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저는 "바닐라" 향이란 "바나나"에서 추출한 향을 뜻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마도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어린시절 좋아하던 "바나나" 우유에는 실상 바나나가 들어있지 않고 "바나나 향" 이라는 이름으로 "합성 바닐린"이 첨가되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대학을 졸업 할 때 쯤인가요? 우연한 기회에 바닐라 향신료 사진을 잡지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상상하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던 것 같습니다. "뭐지 이 갈색의 말라 비틀어진 풀 줄기 같은게 그 달콤한 향의 바닐라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스크림이나 바나나 우유에서 유추하던 노란색도 아니고 머리속의 상상과 너무 다른 모습에 생경함을 느꼈던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바닐라 이야기냐구요? 제 블로그가 원래 그렇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뭔가가 궁금해지면 열심히 뒤져보고 그걸 또 블로그 소재로 삼고 있죠.
바닐라는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인 난초과 식물 약 110종을 통칭하는 명칭 입니다. 그 중 향신료로 주로 쓰이는 것은 멕시코산 (학명:Vanilla planifolia) 바닐라입니다.
바닐라 콩, 바닐라 빈 이라 불리는 열매 부분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닐라" 향신료로 쓰이게 되는 부분이며 이름이 "콩"을 뜻하는 "빈"이지만 실제로 콩과 식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난초과에 속한 식물입니다.
원래 녹색인 열매 부분은 10~20cm 길이로 무향이지만 열매가 익게 되면 검붉은색이 되며 진한 향기를 가지게 됩니다. 위 사진의 까만 알갱이 부분을 긁어 모아서 바닐라 향료를 만드는데 껍질에 해당되는 바닐라 빈도 같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닐라(Vanilla)라는 이름 자체는 에스파냐어의 "작은 꼬투리"를 의미하는 "vainilla"에서 유래 되었습니다.(아 이런 정말로 바나나에서 유래된 단어가 아니었어...)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바닐라와 초콜렛을 1520년대에 유럽에 가져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 바닐라 열매에서 발견된 "바닐린" 이라는 성분은 합성이 가능한데 흔히 "합성착향료"라 불리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아이스크림 등의 음식에는 대부분 이 합성 바닐린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천연 바닐라에 비해, 합성 바닐린을 사용한 경우에는 다소 조잡한 맛과 불쾌한 뒷맛이 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저 처럼 그다지 미각 발달이 되지 않은 사람은 구별도 잘 못하지만), 반면 천연 바닐라는 소화제 또는 흥분제 역할을 하며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암 예방과 함께 신체의 세포와 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능도 있습니다.
질 좋은 천연 바닐라 추출물은 알코올에 담근 꼬투리에서 만들어지고 요리나 화장품, 향수 등에 사용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제 아들도 학교에서 바닐라 향수를 만드는 재미난 방과후 활동을 얼마 전에 했습니다.
천연 바닐라는 사실 "샤프란" 다음으로 비싼 고급 향신료로 kg으로 비교시 은보다 비싼 향신료입니다. 2017년 가장 많은 양의 바닐라가 재배되는 마다가스카르에 불어닥친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2018년에 바닐라 빈의 가격이 kg당 600$ 을 넘었다고 합니다. (은의 경우 kg당 580$) 거의 500%에 가까운 가격 상승이 있다보니 이를 바닐라 버블이라고 합니다.
500% 나 치솟은 바닐라 가격 때문에 영국 고급 젤라토 체인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고 이 바닐라 버블 자체가 마다가스카르의 미래 및 사회/결제 자체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관련 링크 : https://santa_croce.blog.me/221293049923
이 바닐라 버블은 2,3년은 지속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바닐라가 들어간 음식, 아이스크림, 케잌등의 가격이 상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천연 바닐라가 많이 쓰이는 외국과 달리, 어차피 한국은 대부분 합성을 쓰기 때문에 걱정은......
사실 바닐라는 쵸콜릿이나 다른 향신료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인들의 대항해시대에 아시아나 아메리카에서 발견된 향신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족으로 저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꼽으라면 역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가끔 기분 좋은날 사오시던 "투X더"의 바닐라 맛을 정말 좋아했더랬습니다. 대항해시대의 향신료들의 발견이 없었다면 그런 어린시절의 추억도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닐라 꽃
바닐라 꽃
바닐라 빈
위의 사진들 처럼 꽃이피고 맺어진 푸른색 열매가 익으면 검붉은 색이 되고 이를 건조시키고 발효 숙성시키면 아래 사진처럼 말라 비틀어진 바닐라 향신료가 됩니다.
수확되는 바닐라 빈
글쓴이는 바닐라의 실체와 모습을 알고나서도 그런 향이 이 말라비틀어진 볼품 없는 외관에서 나온다는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더랬습니다.
그 특유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으로 인해서 위의 사진들에서 보듯이 현대의 디저트 음식들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향신료가 "바닐라" 입니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디저트 음식에는 바닐라가 기본향으로 첨가되며 여기에 다양한 과일향이나 초콜릿등이 첨가되어 다양한 디저트의 향으로 분화 됩니다.
이런 맛의 베이스, 기본이 되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바닐라" 라는 단어가 다른 언어의 "속어"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제가 음식 외에 "바닐라"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접한 경우는 바로 게임에서 입니다. 국내는 많지 않지만 서구식 RPG 게임등을 즐기다 보면 기본 게임틀에 "모드"라는 사용자 또는 제작 회사 자체가 만든 일종의 확장판, 애드온 형태의 게임이 기능이나 퀘스트등을 추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추가가 되지 않은 오리지널, 순정 기본 게임을 "바닐라"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발음은 같지만 의미가 다릅니다. "평범한, 특별할 것 없는" 이라는 다른 의미로 이때는 순정이나 모드가 없는 게임 상태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에서 아주 기본적인 구현을 하는 프로토타입 성격의 초기 코드 구현을 "바닐라" 구현이라고 하기도 하고 서구권에서는 성인물을 분류 할 때 변태, 가학적인 부분이 없는 다소 순수한 순정물(?)을 일컫는 속어로 쓰인다고 합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호기심으로 찾아보고 작성해 본 바닐라 이야기 였습니다.
이미지 및 내용 참조
https://pixabay.com/ko/ - "놀라운 무료이미지 - pixabay"
https://pxhere.com/ko/ - 무료이미지
http://m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105N037
https://ko.wikipedia.org/wiki/바닐라
https://namu.wiki/w/바닐라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ns5454&logNo=220002776687&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71417&cid=46686&categoryId=46695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97310&cid=40942&categoryId=32099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61754&cid=48180&categoryId=48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