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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궁궐의 비원, 아름다운 창덕궁 후원

창덕궁의 후원 창덕궁 북쪽에 창경궁과 붙어 있는 한국 최대의 궁중 정원입니다. 궁원, 금원, 북원, 후원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비원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25년 간 비공개로 보존되어 왔던지라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창덕궁 후원은 예약제로 제한된 관람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예약제의 경우 사실 예약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주말 같은 경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휴일이 아닌 경우 평일이라면 아침 일찍 가면 현장 예매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구글에 창덕궁 후원 온라인 예약으로 치면 예약 사이트를 통해서 온라인 예매를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예약의 경우 보통 오전에는 내국인을... 오후에는 외국인 대상으로 가이드 서비스가 있습니다.

 

후원 관람은 자유 관람이 아니라 가이드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 제한적인 관람입니다. 그래도 가이드 서비스는 선택적으로 통제된 관람 동선만 지키며 관람하는데 불편은 없습니다. 단풍이 한창일 때 관람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후원은 아름다웠고 관람을 마치고 나니 왜 왕들이 경복궁보다 창덕궁을 더 좋아했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연경당
창덕궁 후원 연경당

창덕궁 전각을 관람하고 나면 창경궁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함양문 근처에 매표소가 따로 있습니다. 창경궁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창경궁의 가을 단풍 구경

서울시에 대표적인 궁궐이 많은데 제가 가본 곳은 경복궁과 덕수궁뿐이었습니다. 최근 창경궁의 단풍이 워낙 아름답게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아들과 함께 창경궁을 들러보았습니다. 서

lucy7599.tistory.com

 

함양문 매표소

함양문 앞 매표소에서 창경궁 관람 표를 사거나 후원 관람 현장표 구매가 가능합니다. 보통 창경궁, 창덕궁 코스를 같이 관람하라고 하는 이유는 두 궁궐이 이렇게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후원 관람까지 하신다면 하루에 다 보기에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창덕궁을 관람하고 후원 관람까지 하고 나오니 걸음이 만보를 찍었거든요.

 

함양문 옆 후원 관람 입구

함양문 왼편이 후원으로 입장할 수 있는 곳입니다. 

 

창덕궁 후원 함양문 주변
창덕궁 후원 함양문 주변
창덕궁 후원 입구
창덕궁 후원 특별관람 유의사항

앞서도 말씀드렸던 해설과 함께 이동해야 하는 제한 관람구역입니다. 30분 단위의 회차별 100명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창덕궁 후원 관람시간 안내

약 1시간 반 정도의 코스로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코스입니다. 물론 주요 포인트마다 해설이 있어서 중간중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창덕궁 후원 단풍

후원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아직도 단풍이 한창이었습니다. 이 후원 입구 지역이 단풍이 가장 늦게 물든 지역이라 11월 말에도 너무 예쁜 단풍이 한창이었습니다.

 

창덕궁 후원 단풍
창덕궁 후원 단풍
부용지

그리고 소문의 부용지를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양식의 부용정과 주합루 등이 연못에 반영되어 절경이었습니다.

 

부용지와 주합루
부용정과 부용지
부용정

주합루 남쪽에 위치한 부용정은 1707년 숙종대 창덕궁 후원에 세웠으며, 당시 이름은 택수재였다고 합니다. 1792년 정조 때 부용정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동궐도 그림에도 나오는데 그림에 나오는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라서 제게는 알 수 없는 감회가 있었습니다. 정조대에는 규장각이 있던 주합루와 가까이 있어서 왕과 신하들이 같이하는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었으나 정조 사후에는 단순한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동궐도 부용정 주변

후원에서 첫 관람 코스이자 가장 유명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부용지를 가장 많이 활용한 정조는 부용정에서 관료들을 대상으로 시 짓기 시험을 주관했는데 제시간에 시를 못 지은 관료를 부용지 가운데 작은 섬으로 귀양을 보낸 후 폭소했다고 합니다. 부용지에 조각배를 띄워 놓았고 귀양 가는 신하는 이 배를 노 저어 섬까지 가야 했다는 재미있는 기록이 있습니다.

 

창덕궁의 달빛 기행의 한 코스이기도 한데 반드시 다음에 밤에도 예약이 가능한 시점에 예약하고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는 유튜브의 달빛 기행 영상인데 영문입니다.

 

 

부용지 반영
주합루와 규장각

주합루는 왕실의 도서관 용도로 쓰였으며 후원에서도 비교적 공개된 장소였습니다. 주합루는 정조가 즉위한 1776년 창건한 2층 누각입니다.  2층이 주합루이고 아래층이 규장각입니다. 주합루로 오르는 정문을 어수문이라고 했습니다. 중앙의 어수문은 왕이 드나드는 통로였고 신하들은 양 옆의 작은 문으로 허리를 숙여 지나가야 했습니다.

 

주합루 규장각 어수문 위치
주합루 어수문
영화당
영화당

영화당이라는 건물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왕이 입회하는 과거시험을 치루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당은 동쪽으로는 창경궁의 춘당대 마당을 서쪽으로는 부용지를 마주하게 되어있습니다.

 

부용지와 주합루 안내문
부용정 모형
부용정 모형
불로문
불로문

부용지를 지나면 불로문이라는 돌을 통째로 깎아 만든 독특한 돌문이 보입니다. 늙지 않는 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문의 기둥에는 나무로 된 여닫이문을 달아두었던 자국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문을 통과하면 애련지와 애련정, 의두합이 있는 지역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애련지와 애련정
애련지와 애련정

애련지 또한 매우 아름다운 연못입니다. 1692년 숙종대에 연못 가운데 섬을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그 섬은 없고 정자는 연못 북쪽 끝에 걸쳐 있습니다. 연꽃을 좋아했던 숙종이 정자에 애련이라는 이름을 붙여 연못은 애련지가 되었습니다.

 

애련지와 애련정

1828년~1830년 사이에 그려진 동궐도에는 이미 지금과 같은 형태로 그려져 있어 이미 그 이전에 변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동궐도 애련정 주변 그림

의두합은 문화재 보수 중이라 사진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1872년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지었으며 8칸의 단출한 서재로 단청도 없는 소박한 건물입니다. 효명세자가 사색을 하며 책을 즐겨 읽었던 장소라 합니다.

 

창덕궁 애련지
애련지에 비친 연경당
연경당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아버지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의식을 행하기 위해 1828년 창건했습니다. 사대부 살림집을 본떠 왕의 사랑채와 왕비의 안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단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민가의 크기가 99칸으로 규모가 제한되어 있었는데 연경당은 120여 칸으로 지어졌습니다. 청나라풍 벽돌, 동판을 씌운 지붕에 도르래식 차양을 설치하여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고종 이후 연경당은 외국 공사들을 접견하고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 활용되었습니다.

 

창건 계기가 연회장이라서 효명세자가 사대부의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서 지었다는 설과 순조가 유유자적하게 지내고 싶어 지었다는 설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효명세자가 지은 시점에는 연회장이었고 사대부 집 형태로 개조한 것은 고종 때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동궐도의 연경당

이는 동궐도에 나온 연경당의 모습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고종 때 증축, 신축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연경당
연경당
연경당

낙선재와는 또 다른 기품이 느껴지는 사대부집 형태의 한옥들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연경당
선향재

연경당의 서재인 선향재는 고종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좋은 향기가 서린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독특하게 청나라식 벽돌과 청동을 씌운 차양 지붕과 도르래 형태의 차양이 특이한 건물입니다. 이 차양은 이 건물이 서향으로 지어져서 오후의 햇살을 정면으로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합니다.

 

선향재
선향재 차양
연경당
연경당
연경당

 

연경당을 나와 다음 코스는 관람정이 있는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는 관람지 연못입니다.

 

관람정

호수의 모양은 처음에는 한반도 지형 모양은 아니었고 순종 때 동궐도형에서는 연못이 호리병 모양에 다리를 놓은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일제 강점기에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 같다고 합니다.

 

관람정
관람정

이 관람정은 부채꼴 모양의 정자로 적어도 1901년 이전에 지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옥류천 일원 안내

관람정 다음 코스는 옥류천 일원입니다.

 

창덕궁 후원 북쪽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개울을 옥류천이라고 합니다. 인조 14년(1636) 널찍한 바위인 소요암 위에 U자형 홈을 파서 물을 돌게 하여 왕이 신하들과 더불어 술잔을 띄우고 술잔이 자기 앞에 오기 전 시를 짓는 놀이인 유상곡수연이라는 놀이를 하였다고 합니다. 경주의 포석정이 떠오르는 묘사입니다.

 

인조가 옥류천이라는 글을 써서 새겼고 그 옆에 인조의 증손자 숙종이 오언 절구 시를 새겼는데 아무래도 숙종의 권력의 정통성을 주는 인조반정을 한 증조할아버지 인조에 대한 글이라 그런지 과장이 정말 심합니다. 시만 보면 이 졸졸 흐르는 작은 물줄기가 무슨 대형 폭포인 줄 알 것 같습니다.

 

비류삼백척(飛流三百尺)
날아 흐르는 물이 300척이요 (300척은 약 97m입니다.)

요락구천래(遙落九天來)
멀리 떨어지는 물은 구천에서 내리네

간시백홍기(看時白虹起)
볼 때 흰 무지개 일고

번성만학뢰(翻成萬壑雷)
골짜기마다 번개 소리 가득 하네

이 오언 절구 시구만 보면 무슨 이구아수 폭포나 나이아가라 폭포가 연상되지만 실상은 아래와 같이 조촐한 물길입니다.

아무래도 인조를 위하는 마음에 엄청난 과장법을 쓴 것이지요.

 

옥류천 일원
옥류천 일원
옥류천 일원
옥류천 일원
창의정

궁궐에 단 하나 남은 초가지붕 건물인 창의정도 이곳에 있습니다. 정자 주변이 논으로 되어 있는데 그 크기를 보았을 때 왕이 백성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농사짓기 퍼포먼스를 하는 용도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남은 단풍

후원의 코스들을 돌아보며 왜 왕들이 경복궁보다 이곳 창덕궁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은 마음입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후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휴식을 원할 때 뭔가 딱딱하기만 한 경복궁 보다는 더 큰 힐링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창덕궁후원 궁궐 담

창덕궁 후원의 궁궐 벽을 따라 주택가가 보이는데 이 주택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뷰가 제공되는 환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창덕궁후원 궁궐 담
창덕궁후원 궁궐 담

담장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창덕궁후원 궁궐 담
향나무

공식적인 마지막 코스는 천연기념물 향나무가 있는 제례 공간인 선원전 주변입니다. 이 향나무는 수령이 750년이나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창덕궁 지붕 잡상

아직 창덕궁 후원 관람을 하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은 예약의 수고를 하더라도 관람하는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봄이나 가을에 단풍이 한창이면 더욱 아름다울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제가 방문한 11월 말은 초겨울에 가까운 너무 늦은 가을이라 많은 곳의 단풍이 져버린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창덕궁 후원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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