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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우리집 모델 No.1. 그리고 지금만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얼마전에 우리집 모델  No.2 를 소개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집 실질적인 모델 No.1 도 소개하지 않으면 모델 No.1이 조금 아쉬워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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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사진 모델 No.2, Canon EF 85mm F1.2L 만투, 5D Mark 3 오막삼

 

아이들 사진을 찍는 아빠진사들에게는 아이들이 가장 훌륭한 모델이지요. 모델 No.2 도 훌륭한 모델이긴 한데 그래도 역시 모델 연차로 4년이 더 많은 누나의 프로페셔날함은 아직 따라가지 못합니다. 가끔 카메라를 들이대면 평소에 무표정 하다가도 바로 미소를 짓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나면 바로 무표정으로 돌아가는데 저도 가끔 놀랍니다. "왜 사진 찍을때는 꼭 웃어?" 라고 물어보니 그래야 자기가 봐도 사진에 이쁘게 나온답니다. 이미 어떻게 사진에 예쁘게 찍히는지 아는 프로 입니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이갈이가 시작되어 앞니가 몽땅 빠지는 모델 생명에 위협을 받는(물론 아빠진사는 이빨 빠진것도 귀엽다고 생각 하지만) 어려움이 있었지만 훌륭하게 이갈이를 끝내고 예전의 건치 미소를 되 찾았습니다.

 

EOS M, 22mm, F2.0

 

미러리스인 EOS M으로 참 많은 사진을 남겼는데 간혹 추억의 사진들을 넘겨볼때면 눈먼 아빠진사는 모델 No.1의 다양한 포즈와 미소에 감탄하게 됩니다.

 

  EOS M, 22mm, F2.0

 

 EOS M, 55mm, F4.5

 

 EOS M, 100mmm, F5

 

  EOS M, 175mm, F5.6

 

그리구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갑자기 사진에 대한 욕망이 끓어 올라 오막삼(5d Mark3) 에 만투 (EF 85mm F1.2L II)를 지르게 되었고 카메라는 바뀌었지만 사진은 아직 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왕초보는 장비만 같으면 같은 사진 찍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여러번 언급 했지만 만투 (EF 85mm F1.2L II)의 경우, 캐논 계열에서는 인물 단렌즈의 끝판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아빠 사진사로 계속 사진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은 도달하게 되는 장비라고도 합니다.


5d Mark3, 85mm, F1.4

 

만투는 일단 F1.2 조리개 값을 가진 렌즈로 이른바 한정판으로 나와서 사실상 더 이상은 구하기 어려운 아빠 만투 (EF 85mm F1.0) 를 제외하면 현재 캐논, 니콘 진영을 통틀어 가장 낮은 조리개 값을 가진 렌즈이기도 합니다.

 

5d Mark3, 85mm, F1.4 

 

사실 한 동안은 지나치게 낮은 조리개값의 심도 표현에 적응하지 못해서 F1.2는 잠시 봉인해 두기도 했습니다. 조리개 값 뿐만 아니라 흔히들 아웃포커스라 말하는 만투 특유의 배경 흐림의 모양이 조금 독특합니다. 망원으로 얻는 배경 흐림 효과와 낮은 조리개 값으로 얻는 배경 흐림 효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데 부족한 표현력으로 이야기 하자면 망원은 뿌옇게 만든다면 낮은 조리개값은 독특한 문양의 뒤틀림을 만들어 냅니다. 동일 기종은 아니지만 위의 EOS M의 55mm 이상은 55-200mm 망원렌즈로 촬영한 사진으로 배경 흐림의 느낌의 차이가 느껴지실듯 합니다.

 

5d Mark3, 85mm, F2.5

 

다시 모델 이야기로 돌아와서 카메라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집 모델 No.1은 아빠가 요구하는 설정 샷에도 기대 이상으로 부응해 줍니다. 사진 찍기 싫어 하는 아이들도 많다는데 우리집 모델들은 다행히 사진을 찍는걸 싫어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보에 실력이 부족한 아빠진사지만 모델들이 참 사진을 살려준다고 생각하고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5d Mark3, 85mm, F3.2

 

5d Mark3, 85mm, F4

 

5d Mark3, 85mm, F2.2

 

사진 찍는걸 싫어하기 까지는 아니라도 사진 촬영에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는 아이들을 많이 봤는데 우리집 아이들이 사진 찍기를 즐기게 된건 제 생각으로는 자신들이 찍힌 사진을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자주 TV를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d Mark3, 85mm, F1.8

 

본인들이 나온 사진을 TV로 보여주면서 자주 추억도 살리고 동영상에 삽입된 노래들도 좋아하다 보니 맨날 아빠가 시커먼 걸 얼굴에 대고 사진을 찍는게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라는걸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인지 좀 우습게도 요즘은 아빠가 사진을 찍으면 아직 어린 모델 No.2도 LCD로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고 마음에 드는지 안드는지 표현까지 합니다.

 

5d Mark3, 85mm, F1.4

 

5d Mark3, 85mm, F1.4

 

얼마전에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예전 카메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단순히 취미를 위해서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인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어서 무엇때문에 나는 아이들 사진 찍는데 이렇게 비용을 투자 했을까? 곰곰히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5d Mark3, 85mm, F1.6

 

5d Mark3, 85mm, F1.6

 

사실 카메라는 좀더 훨씬 여유가 있을때 장만해도 되는 물건 입니다. 그게 없다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있는것도 아니고 직업이 사진과는 관련 없으니 돈 버는데 쓸 수 있는 기기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조급하게 카메라 장비를 장만했습니다. 사실 전 잘 지르는듯 보이지만 대부분 이른바 가성비를 얻을 수 있는 저가의 물건들을 지르기에 "실용주의 된장남"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래서 실상은 굉장히 짠돌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찍기 위한 카메라 장비가 아마도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지름이 되었습니다. 

 

5d Mark3, 85mm, F3.2

 

아마도 그 답은 이런게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을 찍는, 그리고 지금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겨 아주 좋은 카메라를 들인다해도 그때는 내가 찍을 수 있는 사진은 풍경, 정물 정도일 뿐 일것 같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을때 가장 재미있고 흥미있는 사진은 아직은 우리 아이들을 찍을때 뿐 입니다. 현재까지 풍경이나 정물까지는 사진 취미가 도무지 확장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더 이상 아빠 엄마랑 같이 잘 다니지 않고 사진도 잘 안찍히려 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하니 어떤 일들은 지금 밖에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아이들 모습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기기로 더 선명하고 더 예쁜 모습으로 남겨 두고 싶어졌습니다.

 

5d Mark3, 85mm, F1.2

 

아마도 제 지름에 대해 아내가 별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아내도 지나가는 말 처럼 "그렇지, 나중에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지...." 라는 이야기로 본인의 생각 속에도 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그건 꼭 사진에만 국한되는 일들이 아닙니다. 저나 아내나 미래를 대비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세상을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미래에 저당 잡혀 현재 밖에 할 수 없는 일을 나중을 위해서 모두 미루어 둘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5d Mark3, 85mm, F3.5

 

제 사회 선배 중에 한 분은 워낙 일에 바쁘던 사람으로 가족들과 주말마다 어딘가를 가는걸 너무 힘들어 했습니다. 가끔 만나 술 한잔을 걸치면,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주말에는 그냥 누워서 잠만 자고 싶은데 아내와 아이들이 그냥 두질 않는다고 자주 투덜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피곤하다고 아이들과 아내만 여행 보내고 자유를 누리기도 했답니다. 지금은 주말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 더 열심히 일할때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과 추억은 조금 더 일이 자리에 잡히고 삶의 여유가 생길때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때는 저 역시 막 육아헬에 입성하여 자유를 잃은 듯한 기분이 들던때라 끄덕 끄덕 공감을 했던 이야기 같습니다.

 

그런데 한 6, 7년뒤 다시 만난 선배는 참 상반된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이 하나는 대학생, 하나는 고3 수험생이 되고나니 아내는 늘 아이들 수발에 바쁘고, 본인은 정작 별로 할일도 없고 너무 심심 하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제는 주말의 대부분을 예전에 늘 원했듯이 자유를 누리며 혼자만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내분도 모임이 많아서 바쁘다 보니 주로 쓸쓸하고 심심하게 혼자 주말을 보낸다고 합니다. 의외로 만날 친구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러다 보니 가끔은 아이들이 어려서 늘 주말이면 어딘가로 데리고 다니던 그 시절이 이젠 많이 그립고, 그때 더 많이 다니고 추억을 만들걸 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불과 5, 6년이면 지나간다 할 수 있을때 잘해라" 이 말을 툭 던지는데 진한 후회가 묻어 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미래와 노후를 위해서 당연히 지금 졸라매고 많이 노력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그것에 매몰되어서 더 중요한, 지금만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까지는 미뤄 두어서는 안 될것 같습니다. 리플레이가 없는 한번 뿐인 인생에서 미래를 위해 무조건 현재를 저당 잡히기만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우리집 모델 이야기에서 조금 두서 없이 이야기가 건너띈것 같습니다만 방문하신 분들도 지금만 할 수 있는 일들, 가능한 범위내에서 꼭 하시고,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적절한 범위내에서 즐기며 사는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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