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선유도 공원을 방문했던 날은 마치 한 여름날 같이 강한 직사광이 쨍쨍 내리 쬐는 날이었습니다. 온 사방이 밝고 눈부신 날이었다고나 할까요? 출사지로 유명한 선유도 답게 한 눈에 봐도 사진가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사람들 중에 준 프로에 가까워 보이는 장비를 갖춘 사진가들은 하나 같이 마치 국민 의상인 듯 대부분 벙거지 모자에 조끼 스타일의 옷을 걸치고 배낭을 맨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배낭에는 삼각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경우가 많구요. 이런 분들은 주로 혼자 또는 2명 정도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을 조용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진지하게 주변을 담고 있습니다. 트레이드 마크인 벙거지 모자는 오랜 야외 활동에도 햇빛으로 얼굴이 검게 타는 걸 다소 막아주면서 사진을 찍을때는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야구모자 처럼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파인더에 눈을 댈 때마다 모자 챙과 카메라가 부딛쳐서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조끼는 주머니에 ND 필터나 CPL 필터 또는 여러가지 촬영에 필요한 액세사리를 담아두기 편해 보입니다. 촬영에 최적화된 패션 입니다.
또 한 부류는 저와 같은 부류의 아빠 사진사들 입니다. 그냥 가족과 가볍게 나들이 하거나 외출하는 복장이고 목이나 어께에 DSLR을 걸었거나 또는 대개의 경우 핸드 스트랩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가족과 놀러나온 김에 사진은 덤으로 담는 것이기에 딱 카메라 외의 사진 장비를 많이 들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모자를 쓰지 않았거나 야구 모자를 거꾸로 돌려 쓴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또 한 부류는 프로 스냅 사진가 들입니다. 이런저런 도구와 소품을 많이 들고 이동하지만 보조가 있는 경우도 종종 있고 많은 짐을 합리적으로 들고 움직일수 있는 유모차 비슷한 수레나 바퀴달린 가방등으로 손 쉽게 움직여 다니면서 신랑이나 신부 또는 귀여운 아이들에게 쉴새 없이 말을 걸고 만면에 웃음을 띈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가들 중 이 햇빛 좋은 날, 많은 수의 사진가들의 카메라에는 외장 스트로브(플래시)가 떡 하니 달려 있습니다. 이 중 아빠 사진사들의 비중은 가장 적긴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스트로브(플래시)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저 역시 그 날은 햇빛이 너무 쨍한 정오 무렵에 방문 할 것이 예상되다 보니 자연스레 스트로브를 챙겼습니다.
공원을 산책하던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문득 들립니다. "이 햇빛 좋은 날 저 사람들은 왜 플래시를 달고 다닐까?"
이건 저 역시 카메라를 처음 접하던 시기에 똑 같이 생각하고 품었던 의문이기도 합니다. 왜 카메라를 든 많은 사진가들이 밤도 아닌 햇빛이 이렇게 좋은 날에 오히려 플래시를 꼭 챙겼을까요?
스트로브(플래시)는 밤에만 쓰는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낮에 더 많이 쓰는 도구란걸 카메라에 취미를 가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뒤편 창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역광에서 플래시를 천정으로 반사시켜 촬영하였습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담아 본 분들은 한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듯 합니다. 눈부시게 환한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촬영하면 피사체인 사람이 완전히 검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을 담을때 처럼 역광 때문인데 이럴 경우 스트로브를 천장에 바운스 시키거나 적절하게 직광 촬영을 하면 피사체도 밝고 배경도 적당히 살아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플래시 없이 어두운 피사체에만 노출을 맞추면 뒷 배경이 아예 하얗게 날아가 버리거나 밝은 곳에 노출을 맞추면 피사체가 검어져서 실루엣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사진은 플래시가 없을때 그나마 노출 차이를 줄여보고자 커튼을 쳤는데도 피사체가 상당히 어둡게 나왔습니다.
일부러 실루엣만을 담기 위해서 역광 사진을 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목적이 아니라면 스트로브를 사용해야 합니다. 실내가 아닌 빛이 충분한 야외에서도 역광이나 그늘이 지는 위치에서 사진을 찍을때 피부톤을 좀더 밝고 화사하게 담기 위해서 플래시를 씁니다.
위와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스트로브(플래시)를 발광시킨 위의 사진이 딸 아이의 피부가 좀더 밝고 투명해 보이고 아래 사진에 비해 전체적으로 어둡게 그늘진 부분이 적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주광 아래서 고속동조의 다소 약해진 스트로브의 빛으로 모자를 쓸때 생기는 얼굴의 그늘이나 정오의 직사광에 얼굴, 눈 및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없애는 기법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플래시의 이런 용도는 저도 아래 블로그를 정독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제글 보다는 좀더 전문적인 설명이 있으니 읽어 보시는 걸 권합니다.
필인플래시에 기법에 대한 글 : http://ran.innori.com/655
캐논의 경우 대부분 사진 선배들은 플래시는 ETTL, 고속동조에 카메라는 M 모드로 놓는것을 추천하지만 아주 밝은 주광하에서는 모드를 바꾸기 귀차니즘에 ETTL, 고속동조, 조리개 우선 모드로 놓아도 사실 그리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정석대로 하시는게 훨씬 올바르고 실패를 줄이는 좋은 법입니다. 이런 경우 사람에 따라서는 플래시보다 반사판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강한 직광을 때려서 피사체의 그림자를 다 없애 버리면 사진이 꽤나 어색해 집니다. 사진 선배들의 말 처럼 스트로브는 쓴듯 안 쓴듯 자연스러움을 주는게 사진 내공인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내공이 부족해서 아직 그런 경지는 멀은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그림자를 다 없애는 강한 스토로브가 아니라 적당한 발광으로 그림자가 옅고 아래의 사진에 비해서는 다소 얼굴이 더 밝게 나왔습니다.
이 위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낮에 적절한 스트로브는 피부색을 훨씬 밝고 투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여성분의 경우 화장을 한 경우라면 빛으로 파운데이션을 더 해준 듯 뽀얀 피부색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야 화장따위 없어도 그 자체로 피부톤이 좋습니다.
아이 사진을 담을때 눈에 빛이 담기는 캐치 라이트를 표현하기도 좋습니다. 눈동자에 빛이 있으면 훨씬 생기있어 보이는 사진이 됩니다.
아래에 같은 장소에서 플래시(스트로브)를 발광한 경우와 발광하지 않은 경우를 몇 장 더 남겨 보았습니다. 강한 햇빛 아래서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밝은 부분은 지나치게 밝게 나오는 현상 즉 콘트라스트가 강하게 나타나는 부분을 플래시를 통해서 확실히 줄여줄 수 있습니다. 역광에서의 어두워진 인물을 밝게 만들어 주는 효과도 있구요
바로 이런 이유로 대낮에도 많은 사진가들이 햇빛이 지나치게 강한 날에 오히려 스트로브를 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진을 얻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도 햇빛이 너무 눈부신 날 정오 무렵 머리위로 직사광이 내리쬐어서 얼굴에 그늘이 진하겠다 생각되는 날이면 스트로브를 종종 챙기는 편 입니다만 아마도 이렇게 글을 맺으면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스트로브가 꼭 필요하고 반드시 챙겨야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것 같습니다.
물론 있으면 없는 것 보다는 더 좋은게 당연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우리 아빠사진사들은 전문 사진가들은 아닙니다. 저도 꼭 필요하겠다고 여겨지는 날이 아니거나 아이들을 뛰어 놀게하는게 주 목적이고 사진은 덤인 대부분의 외출에서 스트로브는 집에 고이 모셔두고 다소 얼굴이 어둡게 나오든 그늘이 지든 그냥 렌즈 하나 바디에 물려서 가볍게 챙겨 나가 사진을 담는 날이 많습니다. 카메라에 외장 스트로브를 다는 순간부터 카메라는 상당히 거추장스럽고 무겁고 부피도 너무 차지하는 물건이 됩니다. 아이들과 외출할때면 양손을 써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이런 날은 최대한 가볍고 심플하게 다니는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사진을 거의 모르던 시절 스마트폰으로 담은 흔들린 다소 부족한 사진들 중에도 때때로 지금의 훨씬 고성능, 고화질의 DSLR로 찍은 사진들 보다 더 좋다고 느껴지는 사진들이 가끔 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빠사진사들에게 내 새끼를 담은 사진이란 그 어떤 멋진 기법이 들어간 500px.com 의 인기 사진들 보다도 더 의미 있고 이쁜 사진일테니까요.
방문자가 급증해서 확인해보니 오랜만에 다음메인에 노출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