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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사피엔스를 읽고, 호모 사피엔스의 끝은 어디로 향할까?

포스트 제목을 "읽고" 이런 식으로 붙이니 마치 중, 고등학교 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던 옛날이 떠 오릅니다. 대부분 제목이 천편일률적으로 제목의 어미가 "읽고" 로 끝이 났던 독후 감상문들 입니다. 오늘 포스트는 딱히 적당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그대로 붙였지만 저쩌면 오랜만의 독후 감상문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워낙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성격이기는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이과" 일을 "Job" 으로 삼아 지금까지 살아 오고 있지만 사실 제가 학창 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분야는 "역사" 나 "고고학", "인류학", "사회학" 같은 부류의 책들 이었습니다. 물론 소설이나 산문집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나는 "문과형" 인간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만 그 땐 "글쟁이"는 밥 굶는다는 부모님의 지론에 결국 "이과"로 전향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역사", "고고학", "인류학" 은 제 개인적으로 볼 때 결코 문과에만 종속하는 학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어떨 때는 이과형 인간들에게 더 적합한 분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저를 포함해 많은 이과형 닝겐들에게 "글쓰기"란 스킬이 좀 결여되어 있는게 문제 일 뿐 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던 초기에 영세한 출판사에서 당시에 작성한 포스트 내용을 확장해서 책을 한 권 써보자는 제의가 있었는데 주말마다 도서관에 나가서 제목과 목차만 끄적이고 구성을 짜다가 결국 못하겠다고 항복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도 그리 길지 않은 100Page 분량 기획이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반면에 이과 타입 이면서도 글도 잘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도 바로 그런 타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적인 사실을 설명 하면서도 그의 책에서는 번역문임에도 종종 번득이는 적절한 비유와 표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최근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사나 영상 등에서 유발 하라리 라는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되어서 입니다. 이상하게 제게는 이 저자의 이름은 입에 착 감기는 이름입니다. 제 경우에 처음에 떠오른 연상 이미지가 독특하게도 운동화(뉴발)라 그런지 저자의 이름이 잘 잊혀 지지가 않았습니다.


미래의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예측한 글을 보고 싶으셨다면 "호모 데우스"를 먼저 읽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제 경우에는 성격상 순서대로 무언가를 봐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20만년 전 처음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가 7만년전 아프리카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당시의 수 많은 다양한 인류 종들을 어떻게 압도했는지 어떻게 유일하게 남은 종이 되었는지에 대해 먼저 궁금증을 해결하고 다음 순서로 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우선 사피엔스를 주문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7만년전 아프리카 한 구석에서 자기 앞 가림도 겨우 하던 그다지 중요치 않던 동물에서 오늘날 지구 역사상 등장한 생물들 중 가장 치명적인 종, 다른 인류 종과 수많은 대형 동물들을 멸종 시킨, 지구 규모의 환경 파괴를 한 생물종이 되어 이제 또 새로운 신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를 크게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4가지를 큰 주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소 간략하게 요약하다 보니 저자의 의도를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인지혁명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종들과 경쟁에서 승리하고 그 종이 치명적인 종이 된 사유를 유발 하라리는 다른 인류 종 보다 더 발달된 "언어" 라는 수단을 들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발달된 언어를 통해 지금까지 어느 동물도 하지 않던 허구와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머리속의 혁명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허구와 상상력은 어떤 종류의 "신화"를 만들어냈고 이 신화와 규약을 따르게 되면 일반적인 무리 동물의 집단보다 훨씬 큰 인류 집단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를 1차적인 생존 전쟁에서 살아 남은 비결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인지하는 최대의 사람 집단 규모는 약 150명이 한계지만 우리는 허구와 상상의 공통 신화를 창조함으로 인해서 협력을 하고 공통의 규약을 만들어 내며 민족이나 국가 지구적 규모의 문화권 등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흔히 우리는 인류가 농업을 하면서, 또 산업 혁명 이후 지구 환경, 생태계에 대대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실은 아프리카를 떠난 이야기를 지어내 말을 할 줄 아는 동물수렵채집인 단계부터 치명적인 존재였던 호모사피엔스는 그 발자취가 닿는 곳 마다 대학살이 일어났고 수많은 대형 동물 종 들이 멸종을 맞았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불과 몇 만년 전까지도 존재 했던 사피엔스 외의 인류 종들까지 모두 사라져 갔다는 점을 가장 첫 장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농업혁명


우리가 어릴 때 배운 전통적인 지식은 농업혁명은 인간의 생활 방식을 바꾸어 잉여 식량, 생산물을 만들어 내게 되고 이를 통해 권력을 가지게 된 지배세력이 등장하고 국가와 사회가 등장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농업 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잉여 식량의 생산은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게 된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사피엔스 개 개인으로 보면 수렵채집인 시절 보다 더 적게 음식을 섭취하고 영양적으로 불균형하고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는 체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다만 농업 혁명으로 늘어난 식량과 정착 생활은 인구를 늘리고 더 많은 이를 앞서 언급한 상상의 질서를 따르는 더 큰 규모의 집단, 국가와 제국을 탄생 시키게 되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문자, 문화, 종교, 이념 그리고 과학 혁명으로의 유도 된 역사의 흐름


이 단원에서는 농업혁명 이후의 인류의 역사 발전 과정 중 중요한 진행들을 더 언급하고 있습니다. 문자는 허구의 질서를 더 널고 후대에 까지 전달가능 하게 해 주었고 문화와 종교, 그리고 현대의 종교라는 이념(사상)의 발전을 더 폭 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더 이상 종교로는 여기지 않는 민주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이념도 사실상은 종교에서 발전된 버전으로 이 우리가 믿는 상상속의 질서가 여전히 우리 사피엔스가 더 크게 무리를 짓고 더 큰 범위를 이루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류의 역사의 갈림길이 과학혁명으로 유도되는 길을 걸었다는 점 입니다.


역사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이 있는 드넓은 지평을 갖고 있으며 그중 많은 가능성들은 영영 실현되지 않는다. 세대에서 세대를 거듭하면서 역사가 진행되지만 과학혁명을 비켜가는 흐름도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다. 기독교나 로마 제국, 금화가 없는 역사를 상상하는 게 이상할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


위의 인용문의 설명처럼 우리는 과학혁명이 없는 역사를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 사피엔스의 역사는 인류가 더 이상 평범한 생물 종이 아니게 만드는 과학혁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갈림 길로 들어섰습니다.


과학혁명


1500년 자구 전체에 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의 수는 약 5억명 이었는데 오늘 날에는 약 70억의 인구가 되었습니다. 지난 40억 년의 진화 기간 동안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난 생물로는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합니다. 또한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에는 인류는 스스로 뿐만 아니라 지구의 역사를 끝장낼 수도 있는 파괴적인 능력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인류는 과학혁명을 통해 기존의 어떤 생물 종들도 이루지 못한 엄청난 능력과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피엔스는 자연선택 과정에 종속되어 있으며 생물로서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촉발되고 있는 후대에 어떤 이름이 붙게 될지 모를 또 다른 혁명으로 인해 사피엔스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일이 이미 진행중 입니다. 현재의 인류는 과거에도 자연 선택이 아닌 교배나 인위 선택을 통한 압력을 행사하여 미미한 수준의 생명의 설계를 해 왔지만 이제는 실험실에서 유전자를 조작하여 아예 없던 생물의 특성을 만들어 내는 일까지 가능해 졌습니다.


지난 40억년이 자연선택의 기간이었다면, 이제 앞으로의 세상은 지적인 설계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나 봅니다. 인간은 창조자의 위치에 오를지도 모릅니다. 그 외에도 질병의 극복, 무생물, 기계 신체로의 대체, AI(인공지능)의 등장 등은 인류의 지능과 인지가 불멸의 단계로 나아갈지 모르는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극히 일부만 이루어졌지만 과학의 주력 상품이라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바로 인간의 불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뛰어난 표현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길가메시의 어께에 목말을 타고 있다. 길가메시를 막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을 막는 것도 불가능 하다"


길가메시 프로젝트

고대 수메르, 우르크의 왕 길가메시는 자신의 친구인 엔키두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죽지 않는 영생을 꿈꾸게 되었고 불멸의 방법을 찾아 우주의 끝을 향해 여행을 떠났다. 저승까지의 여행에서 많은 모험을 했지만 결국 필멸자로써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오늘날 구글의 칼리코(Calico)가 추구하는 바와 같이 과학의 힘을 빌어 인간의 영생을 이루려는 프로젝트를 길가메시 프로젝트라 불리운다.


길가메시 부조. 이미지 출처 : wikipedia.org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나면 그 뒤의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예측 내용들에 대해 너무 궁금해 집니다. 마치 완결 직전에 끊어져 버린 드라마나, 만화 회차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그저 두발로 걷는 좀 똑똑한 동물에 불과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몇 만년에 걸쳐 이제 지구 전체에 퍼져 있고 생태계 파괴자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제 그들은 우리가 그 동안의 신의 영역으로 여겼던 생명의 설계와 창조(그리고 파괴도), 또 그 자신의 영원한 젊음과 불멸을 향해서 모험을 떠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까지는 동물의 몸 안에 갇혀 있는 우리의 의식과 욕구, 생각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까 궁금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 그렇게 되면 우리가 현재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삶의 의미에 대한 생각도 역시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제 신이 되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 유발 하라리의 다음 책인 "호모 데우스(Homo Deus)" 를 이후에 읽어 보고 다시 생각을 남겨 보겠습니다.

  • 과연 광활하고 황폐(? 인간의 입장에서)한 우주에서 지구와 같은 환경이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갖게 됩니다. 고도의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실험적으로 지구와 같은 환경을 만들고 실험하다보니 생명체가 생겨나고 그 외계 생명체들끼리 실험을 끝내고 파괴해야 한다는 의견과 실험이었지만 지적 생명체가 탄생한 이상 보존해야 한다고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하구요..
    아니면 이 우주의 크기를 생각하다보면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더 큰(?) 세상의 원자핵과 주변을 도는 전자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하구요.. ^^
    저도 인류와 역사에 조금은 관심이 있는데...어찌~어찌~하다보니 IT보안쪽으로 흘러들었네요~ ^^
    즐거운 휴가시즌 보내세요~

    • 우리와 생명 모두는 DNA가 탑승한 다양한 모양의 우주선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재미 있습니다. 35억년 역사속에 진화는 DNA를 더 안전하고 더 이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설인데 재미있더라구요~

  • 나름 책보는게 취미인데 (사실 사는걸 더 좋아해요 ㅋ)
    이책은 이상하게 안잡혀서 아직 사질 못했네요.
    왠지 어렵고 추상적일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인문학계열책들이 좀 그렇잖아요 ^^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지후대디님 믿고 사볼까요?

    • 사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교양서적은 "거의 모든것의 역사" 라는 책입니다.
      한번 읽고도 여러번 다시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데 사피엔스는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지만 두번은 잘 안 읽혀지는 책이긴 합니다. ^^

  • 여기저기 방송에서 언급이 되었던 책이라 관심있어왔는데. 덕분에 좋은 정보 얻었습니다.

  • 저도 이 책 읽었지만 좀 어려운 책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군데군데 사회적인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었던 책인 듯 해요.

    • 조금 딱딱한 부분들도 있는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완독할 수 있긴 했지만 제게도 다른 책들 처럼 여러번 다시 읽으려 손이 잘 가지는 않는 책이기도 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