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라는 제목으로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정의 되어진 특이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SF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시리즈는 그야말로 취향이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시리즈물입니다.
시즌 4까지인가가 있는 블랙미러 시리즈는 다소 근 미래를 대상으로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단편의 이야기들이 진행되는데 시즌의 에피소드마다 일부는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잘 짜인 서사구조와 감동을 주는 시즌들이 다소 존재합니다.
밴더스내치는 블랙미러 시즌과는 별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보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영화의 결말이 분기하고 변경되는 인터렉티브 영화라는 다소 파격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영화를 보다보면 하단에 분기점이 되는 선택지가 뜨고 이 선택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파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리즈와 별개의 영화지만 밴더스내치(Bandersnatch) 이 영화의 곳곳에 기존 블랙미러 에피소드 들에서 등장했던 상징이나 사물이 나오고 또는 에피소드에서 보았던 배우 들 중 일부도 마치 카메오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만 멀티 엔딩이다 보니 영화를 보는데 지장이 없으리라 예상되지만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영화를 본 뒤 이후 내용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영화는 1984년 6월을 기점으로 시작됩니다. 이 날짜 시간에 침대에서 깨어나는 이 장면은 이후에 분기나 다시 되돌리기 등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정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관련한 모종의 사건으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고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가진 프로그래머 스테판 버틀러는 제롬 F. 데이비스가 쓴 밴더스내치라는 어머니가 남긴 게임북을 게임으로 구현 중입니다.
시제품인 게임을 가지고 버틀러는 유명한 게임 회사인 터커소프트를 찾아가서 사장과 수석 제작자 콜린 리트먼에게 자신이 개발한 밴더스내치 게임의 초기 버전의 시연을 하고 정식 발매 제안을 받게 됩니다.
터커 사장은 게임의 크리스마스 시즌 발매를 목표로 잡고, 터커에게 자사 직원들과 함께 게임을 제작하자는 제안을 받게 되는 부분의 선택지부터 실질적으로 영화의 스토리가 크게 분기하게 됩니다.
이후의 스토리는 그가 게임을 만들어 가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관련된 복잡해지는 그의 정신적 고통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분기됩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선택지에 따라 큰 변화가 없는 분기가 마치 이 선택 방식에 익숙해지라는 듯 몇 번 등장합니다.
사실 스태판의 인생이나 그의 모든 것이 이 영화를 보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고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지만 이 선택에 관계없이 진행되는 단방향 진행은 영화에서도 언급하듯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분기들의 방향을 가지치기 하고 결국은 영화를 보는 우리가 스테판의 인생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주요한 장치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실 친절하게도 이런 생각은 극중 인물들의 대화들, 특히 콜린 리트먼을 통해서 우리에게도 전달되는 편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선택의 경로로 분기되는 평행 우주를 살고 있다는 이론도 이 영화의 기본적인 핵심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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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이 터커소프트에서 시연하는 게임, 밴더스내치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영화 밴더스내치를 보면서 화면 아래에 나오는 선택지를 10초 라는 제한 시간 내에 선택해야 합니다.
영화를 보다 이어보기가 아닌 영화 재시작을 선택하면 기존의 선택 사항이 지워지고 스토리가 초기 상태로 진행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설령 하나의 엔딩을 보았더라도 다음에도 이전의 분기(실제로는 결과는 완전히 이전의 분기는 아닌)로 돌아가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영화로는 이전에 없었던 파격적인 구성이만 사실 우리는 다른 컨텐츠 장르인 게임에서는 이런 선택에 따른 분기를 많이 겪었습니다. 물론 게임에는 세이브와 로드가 있기 때문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런 선택지를 통한 분기는 우리가 이 영화를 우리 뜻대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또 딱히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영화에서도 언급합니다.
흥미로우면서 재미있는 분기 중 하나는 영화의 주인공인 스테판이 누군가가 개입해 자신의 의사가 아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분기도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관계없이 선택을 강요하는 누군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만약 자신을 보고 있다면 시그널을 보내라고 외치는 스테판... 사실 분기를 해 오던 우리가 없고 앞서의 진행된 스토리가 없다면 그는 영락없는 정신성 해리 장애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선택지로 Netflix를 선택해서 시그널로 보낼 수 있습니다.
"사실은 넌 우리가 21세기에 보고 있는 넷플릭스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의 인터랙티브 영화 컨텐츠에 등장하는 인물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I am watching you on Netflix. I make Decisions for you.
It's like TV, but online.
당연히 1984년도의 인물이 온라인으로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용어를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는 결정적인 답을 그에게 줄 수도 있습니다.
바로 너를 조정하고 있는 것은 영화를 보고 있는 바로 나라는 점을 말입니다.
이렇게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게 된 후 진행되는 선택지 중에는 그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이 이야기를 털어놓는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도 있습니다. 영락없이 "내 귀에 도청기가 있다"가 떠오르는 발언입니다. 해리성 정신 장애(정신병)로 진단받기 딱 좋은 발언이지요.
박사가 그를 설득하기 위해 그렇다면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를 누가 좋아하겠냐면서 화끈한 액션이나 싸움도 없는데 누가 이런 걸 보겠냐고 합니다.
그 후의 선택지를 고르면 갑자기 평범한 헤인스 박사는 갑자기 제압봉을 꺼내 휘두르며 무술의 고수 포스를 풍기는 변화를 보입니다.
헤인스 박사와 싸운다는 선택지를 고르면 갑자기 영화의 장르가 변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수많은 엔딩 중 하나인데 창문으로 뛰어내린다를 선택했을 때 "컷"이라는 외침과 함께 바로 이 모든 것이 밴듯스내치 영화 촬영이었다는 엔딩으로 연결됩니다.
스테판은 이 영화의 배우였는데 어쩌면 그는 배역에 지나치게 몰입하다가 정신과 인지에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이 선택지의 엔딩에 나오는 감독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다른 에피소드에서 나왔었고 가장 왼편의 스태프처럼 보이는 사람도 사실 블랙뮤지엄 에피소드에서 인형 속에 갇혔던 정신체 역할의 배우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카메오들이 꽤 나옵니다.
아버지 역할의 배우도 현장에 와 있군요.
스테판이 터커소프트를 방문했을 때 벽에 걸려 있는 게임 포스터는 블랙미러 시즌 4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메탈 헤드(Metal head, 한국 번역 제목 사냥개)에 등장하는 살인 로봇이 있습니다. 다만 스펠링을 꼬아놓았네요.
영화를 보는 여러분의 선택지에 따라 엔딩에 따라 스테판이 만든 밴더스내치 게임은 별 5개로 호평을 받을 수도 별 0개로 혹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밴더스내치라는 게임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요.
1시간 30분의 시간이지만 다양한 선택지로 리플레이 하다 보니 2시간 반 정도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 엔딩 방식을 차용하여 전 이 영화에 대해서는 별 5개 만점에 2.5를 주겠습니다. 분명 파격적이고 새로운 방식을 가진 이 컨텐츠를 흥미롭게 시청하고 재미있게 즐겼습니다만 영화로서의 재미를 느낀 부분을 따진다면 인터랙티브가 아닌 단방향인 블랙미러 개개의 에피소드들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제가 찾지 못한 엔딩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제가 선택한 엔딩이 모두 새드엔딩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영원히 고통받는 스테판).
하지만 뭐 분명 제가 이 영화를 완전 재미있어하며 5점을 주는 제가 있는 따른 평행 우주도 있을겁니다. 이번 평행우주의 타임라인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