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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 ETC

40대에 접어들어 스스로 돌아본 변화들

<논어> <위정편> 에서 공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나는 15세가 되어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三十而立).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50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고(六十而耳順) 70세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에서 나온 말이 나이별 이칭으로 많이 쓰입니다.

 

15세는 지학(志學), 30세는 이립(而立), 40세는 판단을 흐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등등이 여기에서 유래를 둔 말들인데 글쓴이도 이젠 불혹을 넘어서다 보니 이런 인생에 대해 돌아본 성현의 말들이 아주 조금씩 가슴에 와 닿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나이는 먹었는데 옛성현이 이룬것들에 미치지 못함에 대한 반성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불혹임에도 세상일에 판단을 흐리지 않기는 커녕 요즘은 아직도 사춘기(40대라 4춘기? 죄송... 정말 아저씨들이나 하는 실없는 말장난 개그를...)를 겪고 있는듯한 생각이 드는 글쓴이 입니다. 비록 불혹의 경지에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요즘들어서 때때로 그래도 내가 조금씩 사람이 변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한 해동안 직장을 두번 옮기며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하고 미래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부분이 많이 달라지기도 한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내가 나이가 들면서(죄송... 어르신들이 보시기에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꽃이나 풍경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하다

먼저 위 사진처럼 카메라를 메고 야외에 나가면 아이들 외에도 간혹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저렇게 사진을 찍는 일들이 요즘에는 종종 일어납니다. 불과 몇년전의 제게는 길가의 쓰레기나 꽃이나 구별없이 그냥 길에서 볼수 있는 물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길가에 핀 아름다운 꽃을 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남자도 중년을 넘어서면 여성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나름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대면서 살짝 비꼬기도 합니다. 정말일까요? 비슷하게 빠른 음악과 락만 좋아하던 제가 때때로 클래식 연주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나 아름다운 풍경화 같은 그림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제게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아이들이 악마가 아닌 사실 귀여운 존재란걸 알게되다

10대 후반 20대 초의 저에게는 아이들은 그저 시끄럽고 귀찮은 존재. 때때로 명절에는 고블린 처럼 몰려와 내방의 물건들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 주는 작은 악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그 시절 저는 잠시동안 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갖지 말아야지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나니 이상하게 옜날보다 아이들이 고블린으로 보이지 않고 때때로 귀여운 면이 보이기 시작하고 아이를 가져야 겠다고 생각이 바뀌더군요

 

 

그래도 원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아이들이 태어났을 무렵에 저는 좋은 아빠는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아이라는 존재와 아빠라는 역활에 익숙하지 않았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지금도 그리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최근에 느끼기에 아이들에 대한 애정만은 진짜인것 같습니다. 같이 있으면 한없이 몸이 고달프고 정신 없지만 막상 최근에 아내가 아이들과 처가에 다녀오느라 며칠 보지 못하니 무척이나 보고 싶어지더군요. 오랜만에 누릴수 있었던 혼자만의 시간, 자유도 막상 뭘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로 멍하니 흘려보내 버렸습니다. 게다가 신기한 것은 언젠가 부터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에 나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었다는 점 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돌아오자 역시 다시 혼자일때가 조금 그리워 집니다. 이건 해결 할수 없는 챗바퀴인가 봅니다.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같이 있어 부대끼면 혼자있고 싶고 ^^;;

 

다혈질 성격이 많이 꺽이다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제가 무척 순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착각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일상 대화가 싸움처럼 보이는 경북이 고향이신 부모님과 대학때까지 부산에서 살아서 사실 입도 거칠고 무척 급한 성격의 다혈질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이들 말씀하시는 공부만 했을것 같이 생겼다는 것과는 달리 학생때는 적어도 반에서 교과성적보다 남자아이들이 흔히 매기는 싸움 등수가 항상 더 높았습니다. 즉 그리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습니다. 남자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근본적인 체격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워지는 아주 고학년 전까지는 어릴적 싸움은 원래 누가 깡이 더 있냐로 하는거니까요. 그래서 사실은 성격이 많이 까칠하고 다혈질이고 남자들간에 시비나 다툼이 일어나면 주먹질도 마다하지 않는 원시적인 성격 이었습니다. 아내는 가끔 사기 결혼 당했다고 푸념합니다.

 

이미지 참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3&aid=0002770809

 

삶을 살아보니 이런 다혈질 성격은 후회할 일들을 많이 저지르게 됩니다.(이번 월드컵때 몇몇 축구 선수들도 그런 실수를 저질렀죠?) 게다가 모든 아내들과 자식들이 바라는 남편이나 아버지 상은 살다가 밖에서 시비가 붙었을때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남편이지 쪼르르 달려가 멱살부터 잡는 다혈질 망나니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좀더 젊던 시절 한 두번 몇번의 시비가 있을때 다혈질 성격을 내보이고는 아내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반성을 좀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편입니다. 타고난 성격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지만 노력을 통해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만큼 자제하게 된것이 큰 성과 같습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로 존댓말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사실 회사에서는 나보다 낮은 직급의 직원들이라도 말을 놓지 않습니다. 이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부분도 있는데 말을 놓고 편하게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모종의 일들로 깊은 빡침이 한계를 넘는 상황이 오거나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흔히들 말하듯 상대를 갈구게 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하면서 다그치는 일이 꼭 생깁니다. 존댓말은 다혈질인 내가 함부러 말을 던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일종의 처세술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작된 이 무조건 존댓말을 쓰는 처세술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느정도 먹히는것 같기는 합니다.

 

뚱뚱이

또 생각해 보니 20대는 살이찌지 않은 마른 몸매가 항상 유지 되었던것 같습니다. 원래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고기에 눈뜬것은 군대에서 였습니다. 아무래도 고된 육체 노동이 식성을 넘어 고기를 갈구하게(?) 만든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조금씩 조금씩 체중이 늘더니 이제는 배도 꽤나 나오고 최근 몇년 사이에 동글 동글 아저씨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것은 변하지 않는게 더 좋은일인 법인데 늘어나는 체중이 안타까운 분들은 아마도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젠장 모두 내 이야기 같아 ㅡㅜ;

 

아내의 아들이 되다

결혼 초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어느샌가 아내의 잔소리가 많아졌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상하게 깨끗히 빨아서 다려준 옷을 입고나가자 마자 뭔가를 묻혀 온다거나 아내가 시킨일을 제대로 못듣거나 잘못 수행해서 혼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거기다 콜라먹지 마라 살찐다. 라면 먹지 말고 제대로 챙겨먹어라. 빨래는 색상별로 구분해서 빨래통에 넣어라. 양말 벗을때 뒤집지 마라...등등 간혹 어린시절 어머니의 잔소리를 데자뷰로 듣는 느낌입니다. 분명 결혼초에는 내가 조언도 해주고 그랬는데 어느샌가 혼나기만 하는입장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때때로 저는 아내의 아들이 되어 혼나고 있는 느낌 입니다.

쳇 삐뚤어 질테다.

 

 

머리가 하얗게 세다, 허약해진 몸

최근에 느끼기에 영원할것만 같던 젊음이 조금씩 사그라져 가는것 같습니다. 원래 저는 몸에 열이 많아 추위를 타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옷을 껴입는게 답답해서 두껍게 껴입거나 한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1,2년 전부터는 스판성이긴 해도 겨울이면 내복을 입기 시작 했습니다. 아내가 말한 손발이 차거나 뼈가 시리다는 말이 아주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겨울에도 실내에서 반팔, 반바지를 입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몸의 열기가 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모양입니다. 또 다르게는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을 해서인지 새치가 너무 많아졌다는 점 입니다. 이젠 염색을 하지 않으면 전체 머리숱의 1/3 정도가 흰머리로 뒤 덮입니다. 심지어 수염도 흰 수염이 나니 몽땅 뽑아버릴수도 없고 너무 빨리 세어가는 머리카락이 야속하기만 할 뿐 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hyenjj07/100208778545

 

쉽게 변하지 않는것이 사람이라고들 하는데 그래도 알게 모르게 세월에 흐름에 이것저것 변해가는게 있는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은 날선 부분들이 닳아서 둥글둥글 해지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긍정적인 변화이고 어떤 부분은 변화가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은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이라도 변해가나 봅니다.

 

조금은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글이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어떠세요? 나이가 먹어가면서 성격과 모습이 과거와 달라진 부분들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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