 그 흐름이 비교적 과거에 비해 명확하게 파악이 가능해지고 있는 기존 화폐에 비해 비트코인은 그 익명성으로 인해서 지하경제에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은 또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 구현을 통해서 한번 사용된 비트코인은 사용한 소유자에 의해서 재사용 될 수 없으므로 마치 실물의 돈이 건네어 지고 나면 다시 쓸수 없는것과 같은 유통성도 보장되고 있습니다.
채굴
비트코인은 흔히 채굴이라고 불리우는 소프트웨어적인 계산을 하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보유블록을 생성하는데 성공한 익명의 사용자에게 배분할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든 시간에 걸쳐 그 채굴량이 점점 줄어들도록 되어 있어 총 발행량이 2100만 비트코인이 되면 결국 0이 됩니다. 금으로 비교하자면 금맥이 마르는 시점이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즉 채굴량이 한정되어져 있는 유한한 사물인 셈입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시간이 흐르면 채굴보다는 거래를 통한 수수료를 벌수 있도록 유도되고 있습니다. 2013년 후반에 전체량의 절반 정도가 채굴되었고 2017년에는 총량의 2/3 정도에 다다를 예정입니다. 채굴은 코인 생성을 위한 동작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으며 GPU 가속등을 이용하여 암호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경쟁이 존재합니다. 그 때문에 비트코인 채굴기라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좀더 빠르게 문제를 풀기 위한 채굴장비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비트코인 채굴 장비. 이미지 출처 : http://kinlife.tistory.com/m/post/view/id/380
이와 같은 채굴이라는 행위는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 듣기에 복잡한 기술적 개념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실제의 금 채굴과 상당히 유사한 현실의 현상을 가상으로 모델링 한것 같다는 생각 입니다.
금이 귀중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그 금이라는 비 생산적 물질에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채굴이나 획득을 위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야 하고 그 매장량이 유한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금이 무한하게 어디선가 계속 공급된다면 그 가치는 지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리라 예상됩니다. 현실에서도 금을 채굴하려면 사실 대규모 자본으로 많은 장비와 시설, 인력을 투입하는게 채굴에 훨씬 유리하듯 비트코인 채굴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위의 이미지들처럼 어느정도의 장비를 갖춘 채굴자들도 있고 달랑 PC하나만 보유하고 있는 채굴자나 많은 자본과 시설을 투자하여 채굴을 진행하는 사업자들도 있습니다.
홍콩에 있는 비교적 대규모 시설을 갖춘 비트코인 채굴장
수냉식 방열 설비까지 갖춘 그 시설의 규모가 놀랍습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iharryc/130181739395
집안의 유휴 PC 몇대나 이른바 인터넷 상에 채굴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저렴한 USB 형태의 채굴기 하나로 채굴을 하려는 채굴자의 경우 곡갱이나 삽 하나, 등불 하나, 선광 냄비 하나 들고 채굴에 뛰어든 미국 골드러시 시대의 초기 이주민 집단인 포티나이너스와 비견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소비되는 전기세를 넘어설수 있는 가치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기는 사실 어려우리라 추측이 됩니다.
USB 형태의 개인용 채굴기
출처 : http://blog.naver.com/sbarugun/80201161281
소규모의 채굴가들도 적은 비용을 들여 효과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는 경우가 분명 있기에 아래의 이미지는 개인 채굴가들을 비하 하기 위한 이미지는 절대 아님을 혹여 노파심에서 덧붙여 봅니다. 다만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금광채굴에 뛰어든 현상과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드는 상황의 유사성을 비유하기 위해서 첨부해 보았습니다.
청바지를 탄생 시켰다는 포티나이너스. 즉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당시의 광부들의 모습
출처 : http://blog.naver.com/hyerang58/60052718225
* 캘리포니아골드 러쉬 (California Gold Rush, 1848년 ~ 185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로마 슈터 밀에서 제임스.W.마셜이 1848년 1월24일 금을 발견하면서 촉발된 대규모 이주 현상을 지칭하는 말, 미국 전역과 해외에서 남녀노소를 포함한 30만명의 인구가 캘리포니아로 유입되었으며 1949년에 몰려든 초기의 채굴자들을 포티나이너스 라고도 합니다. 초기 채굴자들은 선광냄비와 아주 간단한 장비를 가지고 강바닥에서 사금을 찾았던 소규모 단위의 채굴자였지만 골드러시 후기에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회사 조직의 광산개발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오늘날 미 달러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금이 발견되어 극소수의 사람에게는 막대한 부를 가져 왔지만, 대부분의 채굴자들은 왔을때와 다를바 없이 선광 냄비 하나를 들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금과 비슷한 점
글쓴이가 비트코인에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가상 화폐로서의 역활보다는 그 성격에서 금과 닮아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 입니다.
비트코인 거래소들의 해킹이나 파산등의 소식에 주춤하던 비트코인의 거래 가격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금융시장의 악재를 만나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급등을 하자 비트코인 역시 거래 가격이 반등하였습니다.
출처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8110507&cp=du
무형의 비트 단위의 전기신호에 불과한 비트코인이 마치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과 같이 새로운 안전자산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상이 제게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앞서의 기술적 언급처럼 비트코인은 금처럼 소유주에 대한 익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거래소가 해킹 당해 비트코인이 강탈당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마치 서부 영화의 한장면에서 금괴 수송열차를 습격하는 복면과 권총으로 무장한 말을탄 무장 강도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앞 단락의 글에서 소개했듯이 비트코인은 금처럼 "채굴"을 통해 획득하기도 하고 채굴 가능한 양도 유한합니다. 대규모 채굴을 위해서는 많은 자본과 시설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비슷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한때 금본위제도 하에서 금태환 화폐를 발행했듯 먼 미래에는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현존 화폐의 신용을 인정 받으려는 시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시간이 흐르면 금이 그랬듯이 보유한 비트코인보다 많은 화폐를 신용기반으로 창출하게 될수도 있겠다는 상상도 해봅니다.
하지만 금과 확실히 다른 점은 앞으로는 직접 화폐로 이용할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점 입니다. 주로 그 가치로 인해 투자대상이나 안전보유자산으로 취급되는 금과는 달리 비트코인은 한국에서도 이미 10여곳에서 결제가 가능해졌으며 강남 코엑스에는 비트코인 ATM기가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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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여러모로 짧은 기간에 끊임 없이 새로운 사물과 개념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시대를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무형의 개념이 실존하는 유형 물질의 가치를 넘어설지도 모르는 계기로써의 의미
이처럼 일종의 전기신호로 이루어진 인터넷상의 링크에 불과한, 실제로 볼수도 만질수도 있는 무형의 물질이 마치 찬란하게 빛나는 금괴와 같은 유형의 물질과 어느정도 비슷한 성격과 현상을 보여주게 되었다는 점은 글쓴이의 흥미와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지구상 금괴의 2%가 보관되어 있다는 미국의 포트녹스
출처 : http://cafe.naver.com/kidsfairy/337
비트코인의 미래가 정확하게 어떨지는 현 시점에서는 알수가 없지만 만약 그 가치가 계속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수 있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달러를 대체 할지도 모르는 전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가능한 기축통화를 가지게 될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투자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금의 경우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금속으로 장신구로써의 효용을 빼고 냉정하게 바라보면 금속으로써의 가치는 너무 무르고 쓸모없는 무가치한 금속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공통된 "가치의 인정"을 통해서 아주 값비싼 물질이 되었습니다. 비트코인 역시 서서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무형의 디지털 데이터를 가치있다는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어쩌면 역사상 물리적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의 물질중에서는 최초로 유형의 물질들의 가치를 뛰어 넘어설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실물 화폐도 이제는 더 이상 완벽하게 실제 사물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최초의 동전과 같은 화폐는 구성된 물질의 가치가 화폐로써의 값어치와 같았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화폐들도 최초에는 금의 가치에 기반하여 발행 되었지만 이제는 이미 발행된 화폐의 가치와 신용으로 다시 재발행 되는 복잡하고 다단계적 성격의 "일종의 가치 착각"에 기반하여 발행되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근원은 어디까지나 금이라는 실존하는 현물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2011년도 SF영화인 인타임(In Time)에서는 시간이 일종의 화폐로 등장을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존재하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빈부를 만들어 내는 행위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표현해서 현재의 화폐 제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는 메시지를 품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개인별로 유한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무형의 현상
사실 인류의 역사는 식량과 주거 같은 누구나가 마음 먹고 노력하면 가지거나 채취할수 있었것들을 누구나 쉽게 가질수 없도록 조절하고 제한하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제가 바라보기에 그 근원이 되는 현물이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가치의 근원 자체가 될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진 최초의 무형의 사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불과 20, 30년전 사람들에게 디지털 전기 신호인 비트의 집합에 불과한 어떤 무형의 사물이 금과 같은 지위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아마도 지나친 상상을 하는 정신 나간 사람의 생각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가까운 미래에는 누구나가 마음먹으면 가질 수 있었던 무형의 현상들 역시 금전적 가치가 부여된 개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들어 시간을 채굴하거나 영혼을 사고 팔거나 누군가를 사랑했던 감정이라는 현상을 경매 하는등의 상상들은 역시 현시점에서는 너무 멀리 나간 터무니 없는 상상이겠지요. 아마도 예를 든것 보다는 좀더 디지털로 모델화 되기 쉬운 현실적인 부분들 부터 가치화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비트코인이라는 물리적으로 만질수 없는 무형에 가까운 사물이 금과 유사점을 가지게 된 현상은 21세기에는 더이상 물리적으로 실제 만질수 있다라는 점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로 여겨지도록 우리의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수십년 전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면서 유, 무형의 사물의 가치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 보았습니다. 글쓴이의 부족한 묘사나 관점, 잘못 알고 있거나 표현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로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