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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 Story of Kings

이븐바투타 여행기 - 물자와 술탄 에피소드

최근에 심심 할 때면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저도 살짝 역사 덕후 기질이 있는지라 이 시대의 인물이 자신의 시각으로(더구나 서구인이 아닌) 남긴 이 귀중한 자료를 종종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물론 이게 정말일까? 생각되는 다소 신비하고 미심쩍은 이야기들도 가끔 있지만 그럼에도 귀중한 시대의 역사자료임은 틀림 없습니다.


이븐 바투타는 모르코왕국 탕헤르에서 전통적인 이슬람 명문 사족으로 태어나 21세에 성지순례를 위해 메카로 떠난 이후로 30년간 당시의 전 세계라 할 수 있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3대륙 곳곳을 여행하고 그 여행기를 남겼습니다.

그 여행기는 원본은 유실되었지만 현재에 남아 있는 것은 이븐 주자이가 필사 요약한 저본이 남아 소중한 인류의 문화 유산이 되었습니다.


이 필사 요약본 저본 자체도 내용이 두꺼운 책 두권에 해당 할 정도로 긴 내용인데 블로그에서는 이 여행기 중 순서에 상관 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발췌하여 비 정기적으로 제 생각과 의견을 섞어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책은 국내에도 번역본이 나와 있으니 기회가 되시면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다만 한번에 다 읽기는 책 좀 빨리 읽는다는 제게도 꽤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븐 바투타


그의 최후의 여행은 당시 몽골의 정복 왕조인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 순치제가 다스리던 중국 까지 다다른 후 귀국을 하게 되는데 마르코 폴로의 방문 시기와 비교하면 약 70년 후의 방문이 됩니다.



이븐 바투타의 긴 여행은 중국으로 부터 돌아온 1349년 11월 까지로 보면 25년간의 여행이 됩니다.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에스파니아 남부와 아프리카를 탐험한 기간의 5년까지 포함하면 장장 30년을 여행으로 보낸 여행가이자 모험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 경로 1325~1354


오늘 소개할 일화는 그의 긴 여행중 중국으로 가기위해 말레이반도의 물 자와 - 여행기에서 현재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을 자와(자바) 말레이 반도를 물 자와(자바)라 지칭 합니다.- 의 까굴라 항에 도착한 뒤 물자와의 술탄을 만나고 겪은 일화 입니다. 대략 위 지도의 붉은색 사각형 이 있는 지역입니다. 물 자와의 술탄을 이븐 바투타는 이교도라 표현하고 있는데 술탄이라는 다소 모순되는 명칭을 쓰고 있습니다.


원래 술탄은 "권력"이라는 의미로 이슬람의 지배 권력자를 뜻하므로 이상하게 여겨 집니다. 14세기에는 말레이반도에도 이슬람 상인들에 의해 이슬람이 소개되고 이슬람화가 진행 되기는 한 시기이긴 하지만 그가 분명히 물 자와는 이교도들의 지역이라고 적었고 그 술탄도 이교도라 표현했으니 일반적인 표현상의 이슬람 군주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술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토호나 중소 군주와 같은 지역 지배자를 의미하기도 했으니 그런 의미로 이해를 해 봅니다.


-전략-


우리는 까꿀라항에 도착하였다. 거기에는 해적질과 자기에게 불복하는 정크를 공격하는 것을 일삼는 정크가 여러척 있었다. 정크마다 자기 고유의 직무가 있다. 우리는 정크에서 내려 까꿀라시에 들어갔다. 아름다운 도시로서 석축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의 너비는 세마리 코끼리가 동시에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내가 교외에서 처음 목격한 것은 코끼리인데, 집에서 불을 지필 인도침향을 가득 싣고 있었다. 이곳에서 침향은 우리나라(모르코)에서의 땔감과 값이 비슷하거나 좀더 싼 편이다. 이것은 주민들간에 팔고 사는 경우다. 그리나 상인들은 한 단씩 묶어 면천과 교환한다. 그 곳에서는 면천이 비단보다 더 비싸다. 꼬끼리가 대단히 많은데, 타기도 하고 짐을 나르기도 한다. 집집마다 코끼리를 매어놓고 있으며 상점 주인들도 점포 앞에 코끼리를 매어 놓았다가 타고 집으로 간다. (코끼리를 마치 요즘의 자동차 처럼 가게앞에 주차하고 타고다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교역으로 인해 부유한 도시였나 봅니다.) 중국과 거란 사람들도 이런 식이다. (외국 상인들도 코끼리 자가용...ㅋ)


물 자와의 술탄은 이교도인데, 나는 그가 궁전 밖 돔에 앉아 있는 것을 봤다. 앉아 있는 바닥에는 주단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와 함께 관헌들이 있었고, 군사들은 맨발로 사열을 받고 있었다. 말은 술탄만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것은 코끼리이며, 전투도 코끼리를 타고 한다. 술탄은 나에 관해 알게 되자 나를 소견 하는 것이었다.


-중략-


그는 나를 환영하면서 천을 깔고 그 위에 나를 앉도록 했다. 나는 통역에게 "술탄께서는 맨바닥에 앉아 계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천을 깔고 앉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사양했더니 그는 "술탄께서는 겸손하다보니 맨바닥에 앉아시는 것이 몸에 배었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술탄(인도의 술탄)이 보내신 손님입니다. 당연히 환대를 받아야 합니다."


위의 문구들을 볼 때 물자와의 술탄은 강력한 경제력과 군대를 가지고 있었으며 여행자인 이븐 바투타를 초청해서 군대를 사열하거나 겸손함을 보여주기 위해 맨 바닥에 앉는 퍼포먼스(아마도 평소에도 신하와 백성들 앞에서 했을)정도는 할 줄 하는 군주 였던 것으로 생각 됩니다.


방문한 손님에게 다분히 과시적으로 자신의 권세와 위세를 자랑하려는 모습은 다음에 언급된 노예의 행동에서 좀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아마도 14세기의 이븐 바투타가 방문하던 시기의 물 자와의 술탄은 분명히 고도로 정치적이며 당시의 매스미디어(여행자, 상인)을 잘 활용하는 군주였던 것으로 생각 됩니다.

나는 술탄이 앉아 있는 곳에서 칼을 손에 든 사람을 발견하였다.

-자체 생략- 원문 참조

너무나 섬뜩한 일이었다.


긴 여행을 하면 14세기 세계의 많은 다양한 풍습을 봐왔던 이븐 바투타에게도 이 경험은 너무나 섬뜩한 일이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소 과장 되었다 보이지만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걸로 생각됩니다.


아래의 인용문의 술탄의 질문을 보면 이 행위 역시 당시의 언론인이라 할 수 있는 여행자나 외국 사신 같은 인물에게 신하들에게 사랑받는 자신의 덕과 위세를 은근히 자랑하기 위한 퍼포먼스 였음이 분명합니다. 분명히 늘 맨바닥에 앉을 만큼 겸손하고 검소한 사람으로 자신을 꾸미던 술탄의 본 모습이 얼핏 보입니다. 아마도 동서고금의 대개의 몸을 낮추는 가식을 통해 인망을 얻으려 하는 권력자들의 공통된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을 본 술탄은 "당신들에게도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저는 이러한 일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이네들은 나의 노예들입니다. 나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이렇게 합니다."라고 하였다.


분시에는 대표들과 관헌들, 군사들과 백성들이 다수 배석하였다. 망자의 자식이나 가속, 형제들에게는 많은 녹봉을 하사하고, 또 그들은 망자의 장거로 인해 존경받는다. 당시 그 자리에 동석한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 망자가 중얼거린 말은 술탄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말이며 그가 술탄에 대한 애정 때문에 자결한 것은 그의 부친이 술탄의 부친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의 조부가 술탄의 조부에 대한 애정 때문에 조상 대대로 자결해온 것과 똑같은 일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돌아왔다. 술탄은 나에게 사람을 보내 사흘간 잘 대접하도록 하였다.


도대체 어떤 세뇌와 고대의 전통적인 관념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물 자와의 술탄이 말한바와 같이 술탄을 사랑해서 죽는다기 보다는 가속, 형제들에게 내려지는 많은 녹봉 때문이고 장거로 인해 존경을 받는다는 내용을 볼 때 명예욕 때문이 더 클 것입니다. 또한 대대로 부친, 조부도 같은 방법을 택했다는 걸 볼 때 이와 같은 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이와 같은 순사를 맞이해야 한다고 어릴때 부터 들어왔을 터 입니다.


맨바닥에 앉는 것으로 자신을 겸손한 군주로 이미지 메이킹 하던 술탄, 정말로 겸손하고 현명한 백성을 위하는 군주라면 이와 같은 어이없는 순사를 먼저 금지했을 터 입니다. 물론 당시의 사람들의 생각을 현재의 잣대로만 판단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 술탄의 손님(이븐 바투타) 앞에서의 자랑들로 볼 때 정말 겸손한 군주인지 의문이 듭니다.


어째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 법의 심판대에 오른, 시장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는 서민 친화적인 퍼포먼스를 했던 한 인물이 떠오릅니다.


인용문 출처 - 이븐 바투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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