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인적으로 겪었던 컴퓨터와 관련된 웃겼던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 합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인기 있는 강연의 조건으로 유머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삶에도 유머의 소재가 될만한게 없을까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떠오른 것이 있는데 이걸 블로그에 포스팅 중에 녹여내기는 힘들지만 그대로 묻어 버리기도 좀 아까운 생각이 조금 들어서 한번 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컵 받침이 고장 났어!!
벌써 20여년 전의 이야기 입니다. 당시 저는 대학생으로 컴퓨터 공학과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다니던 대학은 컴퓨터공학과가 이제 막 신설되었고 제가 1회 입학생 이었습니다. 컴퓨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IBM PC 즉 개인용 컴퓨터가 XT, AT 시대를 지나 386 컴퓨터가 등장했었고 이제 막 486이라 통칭되던 당시로서는 최신형인 컴퓨터와 도스가 이용되던 시절입니다. 사람들에게 컴퓨터는 아직까지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었습니다.
당시에 컴퓨터가 폭발적으로 팔리면서 동네에는 조립PC 가게들이 많아지고 잘 다니던 회사를 접고 조립 PC 가게를 창업 하시던 분도 꽤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PC 통신이 태동하던 바로 그 시절 저는 컴퓨터 공학과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친척들의 조립 PC 견적을 내주거나 구매 하는데 불려가서 도움을 주기도 했었고 부모님 지인도 PC가 고장이 나면 제게 전화를 하거나 부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컴퓨터 공학과가 PC 조립이나 수리를 가르치는 곳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물론 전공을 살려서(?) 컴퓨터 조립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기에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동네의 알던 형이 전화를 했습니다. 저 보다 10살이나 많던 동네 형이었는데 어떻게 제가 컴퓨터공학과를 다닌다고 제 부모님의 친목계를 같이 하시던 계원 이셨던 형님의 어머님이 알려줬다고 합니다.
용건 인즉 바로 컴퓨터에 달려있는 컵 받침이 고장 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컴퓨터에 컵 받침이 달려 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 이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에는 그런것이 달려있을리 없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 분은 매우 완강하셔서 꼭 한번 집에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30대 회사원이고 그 당시 기준으로는 노총각이었던 그 형은 PC 게임에 빠져있어서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 바로 집에와서 PC 게임을 즐기는게 낙이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고자 이번에 나름 거금을 주고 PC를 장만했는데 이 새로 장만한 PC가 불과 며칠만에 컵 받침이 고장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지인이고 살던 동네의 형님이시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녁때 그 집을 들렀는데 전 그제서야 그 컵 받침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멘붕이 왔습니다. 디스켓은 알지만 CD롬이 무엇인지 까지는 접해보지 않아 잘 모르셨던 이분은 버튼을 누르면 툭 나오는 이녀석이 컵 홀더와 비슷하게 생긴데서 착안해서 역시 비싼 PC는(당시 PC 사양으로 볼때 일반적인 조립 가격의 두배를 주고 구입하였습니다. 조립 업체는 작정하고 바가지를 씌운 모양 이었습니다) 이런것도 달려 있구나 하고는 컵을 올려놓거나 가끔 종이컵도 끼우는 등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버튼을 눌러도 이 컵 받침대가 스르륵 들어가지 않더랍니다.
이런 아이디어 상품도 아니고.....
출처 : http://blog.naver.com/reni1212/120176626734
위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PC의 초창기에나 있었을 이야기 입니다. 뭐 사실 당시만 해도 게임이 CD롬에 담겨서 나오기 보다는 무려 40장 짜리 디스켓(스트라이커 콤맨더)로 발매되던 시절의 이야기 였습니다
고시원에 울려 퍼진 신음소리
사실 이 이야기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만 이미 세월도 오래되었고 뭐 혈기 왕성하던 20대때의 이야기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당시에 저는 서울에 있는 학원을 등록하고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서울에는 연고가 없었기에 잠시 고시원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숙식을 해결하던 고시원은 창문도 없고 다리를 쭉 펴면 머리와 다리가 각각 벽에 닿을 만큼 좁은 곳이었습니다.
대충 위의 사진과 같은 느낌으로 아주 좁은 곳이었고 벽은 석고도 아니고 베니어판이다 보니 옆방의 소리나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그래도 젊다 보니 이런 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고 그럭저럭 친구들도 사귀었는데 고시원 친구들 중 하나가 당시에 실제 정사 논란을 일으켰던 유명한 외국 예술 영화 무삭제판 CD를 어렵게 구했습니다.
분명 외국의 영화제에서는 상도 받고 예술성을 인정받은 영화인데 국내에서는 무수히 많은 가위질을 당하고야 겨우 개봉이 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예술과 외설은 한 끗 차이라지만 국내에서는 참 다른면이 마케팅적으로도 부각되었던 영화였습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최근에 개봉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런 등급의 영화 입니다.
뭐 어쨌거나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이었으니 이 영화는 우리 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CD롬이 있는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기에 친구와 제 고시원 방에서 이 무삭제판 영화를 같이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저와 제 친구는 당시 그 영화의 예술성(?)에 관심을 가졌을 뿐입니다 ^^;;;.
당시에 친구와 저는 이런 저런 영화를 노트북으로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액션 영화라도 볼라치면 총소리가 시끄럽게 전 층에 울려퍼질 만큼 방음이 안되는 고시원이다 보니 친구가 이어폰 젠더를 구해서 종종 둘 다 각자의 이어폰을 끼고 같이 영화를 보곤 했습니다.ㅎ
대략 이렇게 생겨서 이어폰을 두개 연결해 음향을 각자 들을수 있었습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bluemin470/60100745703
그런데 이 이어폰 젠더가 문제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오래 쓰다 보니 단락이라도 되었는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느껴졌고 각자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감상하던 우리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볼륨을 꽤 많이 올렸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영화의 찬란한 예술성(?)에 한참 몰입하던 시점에 옆방에 있던 또 다른 친구가 약간 벙찐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너희들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거냐?"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뭐 하자는 거야?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저는 "영화 보는데 왜? 너도 같이 볼래?" 라고 말하기 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대답하느라 이어폰을 뺏는데도 영화의 음향이 제 귀에 다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예술성(?)이 정점을 향해가고 있던 시점이라 그 음향의 종류는..... 그렇습니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우리는 얼른 영화를 종료 시켰지만 이미 고시원 전체에 뛰어난 연기로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다는 여배우의 장엄한 신음소리가 한껏 울려퍼져 나간 다음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 젠더가 제대로 노트북에 연결되지 않았고 그래서 노트북의 스피커로 음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좁은 고시원의 왜곡된 음향 효과와 둘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던 탓에 소리가 작다고 느끼고 볼륨을 올리고 영화를 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후일담으로 그 후 한참 동안 저와 제 친구는 방문을 나서지 못했습니다. 당시 고시원은 남녀가 층을 나누어서 고시원을 썼는데 우리의 큰 실수를 알려준 친구에 의하면 소리가 워낙 잘 울려 퍼져서 아래층인 여성층과 공동 휴게실까지 그 장엄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불 필요한 이야기까지 전해 주었습니다. 결국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는 새벽녁에야 자기 방으로 살그머니 돌아갔고 이후 고시원을 나가거나 들어올라치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조심스레 출입해야 했습니다. 결국 월말에는 둘다 고시원을 옮겨야 하는 슬픈 결말로 이 이야기는 끝입니다.
맺으며
오늘 이야기 조금 재미있으셨나요? 개인적으로는 벌써 십 수년전의 젊은 시절의 부끄러운 기억이 되살아나 글을 쓰면서 참 얼굴이 화끈 거렸습니다. 재미있으셨다면 글쓴이를 위로할 겸 아래의 손가락 추천 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