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에서는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이 공룡 이름뒤에 붙는 어미로 혼재되어 사용되는 사우르스, 사우루스 중 사우루스로 통일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것은 왜 일까요? 필자 역시 어린 시절에 공룡를 좋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최근 20여년 사이에 연구와 밝혀진 것들, 새로운 학설들로 어린시절 제가 좋아하던 공룡의 모습들은 모두 성형이라도 한건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깃털이 달린 공룡들, 온혈동물이었다는 설, 심지어 어린시절 제가 익히 알던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같은 수각용에 속하는 육식 공룡들의 자세 등등, 너무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위의 사진은 어떤 동물을 묘사한 복원도 일까요?
바로 최근의 학설을 반영한 내셔날지오그래픽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입니다. 우리가 이전에 익히 알고 있던 모습과 참 많이 다르지요?
저는 아기공룡 둘리의 세대입니다. 여느 아이들 처럼 공룡을 참 좋아했고 공룡이 나오는 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보려고 했지요
어릴적 유선 방송에서 방영하는 걸 우연히 본 기억이 있는 고질라 역시 돌연변이 괴수라는 설정이지만 그 모티브는 역시 수각류 육식 공룡, 특히 티라노사우루스류의 공룡의 모습에서 따온 것이지요.
어린 시절 어린이날이면 사골국 우려먹듯 꼭 방영되었던 공룡 100만년 똘이, 워낙 여러번 방영했음에도 공룡이라면 반복을 지겨워 하지 않고 참 좋아했었던것 같습니다.
이젠 세월이 흘러 공룡이라면 너무 좋아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이들을 가진 아빠가 되었습니다. 집안 곳곳에 공룡의 흔적들이 있습니다. 공룡 브로마이드, 공룡책, 공룡 장난감 등등 특히 둘째 녀석은 아들이라 그런지 아빠가 퇴근하면 달려와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공룡 보여주라" 입니다.
이처럼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 덕분에 어린 시절 이후, 참 오랜만에 공룡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십년만에 다시 만난 이 녀석들이 외형이 20년 동안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미지 출처 :
제가 어린 시절에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티라노사우루스로 대표되던 수각류 육식 공룡들의 기본 자세는 바로 위 이미지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두발로 서서 고개를 치켜들고 똑바로 서있는 당당한 백수의 왕자의 자세! 고질라는 말할것도 없고 공룡백만년 똘이에서의 티라노사우루스 역시 바로 이런 자세 였습니다.
아직은 이런 기본 자세를 가진 이미지도 혼재되어 남아 있지만 쥐라기 공원 때부터 우리는 아래 그림과 같이 점점 낮아지는 자세의 티라노사우루스를 더 자주 보게 되는것 같습니다. 사실 티라노사우루스가 위의 그림들과 같은 자세를 취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우리가 이전에 늘 보아왔던 꼿꼿이 선 자세로 다니기 보다는 아래 이미지들 처럼 수평 자세가 더 자연스러운 평소의 자세라고 합니다.
티라노사우스의 평소의 기본 자세는 바로 이것!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다큐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매우 가까운 종으로 분류되는 아시아의 티렉스, 타르보사우루스의 모습이나 자세 역시 이러한 학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린시절 사랑하던 육식공룡들의 당당한 자세가 허리를 꺽어서 약간 비굴해 보이게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 무시무시한 괴수의 이미지는 여전함을 위안으로 삼아야 겠지요
그런데 바로 아래의 이미지들을 보시면 어라? "나의 티라노사우르는 이렇지 않아" 하실 분 혹시 있으시지 않을까요?
깃털 달린 티라노 사우루스. 출처 : 내셔날지오그래픽
이는 중국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로 진화하는 계보에 있다고 보여지는 "유티라누스 후알라"의 화석에서 엉덩이와 목, 등부분 까지 깃털의 흔적이 화석과 같이 발견되었기에 주장되는 설이기도 합니다.
유티라누스 후알라 (깃털이 난 폭군)
또한 중국에서 깃털이 보존된 공룡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된 이후에는 공룡의 복원도는 과거와 달리 외형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새의 조상으로 배운 시조새 (Archaeopteryx) 역시 최근의 복원 이미지의 경향을 보면 이 녀석을 새의 조상이라고 봐야할까 그냥 깃털 공룡중 하나로 봐야할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깃털이 보존된채 발견된 안키오무니스의 경우는 정말 혼란스럽군요 이녀석은 엄연히 공룡으로 분류가 되는데 말입니다.
같은 속에 속하는 친척들이 깃털이 보존된채 발견된 오비랍토르 역시 과거의 복원도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깃털이 있고 없고가 참 많은 이미지의 차이를 불러오는 군요. 오비랍토르 화석은 최초 알 근처에서 발견되어 알을 훔쳐 먹는 알도둑이라는 의미로 오비랍토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을 품고 있는 화석이 발견되어서 누명을 벗게 되었지요.
오르니토니무스와 같은 거대한 공룡도 깃털을 가지고 있었으니 사실 티라노사우루스가 깃털이 있었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겠군요.
6500만년전 운석 충돌로 공룡은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러한 깃털 공룡들의 발견과 연구로 최근에는 비교적 소형인 수각류 육식공룡의 일부가 살아남아 조류, 즉 새로 진화한것으로 보는 설이 지배적인듯 합니다. 즉 새는 현대에도 살아남은 공룡의 후예인 셈이지요. 과거에는 악어가 공룡과 가깝다고 생각되었으나 티라노사우루스에서 발견된 단백질 구조의 일부가 악어보다는 현대의 닭과 더 가깝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공룡을 단순히 파충류에 가까운 부류로 정의하던 때와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졌나 봅니다. 새는 아시다시피 파충류와 달리 항온 동물 입니다.
공룡이 사라진 이후에 우리는 바로 포유류의 시대가 왔다고 배웠지만 사실은 포유류들은 1000만년 가까이 거대한 육식 조류들의 지배를 받으며 숨죽여 살아야 했습니다. 위와 같은 거대한 육식성 조류의 먹이가 되었던 포유류들은 이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겨우 덩치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위의 거대한 육식 조류들 역시 제눈엔 거대한 새라기 보다 공룡에 더 가깝게 보입니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공룡과 조류를 분류하기 어려운 지점의 화석이 더 많이 발견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가 아이들 덕분에 20년만에 다시 만난 공룡들은 그 모습이 점점 새에 가깝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고생물학은 누군가의 표현대로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 변해가는 학문인가 봅니다. 어디선가 읽은 흥미로운 글에서 아래와 같은 취지의 글을 읽었는데 은근히 뇌리에 남습니다.
"새를 공룡의 후손이라고 본다면 공룡은 6,500만년전 운석 충돌로 멸종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공룡은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되어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 환경 오염등의 각종 문제로 21세기 내에 조류의 30% 정도가 사라진다고 예상을 하고 있으니 틀린말이 아닌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조류들이 멸종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잭 호너 박사의 TED강연이 떠오릅니다. 고생물학자인 잭 호너 박사가 공룡을 재생시키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닭을 가지고 그 유전자를 조작하여 이빨과 꼬리 앞 다리 등을 발현시키는 연구를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던 강연 입니다. 마치 쥐라기 공원에서처럼 공룡을 부활시키려는 멋진 계획 말입니다.
유머가 넘치는 분입니다. 강연내내 사람들을 웃게 만듭니다. 닭을 공룡이라고 부른것은 분류자인 자신이 그렇게 분류하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농담을 던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담속에 뼈가 있어 진지한 과학적 지식을 전달해 줍니다.
그는 한 학자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꼬리가 있는 닭을 만들어낸 예를 듭니다. 동일하게 닭의 유전자에 있는 이빨을 발현시키고 날개 대신 앞발을 만들어지게하는 방식을 통해서 농담처럼 치키노사우루스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TED강연 동영상에서 치키노사우루스란 말은 강연장의 모두의 폭소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유머스러한 농담만은 분명 아닙니다.
필자는 그의 유전자 연구가 결실을 보아서 정말로 치키노사우루스를 볼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깊은 논의를 잠시 떠나서 언젠가는 공룡을 실물로 보고 싶은 것은 아마 나이가 들어도 한때 어린시절 공룔을 좋아했던 모든이의 꿈이 아닐까 합니다.
TED 강연 발췌
잭 호너: 닭으로부터 공룡 만들기 via @TEDi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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