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오늘 포스트는 다소 지저분한 부위를 다루고 있으니 비위가 약하신 분은 스킵 하시기 바랍니다. 20년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을 더듬어 다소 재 구성 하였습니다.
좀 구 세대 케케묵은 표현 같지만, 피어 오른 꽃봉오리 같은 청춘을 만끽 하던 대학 1학년 봄이었는지? 가을이었지 기억은 흐릿한데 신체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병무청의 통지서를 받았던 것 같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옛일이다.
우습게도 이 신체검사를 받으면 곧 입영이라는 20대 남자에게 가장 잔인한 현실이 바로 다가 올 것이지만 당시에 나는 오늘만 산다고 해야 할까? 내가 느끼는 군대는 여전히 꽤 먼 이야기만 같았다.
신체 검사 전 간장 한 통을 마시고 X레이를 찍으면 바로 면제 라던가, 군대 안 가려고 오른손 검지를 훼손 했는데 알고 보니 평발이라 면제 되었다 던가... 간장 이야기의 조금 다른 버전은 콜라 1.5L를 마시고 신체 검사를 받으면 면제라는... 근거도 없는 소문들이 참 많았다.
그런 소문들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도 이미 고도 근시였던 나는 나름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당시에는 1~3급 까지가 현역이었고 4급 이하~ 7급까지는 군역 면제나 상근예비역, 사회복무요원 등 다양한 형태의 복무형태가 막 시행되던 초기 였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방위병 제도는 폐지를 앞두고 있었고 새로 개설되어 1년 동안 부대에 복무 후 나머지 1년2개 월을 집 근처 부대로 출퇴근 하던 다소 실험적인 상근 예비역(지금은 사라진 방위병 제도를 대체하여 기초 군사훈련 후 곧 바로 집에서 출퇴근 한다고 한다.), 또 대체 근무제인 사회복무요원 제도 등도 이제 막 시행되고 혼재 하던 시기라서 은근히 상근 예비역이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기대도 가졌던가 보다.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현역 복무, 당시에는 26개월간의 청춘과 자유가 그대로 저당 잡히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마음도 당연히 있었고, 또 년초에 이미 방위 판정을 받고 복무 중인 1년 선배의 술자리의 수난사를 보면서 남자들 군대 이야기는 평생 간다는데... 역시 현역을 다녀오는게 하는 일말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어쩐 일인지 대구 병무청에서 신검을 받게 되어 아침 일찍 고속 버스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는데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해서 귀찮음이 무척 컸던 기억이 떠오른다. 병무청 가는 길을 조금 헤매다가 겨우 찾아서 들어갔는데 강당 같은 곳에 나처럼 신검을 받으러 온 많은 장정(?) 들이 앉아 있었다.
신검을 받는 이들을 장정이라는 표현으로 불렀는데 어쩐지 너무 옛 스러운 호칭이라 내가 여기 왜 와 있나 하는 뭔가 가 실감이 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자자 이 새끼들아 여기가 무슨 사교장이냐? 입 닥치고 지금부터 눈 앞에 있는 문진표 작성한다. 하 새끼들이~ 빠릿빠릿 말 안 들어 어?"
머리를 빡빡 깍았지만 사복을 입은 우리 나이 또래의 한 사람이 갑자기 들어오더니 훅 들어오는 욕설과 함께 위압적으로 눈을 부라렸다.
아마 길에서 욕을 들었다면 대부분 주먹부터 나갔을 혈기왕성한 장정(?)들이었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주눅이 든 장정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빡빡이를 바라봤던 것 같다.
"쉐뱅이들아 오늘 쉽게 쉽게 가자. 내가 누구냐면....."
그런데 바로 뒤이어 또 한 명 사복차림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 빡빡이 뒤에 나타난 남자는 자신의 지배적 위치를 소개하려는 빡빡이의 뒤통수에 그대로 손바닥 풀 스윙을 먹였다.
"뭐긴 방위 아저씨지, 쓸데없는 후까시 잡지 말고 똑바로 해라 마~"
아마도 빡빡이는 마지막 세대 방위병 이였던 것 같다. 마치 무슨 개그 프로 콤비를 보는 듯한 등장이었다. 우리는 마음 속으로 이미 그를 깔보는(?) 마음이 생겼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이 촌극에도 불구하고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무청 앞에서는 담배도 피고 욕도 찌끌찌끌 하면서 스스로의 강함을 과시하며 당당하던 장정들은 이제 마치 순한 양들처럼 이 빡빡이 방위병의 눈 부라림의 통제 속에 순순히 옷을 홀랑 벗고 검은색 반바지 하나만 걸쳤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판정에서 현역을 받게 되고 혹시 부대에서 그와 같은 방위병을 만나게 되면 기간병으로서 거리낌 없이 반말로 말 걸고 때로는 짧은 복무기간이 부러워 장난삼아 갈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문득 이 너무도 현실과 동 떨어져 버린 듯한 너무도 자연스러운 계급 사회를 내가 받아 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미지 출처 : http://endlessness.tistory.com/504
신체검사 전 까지만 해도 그래도 쪽 팔리니까 현역이었으면 하는 마음은 이미 이 곳의 부자연스런 공기를 접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고 어쨋든 현역만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동으로 바뀌었다.
여느 건강검진들처럼 CT를 찍거나 피를 뽑고, 몸무게와 키를 재고 평범한 검사들이 이어졌는데 그런데 검사가 거의 끝났을 무렵 아까 방위병 뒤통수에 손바닥 풀 스윙을 날렸던 남자가 마치 커다란 쇠 숟가락처럼 생긴 자루가 긴 기구를 손에 들고 건들 건들 재 등장 했다.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손에 자루가 긴 쇠 숟가락을 든 목소리가 낮지만 위압적인 느낌을 주던 그는 그저 분위기 만으로도 우리를 능숙하게 통제해서 20명씩 끊어 마치 내무반 같이 생긴 방으로 입장 시켰다.
이미지 출처 : 곰돌이의 So So 한 일상
10명씩 두줄로 양쪽의 긴 침상 위에 늘어선 우리는 각자 좌우로 벽을 보게 서라는 지시를 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잠시 머뭇거리게 한 지시가 있었다.
"모두 반바지 무릎까지 내리고 허리를 앞으로 굽힌다 실시!"
어? 엉덩이를 까고 앞으로 숙이라고? 우리가 머뭇머뭇 하자 그는 목소리 톤을 조금 높였다.
"집에 빨리 가기 싫은가 보내? 여기서 점심 때 까지 잡아 둘까? 엉덩이 좀 보자고 이것 들아~"
그래서 우리는 그제서야 황급히 바지를 내리고 앞으로 허리를 숙였다. 무언가를 덜렁이며 허리를 굽히고 엉덩이를 노출한 그 자세는 다시 기억해 보아도 무척이나 치욕적인 느낌이 드는 자세였다. 게다가 20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이 단체로 허리를 굽히고 엉덩이를 노출해서 그랬는지, 그래도 신체검사라고 목욕을 하고 온 나와는 다들 달랐는지, 우리가 익히 아는 엉덩이 냄새가 실내에 은은하고 야릇하게 피어 올라 살짝 구토감을 일으켰다.
그는 그 번득이는 커다란 쇠 숟가락을 들고 건들건들 우리들 엉덩이를 뒤에서 부터 차례차례 유심히 보면서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을 멈추었는데 이 쇠 숟가락으로 한 장정의 엉덩이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야 이거 뭐야?"
"네?"
"이거 뭐냐고"
그의 쇠 숟가락이 다소 은밀한 부분을 살짝 찔렀던 모양이다.
"으~흑... 똥구멍인데요?"
"그래 항문인건 아는데 이거 말야, 옆에 덜렁거리는 거 뭐냐고? 그리고 앞쪽도 빨간게..."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우리 중 몇몇은 항문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그 상황이 너무 웃긴지라 몇몇이 킥킥 하는 웃음 소리를 내었고 개인적으로 나는 상상하기 싫었지만 도대체 그가 무얼 보고 이야기 하는지 너무 궁금해져 곁눈질로 빤히 그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냥 항문인데요... 저도 안보여서... 모르겠습니다."
"야, 옆에 너 기상"
그는 쇠 숟가락으로 옆에 있는 엉덩이를 툭툭 쳤다. 그는 굽혔던 허리를 펴고 벌떡 일어섰는데 하도 동작이 신속하게 허리를 펴서 곁눈질로도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무언가가 바로 보여서 눈길을 돌려야 했다. 'Oh My Eyes!'
그때쯤 에는 우리 모두가 허리는 그대로 굽힌 채 그쪽을 쳐다보며 "킥킥" 거리며 무슨일인가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항문을 관찰당하고 있는 장정의 시뻘개진 얼굴이 보이고 잔뜩 호기심을 품은 옆 사람들의 얼굴들은 예외 없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 네 눈에 이거 뭘로 보이냐? 아니 좀더 가까이 보라고"
그는 일어선 장정을 끌고 뒷머리 부분을 잡고 그 장정의 엉덩이 가까이로 데려갔는데 뭔가 냄새가 심했는지 그 장정이 얼굴을 잔뜩 찡그린 게 보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검은 가죽장갑은 쇠 숟가락으로 어딘가 부위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아 자세히 좀 보라고 바로 여기 말이야~ 그리고 요기 앞쪽도..."
"음... 무슨 점 같습니다."
"색이 빨갛자나 여기도 벌어져도 있고... 좀 애매한데...."
아마도 이때쯤 이면 우리는 영문도 모른체 배가 아프도록 큭큭 웃으면서도 도대체 뭘 보고 있는지 궁금함에 미칠 것 같은 상황이기도 했다.
"아 씨 잘 모르겠다. 글고 좀 씻어라 인마, 냄새 하고는..."
결국 그는 장정의 항문을 쿡쿡 찌르다가 엉덩이를 쇠 수저로 찰싹 때리고는 도대체 뭘 검사하는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사를 끝냈다.
우린 궁금증을 해소 못하고 그대로 바지춤을 올리고 한 명씩 그 방을 빠져 나가는데 그는 나가는 장정들을 바라보며 한 명 걸러 꼴로 쇠 숟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쳤다.
'아 저거 항문 찔렀던 숟가락 인데... 어디 보자 앞에 재 다음이 나니까"
나는 나름 머리를 굴려서 어물쩍 내 옆의 사람 뒤로 가서 슬쩍 나가는 순서를 옮겼다.
"톡", 내 앞의 사람은 머리에 그 쇠 숟가락이 닿아 얼굴이 일그러졌고 나는 난 건너겠구나 하는 마음에 얼른 그 뒤에 붙어 나가는데...
"톡", "아 빨리빨리 좀 나가"
검은 장갑은 여지없이 내 머리에도 그 숟가락으로 사랑의 터치를 해 주었다.
해당 검사를 마치고 나면 다시 입고 온 옷으로 환복을 하고 검사 결과를 대기하게 되어 있었는데 나를 포함한 몇몇은 환복보다 우선 화장실로 달려가 물비누로 머리를 감고 휴지로 대충 물기를 닦아야 했다.
"아씨 그걸로 머리를 치냐", "아 무슨 성병 같은거 였으면 어떡하지?", "근데 이거 뭐 보는 검사지?" 머리를 감으며 몇몇은 도대체 그 검은 장갑이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무슨 검사일까 추측들을 나누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축하합니다. 귀하의 등급은 [3급 현역]입니다'
모니터에 이렇게 뜬 결과를 보며 실망해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음속에는 아쉬움도 있고 미래에 술자리 군대 이야기에 꿀리지는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던 것 같다.
집에 온 후 나는 컴퓨터를 켜고 PC 통신에 접속했다. "띠띠띠 띠~ 치이익" 하는 경쾌한 모뎀 접속음을 들으며 전화 접속을 한 나는 당시 몇몇 부산지역 대학교의 대학생들과 친목 모임을 가지던 BBS 자유 게시판에 전화 끊으라는 어머니의 협박성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날 겪었던 경험을 단숨에 써서 올렸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것이 무슨 검사였는지 알지도 모르고 그의 엉덩이에는 도대체 어떤 4차원의 정체 불명의 것이 있었을까? 같이 추리하고 싶기도 했다.
다음날 내가 올린 글은 그 좁은 PC통신 커뮤니티에서 나름 인기 게시물이 되어 있었고 많은 댓글도 있었는데 의외로 그 검사의 정체를 모르는 형들이 많았다. 자기 때는 그런 검사 없었다라던가 본인도 그렇게 검사 받긴 했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치질 검사가 아닐까?, 남자인지 검사하는 거다, 등등 여러 추측만 난무 했을 뿐이었다. 사실 검사의 목적 보다는 그 장정의 항문에 무엇이 있었을까? 에 대한 추리가 주된 리플들의 내용이었다.
이미지 출처 : 태국의 군대 신검
그 중 2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고 인기 답글은...
"에이리언 같이 항문 안에 또 다른 입이 있었던 것 아닐까?" 라는 술자리 농담 잘하던 부산대 다니던 모형이 남긴 리플 이었다.
20년이 흘렀는데도 나는 아직도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이 검사는 신검에 남아있을까? 도대체 그의 엉덩이에는 무엇이 살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