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핀테크에 대한 금융권과 제조사 및 이통사의 현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이 글은 2015년 1월초에 작성 되었으며 작성시점의 현황들을 반영한 글입니다. 기술 발전이나 새로운 이슈가 한해에도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이다보니 작성 시점 이후에 변화들을 모두 반영하기 어려움을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전문적인 견해이기 보다 앞선 포스팅에서 밝혔듯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주최한 세미나의 내용을 토대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임을 밝혀 둡니다.
오늘 다룰 부분은 핀테크 (FinTech) 라는 용어의 시발점이 된 주체라고도 할 수 있는 IT기업들의 동향 및 국내의 독특한 결제중개 및 전문 기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PG/VAN에 대해서도 부족한 생각을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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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비금융기업)
국내의 IT기업의 결제 부분은 해외와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국내의 규제 및 특수한 환경상 IT기업이 직접 결제나 금융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할수는 없었기에 실제 결제처리나 금융처리의 중개자로 PG사나 VAN이라는 중개 업체를 통해야 했습니다. 작년에 큰 파급을 가져온 카카오 페이의 경우도 LGCNS를 PG사로 제휴를 통해 결제 사업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해외의 페이팔과 같은 결제업체의 경우 국내의 환경으로 보자면 그 성격이 상당히 다르지만 일단 PG사에 대응해 볼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PG사 역시 직접적인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는 없으며 LGCNS 역시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2개의 VAN사와 제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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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재는 카드사의 앞단에서 전문적으로 가맹점 관리와 카드결제 중개와 처리를 담당하는 PG/VAN 이라는 경로의 이해 관계자가 있는것과 금산분리라는 금융과 산업의 분리라는 과거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던 원칙이 시간이 흘러 현재는 오히려 국내 핀테크 (FinTech)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특히나 인터넷, 모바일 결제 및 금융 프로세스에는 ActiveX 와 공인인증서라는 또 다른 국내의 독특한 발전 방향으로 인한 장벽도 있었습니다.
PG사와 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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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인지 IT강국이라는 한국의 핀테크 분야는 신용, 체크, 직불, 휴대폰 결제등에 머물러 있으며 그 마저도 실제 결제의 주도권은 여전히 금융권과 PG/VAN이 굳건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단단한 벽을 어느정도 허물은 것이 다음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입니다. 외형적으로는 카카오페이도 PG/VAN/카드사 라는 기존과 다를바 없는 동일한 경로를 이용하고는 있지만 일단 우선 가맹점 관리와 사용자 접점을 사실상 PG로 부터 가져가 PG사를 단순히 결제 기술로 경로를 제공하는 중개자로 만들었고 카카오페이라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기존 결제 이해관계자에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는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 및 전통적인 결제 기업은 절차가 다소 복잡 하더라도 보안과 사고를 막는것을 우선했다면 핀테크 기업의 결제 방식은 사용자의 이용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보안을 강화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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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체에 대해서도 국내에는 카카오 뱅크 월렛이 아직까지 유일하며 그 위상도 현재는 소액거래와 제대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는 베타 서비스 정도로 판단 됩니다. 반면 해외의 경우는 중국을 중심으로 금융테크 기업의 사업 영역이 지급결제, 이체를 벗어나 대출, 투자중개, 보험 및 금융 본연의 기능인 예금과 파생 상품까지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접했을 페이팔, 알리페이, 아마존 원클릭 등의 간편한 결제, 구매 방식은 국내도 간편결제와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로 어느 정도 기존의 구조와 틀안에서 조금씩은 변화 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면 최근에 두드러진 영역 확대를 보이는 곳은 MIM(Mobile Internet Messanger)과 SNS를 통한 중국 IT 업체들의 사업 영역확대 입니다. 이미 민영화 은행과 인터넷 은행 개설을 준비중인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사업 확장 범위는 전체 금융의 영역으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이 두 업체의 영역 확장의 근간이 되는 것은 바로 위챗과 시나 웨이보라는 MIM과 SNS 입니다. 시나웨이보의 경우 이용자수가 2억 5천만명에 twiter 형태의 SNS로 알리바바가 19.8%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 상장후 30% 까지 지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위챗의 경우 텐센트가 소유하고 있는 MIM으로 그 이용자수가 6억명으로 집계됩니다. 두 업체는 각각의 서비스에 결제 및 이체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출, 투자중개, 보험 및 예금, 금융 상품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출발점이던 결제 영역에서도 이미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도 진출한지 오래 입니다. 이는 물론 신용카드의 소유가 어렵고 직불 형태 및 이체 기반의 중국의 상황과 그 인구수에 기반한 부분도 크지만 적어도 핀테크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앞지른 선도적인 위치의 국가입니다. (이용자수는 2014년의 집계 상황으로 시기에 따라 늘어날것으로 예상됩니다.)
핀테크(FinTech) 기업이 그 동안은 인터넷, 모바일 결제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이들은 이제 더 큰 영역인 오프라인 결제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표를 보시면 국내 전체 소매시장의 규모는 거래액으로 2014년 예상이 276조의 거대한 시장입니다.(승용차 판매 및 차량 연료 판매 제외), 반면 온라인 인터넷 결제 시장은 모바일과 합쳐서도 총 40조의 규모로 아직도 오프라인 시장이 6배에 가까운 거대한 시장 입니다.
이는 해외도 그다지 상황이 다르지 않으며 핀테크 기업들이 이 좁은 영역에 머물며 언제까지 이 거대한 시장을 내버려둘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애플페이 및 구글의 HCE, O2O Payment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으로의 진출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O2O 란 Online to Offline 의 약자로 넓은 의미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경계를 허무는 마케팅을 뜻하지만 Payment 를 붙여서 좁게는 결제 분야에서 과거라면 100% 오프라인 결제였을 성격의 거래를 온라인 결제로 유도하는 현상을 의미 합니다. 예를 들면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다면 과거에 배달음식을 받고 현금을 주거나 배달원이 들고온 무선 카드 단말기를 통해 오프라인 결제를 했다면 만약 주문시에 스마트폰 앱에서 선 결제를 해버린다면 이는 온라인 거래가 됩니다. 또는 배달원이 들고온 것이 스마트폰에 리더기를 붙인 형식이라면 무선 단말기에 카드를 긁는 과거와 똑 같아 보이는 결제 처리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실제로는 온라인 모바일 거래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배달업자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대한 LG U+ 의 비즈 페이나우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비즈 페이나우, 이미지, 기사 출처 : https://www.hkbs.co.kr/?m=bbs&bid=envnews5&uid=292434
과연 지금까지는 VAN과 카드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정체되어 있었던 오프라인 결제 시장도 IT기업이 진출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만약 IT기업이 예금과 같은 금융 고유의 분야까지 진출한다면 향후 카드사와 금융사가 고유하게 제공 할 수 있었던 여신도 제공 할 수가 있게 되므로 Buy Now, Pay Later가 본질인 신용 카드사 역시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물론 핀테크 기업이 소액 선불성 거래를 벗어난 역량을 가지게 되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VAN 업계에서 일하는 제 밥줄도 걱정이 됩니다.
PG/VAN
다행히도 제 밥줄은 아직까지는 굳건해 보이긴 합니다. 한국은 중국과는 달리 아직도 IT 기업이 직접적인 결제나 금융관련 프로세싱에 참여할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금산분리의 원칙이 아직도 뚜렷한 한국의 법체계와 PG나 VAN 과 같은 결제전문 기업만이 신용결제 정보를 다룰수 있게 되어 있는 국내의 환경은 쉽사리 변할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실제로 카드 결제를 제공하지 않는 PG의 경우는 더 빠르게 위기가 다가올 것으로 생각은 됩니다. PG사는 LGCNS가 이미 보여 주었듯 얼마든지 요건만 충족한다면 IT기업도 등록이 가능합니다. 물론 VAN사도 예외는 아닙니다만 VAN의 경우는 실질적으로 결제 중개뿐 아니라 전표와 매입, 대행승인, 여러 카드사로 라우터 역활등 카드사의 업무를 일정 부분 대행하고 있기에 조금더 IT 기업들이 대체 하기 어렵긴 합니다만 요즘같은 빠른 변화의 세상에 불가능 한 일은 없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국내는 PG와 VAN이 각각 10년. 20년 가까이 견고하게 영역을 다져왔기에 당분간 IT 기업의 선택은 인수 또는 제휴라는 쉬운 길을 택할듯 합니다. NHN Ent.는 2014년 KCP라는 회사를 인수 했습니다. KCP는 PG와 VAN이 모두 존재하는 결제 전문 회사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cafe.naver.com/thepublicin/1756
그러나 결국 언젠가는 규제가 완화되고 국내의 특수한 환경도 더 이상 특수해지지 않는 날은 올 것 같습니다. 이미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VAN이나 PG를 통하지 않고 직접 몇개 카드사와에 결제를 요청하는 직승인도 몇 년사이에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형 마트, 유통체인의 경우는 카드사 가맹점이기도 하기 때문에 카드사와 직접 직승인 계약을 통해서 자체 IT 역량이 있으면 반드시 VAN이나 PG가 필요하지 않을수 있다는것을 증명하고 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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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탈 중개화 현상은 세가지로 압축됩니다. O2O, 배달앱과 같은 결제 경로의 변경, 직승인 처리의 확산, 금융권으로 부터의 이탈을 들 수 있는데, 앞선 두 가지는 이미 언급을 했고 금융권 이탈은 향후 출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유한 고객계정과 선불 계좌를 이용한 IT 기업의 자체 금융 서비스의 등장 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PayPal 등이 이와 같은 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더 이상 신용카드나 금융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결제 수단을 가지게 되는 미래를 이야기 합니다. 현재는 아직까지 소액 결제와 선불 수단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IT기업이 인터넷 은행과 같은 금융업을 영위하게 된다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IT 기업이 자체적으로 여신까지 제공하는 결제 수단을 가지게 된다면 더 이상 카드사나 은행으로의 결제 경로가 필요하지 않아지기 때문인데 아직까지는 먼 미래에나 가능할 이야기로 보입니다만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 예상 보다 빠르게 저도 제 직장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상상까지 덧 붙인 이야기로 세상의 변화는 너무나 빠른듯 하지만 결코 쉽게 변하지 못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결제와 금융은 얼핏 보기에는 빠르게 변화해온듯 하지만 실상은 지속적인 규제와 견제로 매우 보수적으로 서서히 변화해 왔습니다. 과연 IT기업은 핀테크라는 말이 상징하듯 미래에는 거대한 자본이 있는 금융분야까지 차지하게 될까요? 어쩌면 IT기업이 금융분야까지 진출하면 영화에서 그리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런것 보다 실업자가 될 제가 더 걱정이군요(웃음).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은 큰 흐름은 막지는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래도 핀테크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보다 그 동안 굳건하던 결제와 여신 제공자들, 금융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