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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Device Game

삼국지13 발매를 보며 떠오른 삼국지 시리즈 30년의 추억 -1-

2016년 1월 28일 일본에서 삼국지 13이 발매 되었습니다. 같은해 6월 16일에는 한국에서도 한글판 삼국지 13이 발매가 되었습니다.

삼국지1이 1985년 최초 발매되었으니 이 시리즈는 이제 30년을 훌쩍 넘긴 장수 게임 시리즈인 셈입니다.  사실 삼국지 13은 애초부터 삼국지 30주년 기념작으로 기획되고 개발된 작품으로 홍보되고 있었습니다.


제게 있어서도 삼국지 시리즈는 무척 의미 있는 시리즈입니다. 삼국지2는 제가 처음으로 PC에서 게임이란 것을 즐겨본 인생 첫 게임이기도 합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란 것이 일반 회사원의 월급보다 비싼 고가의 전자 제품이던 시절로 아이들에게 PC를 쉽게 사주던 시절이 아닙니다. 부자집 친구 집에서 야구게임이나 슈팅게임을 가끔 해보긴 했지만 그저 아 이런것도 있구나 하던 마음이었다면 중학생이던 어느 가을날 친구 집에서 이 게임을 처음 접한 후 소년은 갑자기 삼국지 게임에 대한 열병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처음으로 PC라는 것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이게임을 하기 위해 IBM 호환 PC를 어떻게든 구하려 수소문 하였습니다. 그러다 이모집에서 당시 교육용PC로 판매되던 XT 컴퓨터를 학교 공부에 필요하다는 핑계로 잠시 빌려 왔습니다. 이모네 집 아이들은 딸들이라서 그런지 이 XT 컴퓨터는 먼지를 쓰고 방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어려운 이야기지만 당시 게임에 필요한 최소 사양의 메모리 256KB 가 안되는 바람에 이 XT의 중고 메모리를 구하기 위해 전자상가를 2일 동안 뒤져서 마침내 본체에 64KB 중고 메모리 2개를 추가로 슬롯에 넣고 나서 삼국지 2의 화면이 실행될 때의 그 감동(?)이 아직도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소년들의 영원한 로망, 삼국지 도원 결의


삼국지, 즉 중국 후한 말부터 위, 촉, 오 삼국의 이야기를 다룬 삼국지연의가 동아시아에서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소년들의 마음을 거의 700년간 격동치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바로 그런점이 빠르게 변하는 게임의 유행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30년이나 시리즈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어쩌면 삼국지 시리즈는 이제는 이른바 아재(?)들이 주 구매층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도 이제는 새로운 삼국지 시리즈의 구입은 추억을 산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사실 게임할 시간이나 체력도 없어서 사고 나서도 거의 즐기지 못하거든요. 어른들은 이 재미난 게임을 왜 안할까?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지나고 부모가 되고나니 삶의 무게와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아이들 뒤치닥거리 때문에 느긋하게 모든걸 제쳐 두고 PC앞에 앉아 게임할 시간을 도무지 낼 수가 없습니다. 대략 삼국지 11 이후 부터는 게임을 구해도 사실 거의 즐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저 소장의 의미만 남았다고나 할까요?

 

각설하고 제게 첫 PC인 이모집에서 빌려온 XT 컴퓨터는 1989년 당시 발매된 영문판 삼국지2를 즐기기 어려운 사양이었습니다. 최소 메모리 요구 사항으로 기억되는 256KB에 미치지 못하는 메모리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당시는 AT라 불리는 286 PC가 주였던 시대라서 한동안 추가 메모리를 구하지 못했기에 아쉬운 대로 삼국지1을 잠시 즐겼습니다. 물론 삼국지2에 비하면 많이 뒤쳐진 시스템이다 보니 그렇게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1

이미지 출처 : http://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8533

 

이렇게 스크린샷을 보니 컬러 게임인듯 느껴지지만 사실 당시에는 XT는 CGA라는 검은 바탕에 녹색화면이 대세였고 AT의 경우는 컬러 그래픽카드를 가진 고사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저사양의 허큘리스라는 흑백 화면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도 메모리가 4GB인 시대이지만 그 시절에 XT 초기 제품은 156KB , 256KB의 사양도 많았습니다. AT에서는 마침내 640K에서 1메가 단위의 메모리가 사용되었습니다.

 

CGV 화면.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infinity71?Redirect=Log&logNo=100148075859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 게임 화면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choiganae/100164178362


당시의 XT PC 판매 광고지. 출처 불명

 

당시의 AT PC 판매 광고지. 출처 불명


제 주변의 친구들도 컬러 모니터를 가진 친구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PC를 가진 친구 자체가 45명 정원의 한 반에 2~3명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오락실 세대입니다.


삼국지1으로 통일을 몇번 하고 나니 삼국지2에 대한 열망이 더 커져만 갑니다. 당시 PC를 가진 친구들의 주된 화제는 삼국지2 였을 정도로 인기 게임이었습니다. 결국 이틀간 컴퓨터 상가를 뒤진끝에 64K 금성 메모리 칩 2개를 구입해서 마침내 삼국지를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이 결국 제가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일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국지2 화면

 

스크린샷의 이미지는 나중에 한글로 발매된 게임화면이고 실제로 제가 즐긴 시점에는 영문판 삼국지 2입니다. 당시에 조금 PC를 아는 친구들이라면 PC의 기본 비프음이 아닌 사운드블러스터라는 대만산 사운드카드에서 흘러나오는 게임 BGM이 색다른 감동으로 느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저도 사운드 블러스터를 구해서 그 음향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들으면 어처구니 없겠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감동을 느꼈던 음향입니다. 그 시절은 그랬습니다.


삼국지2 오프닝 테마


전투시에 긴박감을 더해주던 삼국지 2


더구나 삼국지2는 지금에 와서 보면 원시적이긴 하지만 턴제로 돌아가면서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여행을 떠난 날 모여서 공부 한다는 핑계로 우리집에 모여서 친구 2명과 함께 밤새도록 유비 조조 손책을 플레이 하며 즐겼던 추억이 있습니다.


사실 이후에 나오는 삼국지 시리즈의 근간은 적어도 군주제 플레이에 한해서는 삼국지2에서 이미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수들간의 일기토 시스템, 외교, 내정, 전쟁, 이벤트 등 그래픽이 좀 더 화려해지고 그 효과가 조금씩 변화했을 뿐 이후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 장수제 플레이 같은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기 했지만 그 근본은 모두 삼국지2에서 확립된 셈입니다.


아직도 삼국지 시리즈 중에서 제가 가장 오래 즐기고 재미있게 즐긴 시리즈는 단연 삼국지 2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즐겼던 명작인 삼국지 2 였지만 어느듯 세월이 흐르고 386, 486 이라 부르던 PC의 사양 변화와 함께 1992년 2월5일에 마침내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삼국지라 불리우는 삼국지3가 일본에서 발매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좀 길어지는 것 같아 한번 끊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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