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강화도 여행에서 강화도까지 왔으니 유명한 사적지도 지나는 길에 들러보자는 생각에 초지진과 광성보를 들렸습니다.
초지진과 광성보와 같은 강화도의 요새 유적들은 모두 구한말의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요호 사건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과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발생했던 장소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강화도를 여행한다면 꼭 한 번쯤 들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에 아이들을 데리고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초지진과 광성보를 들렸습니다.
서울로 들어가는 한강 하구에 위치한 강화도의 지리적 특성상 제국주의 시대 포함외교를 앞세운 외세가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중 특히 초지진은 1875년 운요호 사건 때 완전히 파괴되어 돈대와 터의 기초만 남은 폐허였다가 1973년 초지돈만 복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광성돈대 대포
초지진
인천광역시 광호도 길상면에 위치한 초지진은 숙종 때 강화 해안을 지키기 위해 세워졌는데 약 300여 명의 병사가 배속되어 머무는 진지였습니다.
신미양요(1871) 때 미국 해병대 450명이 상륙을 하여 격전을 벌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중과부적으로 미군에 점령을 당했는데 진내에 있던 군기고, 화약고 등의 군사 시설물은 모두 파괴되었으나 미군이 물러간 후 어느 정도 복구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운요호 사건 때 함포 포격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 1973년 초지돈만 복원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복원된 유적은 초지진 전체 시설 중 타원형의 초지돈만 보고 있는 셈입니다.
이 초지돈 주변의 소나무에는 포탄에 맞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구한말 외세와 벌인 전투의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초지돈 주변 전경
초지진을 둘러보고 아이들과 함께 차로 이동해 광성보로 향했습니다.
광성보의 역사는 오래되었는데 광해군 시절 고려 시대의 성을 보수여 설치한 1656년이 그 시초입니다. 그 중 광성돈대는 숙종 때인 1679년 축조되었으며 1745년에는 석성으로 개축되고 성문이 설치되었는데 이 성문이 바로 안해루입니다.
초지진과 달리 광성보에는 매표소가 있습니다. 입장 비용이 기억은 안 나는데 무척 저렴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미양요 당시 격전지로 초지진 덕진진을 점령한 미군이 광성보에 이르러 백병전을 벌인 곳이며 당시 지휘관이던 어재연 장군 이하 300여 명이 칼과 창이 부러지면 돌과 맨주먹으도 저항해 모두 장렬히 순국한 곳이기도 합니다.
신미양요 때의 전투 후에는 폐허로 남아있다가 1977년에 안해루, 광성돈, 손돌목돈, 용두돈과 무명용사들의 묘인 신미순의총, 쌍충비각을 보수하여 복원하였습니다. 현재는 사적 제22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매표소에서부터 걸어서 광성돈, 신미순의총, 손돌목돈, 용두돈 순서로 둘러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바다를 내려보는 위치에 있어 전망이 무척 좋습니다.
일기예보에도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비가 오기 전 다 둘러볼 수 있을지는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광성보의 성문인 안해루(按海樓)를 가장 먼저 통과합니다.
뒤 편에서 바라본 안해루
안해루를 통해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게 광성돈대입니다.
광성보에 소속된 3개 돈대 중 하나로 신미양요 때 파괴되었다가 1977년에 포좌 4개소와 포 3문을 복원해 설치했습니다.
돈대 안의 중앙에는 복원된 대포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홍이포로 사정거리가 약 700 m 정도인 대포로 화약의 힘으로 대포알을 쏘아 보내는 대포인데 17세기 대포로 폭발식 대포가 아니기에 위력이 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홍이포
중간 크기의 소포는 사정거리가 약 300 m입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대포는 틀이 되는 모포와 갈아끼우는 형태의 자포로 이루어져 장전과 발사 속도를 높인 블랑기포입니다.
블랑기포
홍이포와 소포
광성돈대 전경
광성돈대를 나오면 손돌목돈대로 이어지는 길이 나옵니다.
가는 길 옆에는 광성보 전투에서 순절한 어재연 장군 외 59명을 기리는 순절비인 쌍충비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신미양요 때 미 해병대와 격전을 벌이다 전사하였으나 신원을 알 수 없는 51명의 군졸을 7기의 분묘에 나누어 합장에 안장한 신미순의총이 있습니다.
이렇게 길을 따라가다보면 손돌목돈대를 만나게 됩니다.
신미양요 때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진 곳으로 오른쪽 상단의 사진이 점령당한 직후 미군이 촬영한 돈대와 조선군의 시체들의 모습이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돌목돈대에서 마지막으로 가야 할 용두돈대가 바다쪽에 보였는데 약한 빗방울이 흩뿌리기 시작해서 비가 올 것이 걱정되어 더 가지 못하고 여기서 돌아 나와야 했습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 현장인 강화도... 그 강화도에 있는 초지진과 광성보... 강화도에 여행을 간다면 지나는 길이라도 한 번쯤 꼭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