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여러가지 바쁜 일 들로 그동안 못 봤던 TED 강연을 몰아서 보고 있습니다. TED 강연의 강연자들을 보면 모두 짧은 약 18분의 강의 시간 동안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 뛰어난 강사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세르게이 브린의 TED 강연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Unconvincing 이라는 평가) 그 마저도 제게는 색다른 시각과 가능성을 보여준 TED 강연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브린의 구글 글래스에 대한 TED강연
구글글래스 카메라로써의 가능성, 구글글래스에 대한 또 다른 시각
그런데 이러한 TED강연들을 보다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강연이 끝나면 청중들이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거나 또는 모두 기립해서 박수를 치거나 강연자에 따라서 매우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TED강연의 청중들의 반응으로 본 인기 있는 강연, 강사의 조건은 무엇일까? 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으로 분류했으며 청중들의 반응을 통해서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첨부된 강연자의 모습은 모두 스마트폰에서 스크린샷을 뜬 이미지입니다. 플레이 버튼이 이미지에 포함되어 있어 행여 착각을 드릴까 하는 기우에서 사전에 말씀을 드립니다.
테크니컬한 강연자
데이빗 엡스타인(David Epstein) 이 강연하는 주제는 최근 수 십년간 매번 깨어지면서 갱신된 스포츠 기록이 과연 인간의 능력이 향상된 것일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그의 강연은 논리 정연하고 강연자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한 강약 조절과 안정감 있는 강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더구나 주제에 대해서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 일품입니다. 기본적으로 TED 강연자들은 뛰어난 강연자들이지만 마치 강연자의 FM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청중들은 감탄은 하지만 그저 앉아서 박수를 칠 뿐이었습니다.
엔지니어 형
일반적으로 마주치는 대다수의 주변의 엔지니어들과는 달리 서구의 엔지니어들은 말도 참 잘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임스 패턴(James Patten) 의 강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가 강의할때 드는 느낌을 조금은 받게 합니다.
그의 강연도 기술적인 요소들을 아주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중간중간 엔지니어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 납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잘 풀어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정말 IT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면 그가 쓴 몇 가지 용어는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강연도 약간의 환호는 있었지만 대개 앉아서 박수를 치는데 그쳤습니다.
열정과 설득력을 갖춘 강연
교실의 선생님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한 우탕 클랜(Wu-Tang Clan)의 강연은 그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다른 이들도 깊이 공감하게 할 만한 열정을 뿜어내는 강연이었습니다.
강사가 옳다고 믿고 자신의 의견을 열정적으로 피력하는 강연은 청중들에게도 열정이 전염됩니다. 더구나 그저 열정만이 있는 강연이 아니라 충분히 설득력까지 갖춘 TED 강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이 끝나자 청중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멋진 강연도 대개의 청중들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감동을 준 강연자
앤드류 바스토러스는 아프리카 오지의 사람들이 충분히 예방하거나 치료를 통해 시력을 잃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값비싼 장비를 챙겨 아프리카로 떠납니다. 하지만 그 땅은 그 값비싼 장비를 운용할 만한 전력 마저도 부족한 오지였습니다. 오히려 그 지역에는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스마트폰이 전기 발전장비보다 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더구나 고성능의 장비로 진료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지역적이고 거리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매우 한정적인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마트폰으로 시력을 측정하는 앱과 3D프린터로 찍어낸 저렴한 장비를 스마트폰의 카메라 앞에 장착함으로써 안구까지 검사할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 냅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더 넓은 지역의 사람들이 검사를 받도록 하고 그로 인해 간단한 치료로 예방할 수 있었던 시력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태들을 예방하는 큰 일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강연은 차분하고 듣기 좋은 나지막한 목소리이긴 했지만 앞서의 강연자들에 비해서 강연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TED 강연은 진솔하고 듣는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강연이었습니다. "인류로서 만약 우리가 치료법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그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할 수 있습니다." 라는 멘트에서 글쓴이는 큰 감명을 받을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생각을 할수는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에게서는 감동과 존경심을 느끼게 됩니다. 청중들은 매우 큰 박수를 쳤습니다. 그럼에도 이 감동적인 강연도 대개의 청중들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감동은 주었지만 너무 차분한 말투였기 때문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간결하고 명료한 강연
스탠리 맥크리스탈 장군의 강연은 군인답게 간결하고 명료하게 주제를 설명합니다. 담담하면서도 주제를 잘 전달하는 특유의 어투는 이 TED강연자가 정말 천상 군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 이야기 조차도 남의 이야기 하듯 객관적인 어조를 유지 하면서 사례를 명확하게 설명하였는데 개인적으로 다른 강연자에 비해 강의가 짧다고 느꼈을 만큼 꼭 필요한 이야기로만 사실을 전달하였습니다. 더구나 강연을 마치자 그는 서둘러 씩씩하게 퇴장하려다가 질문자가 나타나 질문을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잠시 멈춘 것처럼 생각되어질 정도로 신속하게 퇴장하였습니다. 역시 청중들은 박수를 열심히 쳤지만 강연자와 마찬가지로 다소 담담한 분위기 였습니다.
유머와 웃음이 있는 강연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에드영의 강연은 해당 주제에 흥미를 느껴서 자료를 좀더 찾아보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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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연은 주제도 흥미로웠고 강연 실력도 좋았지만 그의 TED강연에 집중 할 수 있었던것은 또 다른 요인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유머(humor) 였습니다. 그의 적절한 비유와 유머는 강연에 양념 역할을 했을뿐 아니라 더 집중할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앞서의 강연자들도 뛰어난 강연자들이었지만 누구도 에드영의 강연이 끝났을 때 처럼 모두 기립해서 박수를 쳐주는 청중반응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비슷한 반응으로 호너 박사의 치키노사우르스에 대한 강연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분의 강연도 유머가 넘치는 강연 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작은 성취를 많은 청중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주제가 유머를 섞기 매우 좋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날 따라 유머에 욕심을 내어 보았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신혼 여행 후 정산을 하면서 남들 다 있다는 적금 통장 하나 없고 꽤 큰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 뿐인 서로의 잔고를 확인 하고는 "우린 정~말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구나" 라고 부부의 사랑을 재 확인한 에피소드에서 앞자리의 어떤 분은 정말 숨쉬기 어려워 할 정도로 발작적으로 웃으셨습니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강연에서 유머는 그저 양념이 아니라 주제를 설명하는 강연자에게 집중력을 유지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를 해놓고도 오늘 글에서도 유머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강연이나 블로깅이나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고 블로그 글에도 유머가 어쩌면 중요한 부분일수도 있을 텐데 타고난 유머감각이 부족해서인지 참 쉽지는 않습니다.
글쓴이도 가끔 회사에서 초빙한 강사의 강연이나 교육장 등에서 유머가 풍부한 강연자들의 강연이 더 기억에 남고 좋은 강연으로 기억합니다. 되돌아보면 국내에서 접하는 대개의 강연들은 때때로 너무 딱딱하거나 건조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던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주제라도 너무 딱딱한 강연은 때때로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어떤 분야든지 인기가 있는 강사들의 강연을 들어보면 어떤 이야기에서도 적절한 유머를 섞어내어 청중들을 웃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심지어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참석한 입시 학원의 인기 수학 강사의 수업은 그 지루한(?) 수학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블로거들 에게도 유머는 꼭 필요한 요소일까요? 오늘따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