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의 표준어는 원래는 "우렁쉥이" 였지만 현재는 "멍게" 라는 경상도 방언이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고 실제로도 더 많이 쓰입니다.
갑자기 왜 멍게 이야기 일까? 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듯 한데 계기는 얼마전 SNS 에서 접한 어떤 주장 때문 입니다.
누군가 "동물이 움직이고 지능을 가지게 만들어 생존할 수 있게 하는 중추는 바로 뇌라는 기관이고 자신의 생각에 만약 영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화학 작용일지도 모른다" 라는 논지로 이런 저런 자기 생각을 SNS에 장황하게 적은걸 보았습니다.
글쓴이와 같은 유형의 알아둬도 그다지 쓸데없는 잡학에 관심많고 잡 지식 취득에 시간을 할애해는 사람들에게 질 나쁜 습관이 있는데 전개하는 논지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 그 전제로 쓰인 동물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중추기관이 뇌라는 말에 꼿혀서 "아닌데, 멍게는 스스로 뇌 없어도 잘 사는데..." 같은 딴지거리가 먼저 떠오르는 법입니다.
물론 이런거 떠오를 때마다 일일이 바로 표현하고 딴지 걸면 사회 생활에 심대한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매우 자제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흔히 군대에서 많이 보게되는 군생활 꼬이는 유형들을 들 수 있습니다.
보급계 : "오늘 중대 막사 공구리를 좀 쳐야하는데",
이병 : "콘크리트가 올바른 용어 입니다",
-고참 빠직, 눈치 제로 이병 씨익 저 잘했죠? 표정, 상병 소대 야간 집합준비
이병의 올바른 반응 : 무응답 또는 고참 지명되기 전에 공구리 작업 스스로 지원
소대장 : "표지에 뭐지 이거 뭐라적힌 거지? Mo, zart? 모자아트? 모자 꾸미는 책이야?",
이병 : "모차르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 고참 경악, 상병 한숨 쉬며 당일 미싱하우스를 예상하며 미리 준비
이병의 올바른 반응 : 예!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작은 딴지에서 시작했지만 포스팅 주제로 괜찮을 것 같아서 우리가 흔히 보고 먹는 이 멍게의 식생을 한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멍게는 척색동물(脊索動物:척추동물과 원색동물의 총칭문) 해초강(海鞘綱)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입니다. 척색동물이란 엄연히 동물에 속합니다. 멍게의 외피는 식물성 셀롤로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멍게는 이 셀롤로스를 체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독특한 동물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식물로 부터 수평전파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성체가 된 후의 식생은 식물이나 마찬가지기에 매우 흥미로운 특성을 가진 생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해초강 : 미색동물의 한 종류. 바다물총류(sea squ-irts)라고도 함. 단체 또는 군체 상태로 해저에 고착해 살고, 몸은 주머니 모양, 체표는 셀룰로오스성 피낭(被囊)으로 덮혀 있으며, 우렁쉥이와 미더덕이 이에 속함.
이미지 출처 :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4241
멍게 유생의 모습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는데 당시 1번 어뢰에 부착된 붉은 물질이 붉은 멍게 유생이냐 아니다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의 멍게 유생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fira_sea?Redirect=Log&logNo=221285903729
멍게 유생들을 앞에서 보면 의외로 초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의 글에서는 벼랑위의 포뇨와 비교해 놓기도 했더라구요.
어찌되었던 유생시절 멍게는 마치 올챙이 같이 생긴 외형을 가지고 있고 안점, 후각계, 뇌, 근육, 지느러미, 신경, 척삭 등의 상당히 고등한 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이런기관들을 퇴화시키는데 심지어 자신의 뇌마저도 소화시켜 없애버립니다. 그 후로는 아무 생각(?)이나 움직임 없이 그저 바위에 몸을 붙인채 여과 섭식만 하는 식물적인 식생을 유지하게 됩니다.
철학과 생물철학등 인지과학에서 저명한 대니얼 데닛 교수는 이런 멍게의 식생에 대해서 "종신재직권"을 받은 대학 교수가 연구에 아무런 의욕이나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에 빗대어 다음과 같은 농담을 했습니다.
“The juvenile sea squirt wanders through the sea searching for a suitable rock or hunk of coral to cling to and make its home for life. For this task, it has a rudimentary nervous system. When it finds its spot and takes root, it doesn't need its brain anymore, so it eats it! It's rather like getting tenure.”
"어린 멍게는 적절한 바위 또는 산호초를 찾아 바다를 헤매고 다닙니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기본 신경계가 있습니다. 결국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릴 때는 더 이상 뇌가 필요 없기 때문에 그것을 스스로 먹습니다! 마치 종신재직권을 받은 것과 같습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92448&cid=40942&categoryId=32643
그렇습니다. 어린시절 열정적으로 바다를 탐험하던 멍게의 유생은 어른이 되면 아무일도 하지 않고 숨만 쉬면서 바닷물을 여과하여 먹이를 섭식하며 사는 셈입니다. 오로지 생명 유지를 위한 섭식과 배설 기능과 번식을 위한 기관만 남게 됩니다.
비슷해 보이는 말미잘 조차도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데 비해 멍게는 일부 종을 제외하고는 몸 전체를 셀로로우스 껍질로 감싸면서 한곳에 고착하여 식물을 흉내내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습니다. 친척인 미더덕도 동일한 케이스 입니다.
자 이제 우리는 어린 시절 종종 사용하던 말들 중 "바보멍청이해삼멍게말미잘" 말에 멍게가 왜 당당히 한축으로 그 이름을 올렸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 자란 멍게는 정말로 뇌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해삼과 말미잘 애내들도 딱히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려운 녀석들 입니다.
이처럼 멍게의 일생과 그 식생이 동물이었지만 식물의 생존 전략을 따르는 방향으로 진화를 한 독특한 케이스고 비교적 빠르게 세대를 만들고 연구할 수 있어 생물학자들이 선호하는 연구대상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hani.co.kr/freedomhome/45501
이 멍게를 먹는 나라는 많지 않아서 한국, 일본, 프랑스, 칠레 정도의 나라들 입니다. 사실 글쓴이도 분명 한국인이지만 멍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의 경우 멍게를 먹기 어려워 하며 그저 "바다맛" 이 난다고 표현 한다는데 솔직히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제게 멍게맛은 그저 비릿한 바다맛입니다. 물론 저를 뺀 가족들은 대부분 멍게를 참 좋아하고 즐겨 먹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멍게를 맛있어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은 합니다. 물론 저는 바다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게 아니겠습니까?(으응?)
성체가 되면 스스로 뇌를 소화시켜 먹어버리는 멍게가 그런 진화를 선택한 것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그것이 살아남는데 더 적합했기 때문 일 것 입니다. 적어도 멍게와 그 친척들에 한해서는 뇌는 생존하기 위한 필수 기관이 아닙니다. 동물에도 영혼이 있다면 멍게의 영혼은 뇌에는 없는게 분명합니다.
오늘은 이처럼 독특한 멍게의 식생에 대해서 흥미위주로 한번 포스트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내용 참조
https://terms.naver.com/search.nhn?query=%EB%A9%8D%EA%B2%8C&searchType=&dicType=&subject=
https://ko.wikipedia.org/wiki/멍게
https://blog.naver.com/fira_sea?Redirect=Log&logNo=22128590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