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명확하게 의식해 본적은 없지만 만화, 웹툰에 대한 그동안의 나의 고정 관념은 재미와 흥미를 주는 컨텐츠이긴 하지만 문학 작품과 같은 깊이를 가질 수 없는 것으로 무의식 중에 정의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과 같은 작품을 접하면서 조금은 바뀌었고 웹툰이라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문학 작품과 같은 반열의 하나의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무기(이재철) 작가의 "곱게 자란 자식"을 보면서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 우리의 마음을 울린 명작 문학 작품들이 스토리 구성과 작가의 문체로 나타난 표현력 이었다면 웹툰 역시 스토리 구성과 그림체로 하나의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이 "곱게 자란 자식"은 보는 내내 여느 문학 작품을 읽었을 때처럼 고유의 감동과 등장 인물들 과의 공감,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먼 훗날, 미래의 교과서에 웹툰이 문학 작품으로 실리는 날이 온다면 이 작품 "곱게 자란 자식"이 분명히 실리게 될 것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그 만큼 이 작품 "곱게 자란 자식"은 웹툰으로서는 드물게 깊이 있는 다양한 인물상과 시대의 아픔을 시리도록 아프게 표현해 낸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주의 : 최대한 피하려고 했으나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곱게 자란 자식은 웹툰의 1942년 일제 치하의 삼곡 피난골 심씨 일가의 이야기가 메인 주제입니다.
일제치하의 수탈과 만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주제상으로는 꽤 무거운 웹툰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웹툰은 무겁기만 하지 않고 감동과 재미, 둘다 잡은 웹툰 입니다.
주인공 깐난이는 3명의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낀 그 시대의 평범한 시골 소녀이다. 풍족 하진 않지만 그래도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던 이들 심씨 일가는 일제의 앞잡이인 "박출세" 가 이집을 공출 문제로 본보기로 삼으면서 그 수난사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웹툰이 어두운 시대와 수난사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그저 내용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재철 작가는 그 어둠 속에서도 생활 속의 해학을 보여주는 표현력에서도 무척 뛰어난 작가로 생각 됩니다. 슬픔 속에서도 웃음이 있고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묘사해 냅니다.
도깨비처럼 생긴 외모로 도깨비 아재로 불리지만 심성만은 고운 홀아비 개똥이네 아재와 청상과부 청승댁의 밀회를 개똥이가 이야기 하는 장면은 읽다가 터지는 웃음을 참기 힘들어 지하철에서 눈치를 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 만화의 첫 시작에 등장하는 순분네가 키우던 고양이들의 밤마실에 위협적으로 짖던 강아지가 주춤하는 모습과 같은 개그 코드가 어두운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중에도 곳곳에 등장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처럼 진지한 슬픔과 해학을 동시에 어색하지 않게 표현해 내는 작가는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가난했고 여성이 존중 받지 못했던 일제시대 말, 아버지와 오빠, 남 동생은 고봉밥을 먹고 방귀를 뿡뿡 뀌지만 어머니와 깐난이는 식구들이 식사하고 남은 밥을 먹어야 하다 보니 항상 뿡뿡을 하지 못하다가 곡기를 끊은 큰 오빠 덕에 밥을 배불리 먹고 뿡뿡을 할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에서는 슬픈 감정과 해학이 동시에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화창한 마을에 일본인 순사가 나타나면 마을이 먹구름으로 덮인다던가 같은 상징적인 묘사에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던 감동적인 장면들은 셋째 오빠가 계춘이라는 등장인물에게 가족을 간곡히 부탁하는 장면, 막내를 남의 집에 떠나 보내야만 하는 이별 장면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곱게 자란 자식"을 보는 동안 종종 감동에도 빠지고 자주 등장하던 해학에 웃음을 띄고 있다가 갑자기 훅 들어오는 사실에 바탕을 둔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적인 근대사를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웹툰을 보는 동안 마치 한편의 대하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현재도 연재중인 "곱게 자란 자식", 이 웹툰을 읽다 보면 때때로 먹먹함에 차마 더 이상 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음주가 되면 가장 먼저 찾아서 읽어보는 웹툰이기도 합니다. 해당 작품의 베스트 댓글들을 보다보면 점차 독자들이 작가를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참 재미 있습니다.
글쓴이가 웹툰도 뛰어난 문학 작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접하면서 처음 들었다면 이재철 작가의 "곱게 자란 자식"은 그것이 확신으로 바뀌게 만든 작품 입니다. 표현의 수단이 꼭 글이 아닌 글과 그림이 합쳐진 만화의 형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내용이 우리에게 충분한 감동을 느끼게 해 준다면 이미 훌륭한 문학 작품이 아닐까요?
오늘은 다음웹툰의 대작 웹툰인 곱게 자란 자식에 대한 소개를 해 보았습니다.
"곱게 자란 자식" 웹툰 주소 :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wellg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