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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 ETC

봄이 오는것이 느껴지는 산책 (잡담)

요즘 날씨가 풀리면서 주말이면 종종 카메라를 둘러 메고 아이들과 산책을 많이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은 아파트 단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서호천과 시골이 바로 펼쳐지는 곳이라서 자연을 느끼기에 참 좋은 환경 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아직도 좀 불고 꽃들이 활짝 피기에는 일러 아직 주변이 황량하긴 하지만 햇살은 따스하고 양지에는 때 이른 야생화들이 드문드문 벌써 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부산과 같은 남쪽과 달리 확실히 서울, 경기는 4월까지도 봄이 제대로 오지는 않은것이 남쪽에 비해 봄이 한달 정도 늦는것 같습니다.


바쁜 삶을 살다보면 춥다 싶었는데 어느새 덥고 좀 시원해 졌나 하면 바로 추운 겨울이 오는것 처럼 느껴집니다. 요 몇년간은 계절의 변화도 잘 깨닿지 못하기 십상이었는데 요즘 주말이나마 카메라를 둘러메고 아이들과 산책을 하다보면 계절의 변화가 여실히 느껴집니다.



산책을 하다보면 추위에 움츠리고 집에서만 뒹굴 거릴때 보다 확실히 봄이 오는 것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꽃소식이 벌써 한창인 남쪽과는 달리 아직은 대개 황량한 갈색의 풍경들이 대부분 이지만 그 속에서도 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겨우내 차가워만 보이던 서호천의 물은 따스한 햇살을 품고 거품을 일으키고 있고 이름 모를 노란꽃이 갈색이기만 하던 주변을 따스한 색감으로 감쌉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해우재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섰습니다.



봄이나, 가을에 들리면 멋진 햇살속에서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해우재 근처 카페 소풍, 오늘은 문을 닫았군요. 아이와 오렌지주스 한잔 하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그냥 지나칩니다.






지나는 길 구석구석 봄이 오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양지에는 서둘러 피어난 이름 모를 보라색 들 꽃 과 노란색 꽃, 이제 막 움틀것 같이 나무가지에 도드라진 봄 눈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틔우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옛 시인들이 봄을 희망으로 많이 표현했는데 어떤지 요즘 나라는 오랜 겨울을 지나 어쩌면 봄이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는 계절과 맞아 떨어지는 시기인것도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가까워서 자주 안 가게 되는 해우재, 집과 2~300미터 정도의 거리인데 작년에 와 보고는 거의 1년만에 찾은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따스한 날씨에 겨우내 실내에서 씨름 했을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이 보이는 군요.



예전에 자주 왔던 곳이라 아들이 곧 흥미를 잃고 칭얼대기 시작해서 해우재 바로 앞에 생긴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에게는 과자를 하나 쥐어주고 시원한 쉐이크 한잔을 즐기며 창밖을 보며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그러고 있자니 카페밖에 있는 그네의자를 타던 딸아이가 아이폰으로 사진을 하나 담아 주었습니다.



다음날인 일요일도 날씨가 너무 좋다보니 아이들 등쌀에 카메라 둘러메고 다시 산책을 나섰습니다. 종종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도 좀 차긴 한데 그래도 전체적으로 따스한 햇빛이 있어 양지쪽에서는 외투를 벗어들 만큼 날이 따뜻해 졌습니다.


겨우내 아파트 현관에 덩그러니 방치되었던 자전거와 퀵보드를 아이들이 오랜만에 타고 집을 나섭니다.




나이가 들긴 했나 봅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동안 봄을 노래한 시들을 찾아 봅니다. 스마트폰으로 장범준의 벚꽃엔딩도 틀어 봅니다. 확실히 봄마다 듣게 되는 걸 보니 왜 벚꽃 복권이라고 하는지 알것도 같습니다.


벚꽃 피던 날 - 용혜원

겨울 내내
드러내지 않던
은밀한 사랑

견디다 못해
어쩌지 못해
봄볕에 몸이
화끈하게 달더니

온 세상 천지에
소문내고 있구나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웃음꽃 활짝 피워
감동시키는구나


봄을 노래한 좋은 시들이 많은데 오늘은 어쩐지 이 시에 꽂혀서 구절들을 음미해보게 됩니다. 확실히 나이가 들긴 했습니다. 여성 호르몬이 많아 진다는 40대라 그런지 오늘따라 감성이 10대로 돌아간 느낌 입니다.



오늘은 햇살이 따스해서 겨울 동안은 하지 못했던 오랜만에 단지 앞 편의점 탁자에 앉아 음료수 마시기도 해 봅니다.






그런데 산책을 다녀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늘 봄을 확실히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비가 온 오랜만에 맑았던 하늘도 아니고 따스한 햇살도 아니고 여기저기 피기 시작한 들꽃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오랜만에 실내를 벗어나 밖으로 나온 아이들의 까륵까륵 웃음 소리가 봄이 왔구나 하는 걸 깨닿게 해준게 아닐까요?


아이들이야 말로 나에게는 바로 "봄" 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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